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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인류 중 IQ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호주 출신 수학자 테렌스 타오. 그의 IQ는 230으로 일반적인 사람의 약 2배에 달한다. /이미지 출처=유튜브 'araboja' 캡처
■역사상 가장 똑똑한 인간은?
30만년전 인류가 탄생하고 현재까지 단일 개체로 가장 똑똑한 사람은 누구일까? 아리스토 텔레스, 소크라테스, 유클리드, 레오나르도다빈치, 아인슈타인, 스티븐 호킹, 리처드 파인만 등 여러 후보가 있을 것이다.
똑똑함(지능)을 정량화해 순위를 매기기 위한 여러가지 기준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방식이 IQ(지능지수)다. 2012년 비영리단체 수퍼스칼라는 당시 기준 현존하는 가장 똑똑한 사람 10명을 꼽았다. 순위에는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IQ 160), IQ 210으로 10년간 지구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던 한국인 김웅용씨도 포함됐다. 2위는 IQ 225의 미국 천채물리학자 크리스토퍼 히라타, 대망의 1위는 IQ 230인 호주의 수학자 테렌스 타오가 이름을 올렸다.
IQ 210의 명석한 두뇌로 6살 때 미적분을 풀어 주목받은 김웅용씨. 그는 지방대학에 입학하면서 '실패한 천재'라는 말도 들었으나 2014년 대학교단에 서며 꿈을 이뤘다고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수퍼스칼라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는 IQ가 90~110사이며 하위 2.5%는 IQ 70 이하다. 상위 2.5%는 IQ 130 이상, 0.5%는 IQ 140 이상에 속한다. IQ 테스트 방식이 알려지며 현대로 올수록 최고 IQ가 높아진다는 점, 이미 죽었기 때문에 IQ 테스트를 할 수 없는 과거의 사람에게 가산점을 소량 준다고 가정했을 때 개별 인간으로서 가장 똑똑한 'X'의 IQ는 넉넉하게 240정도 될 것 같다. 30만년 인류 역사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일지라도 평균적인 인류의 약 2배 정도 IQ수치가 되는 것이다.
개별 개체 간에 2배라는 IQ 차이는 엄청 커 보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같은 '종' 내에서의 이야기다. 호모사피엔스가 아닌 다른 종으로 비교를 확대하면 그 차이는 더 커진다. 예를 들어 인류와 가장 흡사한 원숭이나 고릴라의 경우 두 종간에는 넘을 수 없는 지적 장벽이 존재한다.
인간은 시멘트와 나무와 철로 거대한 건물을 만들고 수도와 전기, 불을 사용하며 건물에서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원숭이 역사상 가장 똑똑한 원숭이를 데려와도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평균적인 아이보다 지능이 떨어질 것이다. 원숭이는 종의 차원에서 개나 고양이보다 똑똑하고, 개나 고양이는 닭이나 비둘기 보다 똑똑하다. 비둘기는 물고기 보다, 물고기는 지렁이나 플라나리아 보다 더 똑똑하다.
원숭이, 개와 고양이 등은 IQ 측정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점점 더 그 층위를 내려가면 IQ 측정이 불가능한 생물도 나온다. 그렇다면 여기부터 IQ가 아닌 '종'별 층위라는 다른 단위를 하나 더 만들어 보자. 지구에서 가장 똑똑한 종인 호모 사피엔스의 종간 층위를 임의로 10으로 설정한다. 그 아래인 원숭이는 9, 돌고래는 8, 개는 7 이런 식으로 내려간다. 2단계 쯤은 단세포 생물, 1단계는 바이러스나 세균 등이 될 것이다. 그리고 종간 층위는 1단계 뿐일지라도 서로 간에 넘을 수 없는 지적 능력 차이가 존재한다.
■'양자역학'만큼 충격적이었던 '특이점'
2014년 6월 14일, 필자는 양자역학 이론을 처음 접했던 날 만큼의 큰 지적 충격을 받았다. 우연히 참석하게된 한 시민교양 강좌에서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로부터 처음으로 '인공지능과 특이점'에 대한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가 2016년 6월 14일 서울 안국동 안국빌딩에서 진행된 문화과학 석강 프로젝트에서 인공지능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종별 지적 층위' 개념은 그날 강의에서 따왔다. 김대식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인공지능의 학습 능력 곡선은 2차 함수를 따른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선형적(1차 함수)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시점을 계기로 급속하게 속도가 증가하는 '수확 가속의 법칙'을 따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구를 통해 인간(호모 사피엔스) 6세 정도에 해당하는 AI를 개발하는데 약 20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가정하자. 그 이후에 인간 성인에 해당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데는 1년, 그것을 뛰어 넘는데는 1달, 또 그것을 뛰어넘는데는 1시간, 다시 그것을 뛰어넘는데는 1분이 걸린다는 식이다.
호모 사피엔스의 지적 층위를 10으로 정의했을 때 AI가 인간 수준의 지능에 도달하는 시점을 '특이점(싱귤래러티)'이라고 부른다. 만약 AI가 특이점을 돌파해 종간 지적 수준 10에 도달하는 순간 그 다음날 11단계, 그리고 1시간 뒤에는 20단계에 도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머지 않은 시간이 지나 AI는 지적 층간 레벨 1000단계, 10만단계를 초월해 쭈욱 발전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을 아득히 넘어선 인공지능이 인류를 제거의 대상으로 보는 미래는 영화 '터미네이터'나 '메트릭스' 등에서 자세히 묘사되고 있다. 물론 인간이 바퀴벌레를 유해한 생물로 보지만 멸종시키는데 총력을 다하지 않는 것처럼 인류를 초월한 초지능적 존재도 인류를 그냥 바퀴벌레 취급하며 별다른 공격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4족 보행로봇 '스팟'.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 단계의 지능에 도달하는 순간(특이점), 인류의 지능을 초월하는 미래는 곧 다가올 것이다. /사진=현대자동차, 뉴시스
김대식 교수는 그날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언젠가는 인간을 넘어서는 인공지능과 자유의지를 가진(혹은 그렇다고 믿어지는) 로봇이 등장할 지도 모릅니다. 로봇에게는 인간에게 가장 큰 질문이었던 '나는 어디서 왔는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와 같은 답이 주어져 있습니다. 미래 로봇에게 가장 큰 고민은 '내 생각이 과연 진짜 내 생각인가'와 같은 존재론적 의심과 '불완전한 인간이 왜 지구에 존재해야 하는가'가 될지도 모릅니다."
구글의 인공지능 책임자이자 뇌공학자인 레이먼드 커즈와일은 그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에서 2029년과 2045년을 AI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2029년쯤엔 사람과 똑같이 말하고 생각하고 감정까지 느끼는 인공지능이 출현하고, 2045년에는 인공지능과 결합으로 인류의 육체적·지적 능력이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는 시점, 특이점이 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20~40대 젊은 남녀 과학자 300명을 대상으로 특이점에 대해 조사한 결과 약 90%가 2050년에 AI가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특이점이 올 것이라 예상했다.
인공지능의 학습 곡선에 의한 특이점을 보여주는 그래프. 특이점을 돌파한 인공지능은 이후 폭발적으로 지능이 증가하며 인류를 초월한다. / 사진='Singularity may not require AGI' by Alan Tan 10. 14. 2020
역사학자 유발하라리 역시 그의 저서 '호모 데우스'에서 4차 산업혁명의 발달로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전공학, 빅데이터, 나노기술, AI의 발달로 인간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수만년간 이어져 온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 자체에 변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책의 제목인 '호모 데우스'는 '신이 된 인간'을 뜻한다.
현재는 사람에게 오늘의 날씨나 주요 뉴스를 정리해주고, 가장 빠른 길을 알려주는데 불과한 인공지능이 30년 뒤에는 실연당한 인간을 위로해 주거나, 최신 '끈이론'과 양자역학의 새로운 발견에 대해 설명해 주고, 모차르트와 피카소가 가지고 있는 예술적 결함에 대해 강의를 할지도 모른다.
■'이환주의 아트살롱'은 회화, 조각, 음악, 공연, 영화 등 다양한 예술 영역의 전시, 시사회 등의 후기와 리뷰, 각종 문화 관련 칼럼을 쓰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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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엔 존재 고민하는 로봇 나올 것”..김대식 KAIST 교수
파이낸셜뉴스입력 2014.06.15 16:34
지난 14일 서울 안국동 안국빌딩에서 진행된 문화과학 석강 프로젝트에서 강연 중인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 이날 강연의 사회는 오세정 서울대 교수가, 강연 이후 이어진 토론에는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가 함께 참가했다.
"언젠가는 인간을 넘어서는 인공지능(AI)과 자유의지를 가진(혹은 그렇다고 믿어지는) 로봇이 등장할 지도 모릅니다. 로봇에게는 인간에게 가장 큰 질문이었던 '나는 어디서 왔는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와 같은 답이 주어져 있습니다. 미래 로봇에게 가장 큰 고민은 '내 생각이 과연 진짜 내 생각인가'와 같은 존재론적 의심과 '불완전한 인간이 왜 지구에 존재해야 하는가'가 될지도 모릅니다."
과학하는 철학자, 혹은 철학하는 과학자. 지난 14일 서울 안국동 안국빌딩에서 진행된 문화과학 석강 프로젝트 '문화의 안과 밖' 강연장에서 본 김대식(47) 카이스트(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의 인상이다. 그는 이날 '뇌, 현실, 로봇'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며 철학과 과학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그는 한국의 대표적인 뇌과학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만약 오늘 강연을 듣고 나서 제가 반바지를 입고 왔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제 강연에 집중하지 않은 겁니다"라고 말해 모든 청중이 그의 반바지(강연)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김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지난 8일 영국 레딩대에서 처음으로 튜링테스트를 통과한 인공지능(AI) 컴퓨터 유진 구스트만을 언급하며 자아를 가진 로봇의 출연 가능성 대해 말했다.
튜링 테스트는 1950년 영국 수학자인 앨런 튜링이 고안한 것으로, 기계가 인간과 얼마나 비슷하게 대화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지는 테스트다. 심사위원이 컴퓨터와 5분간 대화하고 인간과 차이를 느낄 수 없다면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본다.
"생각은 내면적인 현상으로 우리는 타인이 나와 같이 생각하고, 느끼고, 의식하는지 알 수 없다. 데카르트 역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 했지, '너는 생각한다, 고로 너는 존재한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즉 우리는 상대의 뇌 안에도 우리와 같은 생각과 의식이 존재할 거라고 단순히 믿어 주는 것이다."
그는 19세기 남부 미국인들이 자신과 다른 흑인을 영혼이 없다고 여겨 학살한 사례를 언급하며 로봇인 인간과 동일한 행동을 함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인종 차별'과 같은 '기계 차별'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과학의 발달로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등장한다면 그들에게 투표권을 줘야할지도 모릅니다. 인간이 임의대로 로봇의 스위치를 끄는 일도 해서는 안되겠죠."
하지만 아직까지 인간과 동일한 로봇을 개발하는 일은 요원하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로봇일지라도 불쌍할 정도로 비틀거리며 걷고, 초당 10의 15승의 숫자들을 처리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도 강아지와 고양이를 잘 구별하지 못한다.
전자의 경우 인간의 뇌가 예측을 통해 움직이는 것과 달리 로봇은 물리적인 반응 이후에 빠른 계산을 통해 사후 대응하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 컴퓨터는 정보를 쪼개고 분석해 순차적으로 빠르게 처리하지만 인간의 뇌는 느린 속도로 병렬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로봇과 인공 지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11년 미국의 유명 TV퀴즈쇼 '제퍼디'에서 인간 챔피언 2명을 물리치고 우승한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 올초 구글의 로봇회사 '보스톤 다이나믹스' 인수, 아마존의 수송기 '드론' 역시 이런 로봇 기술 선점을 위한 노력들이라고 김 교수는 언급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우리가 지금 현재에 집중함으로써 보다 더 길게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말하며 나이가 들 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시간의 착시에도 맞대응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서 김 교수는 인공지능과 함께 '자유의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졌다. 그에 따르면 최근 현대 과학의 많은 실험들이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 회의적인 결과들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말해 모든 행동의 주체는 '내'가 아니라 '뇌'라는 것. 실험을 통해 사람이 하는 대부분의 행동들은 그에 앞서 이미 뇌에서 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뇌의 변화가 사람의 행동에 변화를 준 사례도 다수 관찰됐다.
일례로 미국에서 과거 한 기업의 임원이 갑자기 아내를 살인한 사건이 발생했다. 재판 당시 변호사는 성격을 담당하는 임원의 뇌에 있는 전두엽에 이상이 생겼고 그 살인은 자유의지가 아니라 망가진 전두엽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담당 판사는 "뇌 과학에서 주장하는 자유의지의 부재가 사실이며 설령 비과학적이라도, 우리는 인간이 여전히 '독립적이고' '자유롭고' '자신의 행동을 책임질 수 있다'는 착시를 믿으며 사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 과거 자신을 담당했던 지도교수가 했던 말을 소개했다. "인간의 자유의지는 착시다. 다만 '자유의지(free will)'는 없을 지라도 인간은 '무언가를 하지 않을(free unwill)의지'는 있다. 부정적인 행동을 어디까지 막을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김 교수는 흔히 말하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는 시간의 착시 역시 과학적인 사실이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서 뇌의 정보전달 속도가 느려지고 외부 세상에 대한 업데이트의 주기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기억에 저장되는 영화필름의 프레임이 나이가 들수록 줄어드는 것과 같다.
김 교수는 존재의 의미에 대해 '나와 세상의 싸움'이라고 정의했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은 내가 태어나는 순간에 이미 다 정해져 있습니다. 세상이 '갑'이고 인간이 '을'인 상황이죠. 나라는 자아를 '갑'으로 바꾸는 것, 우리가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집중해야 합니다. 미래의 내가 갖게 될 기억을 지금의 내가 의식적인 노력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물론 커피도 집중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긴 하지만 5분에 불과하죠."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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