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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보유 확약 걸고 본선 올랐지만… 컬리 상장, 산넘어 산

일반주주 대상 보호예수 이례적
1차관문 예비심사 통과 '무난'
IPO 활황 대비 몸값 급락한 탓
2차관문 공모가 산정 진통 예고

의무보유 확약 걸고 본선 올랐지만… 컬리 상장, 산넘어 산
(사진=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사진=뉴시스
'기업공개(IPO) 대어' 컬리가 소액주주들도 최대 6개월 동안 지분을 팔지 않겠다는 의무보유 확약을 내걸면서 상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1위 카셰어링 플랫폼업체 쏘카가 흥행에 참패한 만큼 컬리 역시 IPO 앞날에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컬리도 쏘카처럼 상장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소액주주 의무보유 확약' 이례적

21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22일 상장 1차 관문인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받는다. 지난 3월말 예비심사를 청구한지 5개월 만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 16일 반기보고서 마감이 끝났고 실적 자료와 보유지분 의무보유 확약 내용 등을 고려하면 무난한 승인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통상 상장예비심사가 평균 2개월 정도 걸리는데 비하면 3개월이나 더 시간이 걸렸다. 거래소가 △컬리의 재무적투자자(FI)들이 최소 18개월 이상 의무보호 확약을 할 것 △20% 이상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공동행사하겠다는 약정 등을 요구한 때문이다.

컬리는 FI에게 넘어간 지분이 과도하게 많고, 창업자이자 현 경영자인 김슬아 대표(사진)가 보유한 지분이 낮아 상장 이후 경영권에 불안 요인이 많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김 대표는 컬리의 6대 주주로 지분율은 5.75%에 불과하다.

지분 50% 이상은 힐하우스캐피탈(11.89%)과 세콰이어캐피탈(10.19%), DST글로벌(10.17%), 아스펙스캐피탈(8.48%), 오일러캐피탈(6.73%) 등 외국계 FI가 보유하고 있다.

이에 컬리는 FI들을 설득해 일부 우호지분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거래소에 6개월~2년 이상의 의무보유확약서 및 의결권 약정 등에 관한 서류를 제출한 상태다. 여기에 최근 지분 1%(약 38만주) 이상을 가진 소액주주들에게까지 최대 6개월간 지분을 팔지 않겠다는 의무보유 확약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최대주주와 주요 주주에 대해 보호예수를 거는 경우는 많지만 일반주주에게 보호예수를 요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시장 상황이 악화된 마당에 기업가치와 공모가 하락이 예상되면서 상장 초기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주가 방어를 위해 소액주주들에게 주식을 매도하지 않도록 요구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시장에서 컬리의 몸값이 계속 내려간다는 점이다. 당초 IPO 시장이 달아오를 때는 몸값이 4조원까지 거론됐으나 지금은 2조원 안팎으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홍콩계 사모펀드 엥커에쿼티파트너스(엥커PE)는 컬리의 기업가치를 4조원으로 보고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에서 2500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최근엔 주요 주주들이 기업가치를 1조6000억원까지 낮춰 공모가를 산정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비상장 주식시장에서 컬리의 주가는 4만4000원으로 이를 고려한 기업가치는 약 1조7000억원 수준이다. 매수 제안 가격이 3만8000원까지도 제시되고 있어 앞으로 기준가가 더 하락하면 공모가 산정에도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컬리의 기업가치 하락은 영업적자(연결 기준)가 지난해 1163억원에서 올해 2177억원으로 확대되는 등 적자 구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직매입이라는 구조, 식품이라는 카테고리 특성상 이익이 발생하기 어렵다"며 "매출원가율이 높고, 폐기손실 등 재고에 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의 IPO 투자심리가 좋지 못한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현대오일뱅크,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등 기업들이 공모를 취소했다. 상장에 나선 기업들은 기대를 밑도는 공모가 산정과 부진한 청약 결과에 쓴맛을 봤다. 1차 관문은 무난히 통과했을지라도 2차 관문인 몸값 산정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는 시각이 많다.

■상장후 주가 상승에 기대

컬리 역시 쏘카와 마찬가지로 상장은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컬리는 2015년 설립 이래 지속적으로 적자가 누적돼 지난해까지 누적적자만 5000억원에 육박했다. 상장을 더 미루거나 철회할 경우 자금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컬리의 투자자들도 투자 당시 평가액보다 낮은 공모가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상장이 아니라면 지분을 인수할 후속 투자 유치도 마땅치 않고, 상장을 미루면 언제 다시 상장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상장 계획을 철회한 원스토어처럼 공모가가 투자단가보다 낮아 손실이 커져 FI들의 반대가 커진다면 상장을 포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상장을 포기하기보다는 상장 이후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 상장을 원할 가능성도 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