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2018년 삼성에 RT 개발 지원 요청
이재용, 삼성종합기술원에 TF 구성 지시
삼성 기술특허 저개발국 상용화 위해 무상 라이센싱
RT 프로젝트 종료 후에도 게이츠 재단과 협력 지속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6일 한국을 방문한 빌 게이츠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장과 만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파이낸셜뉴스] 삼성이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이끄는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과 손잡고 물이나 하수 처리 시설 없이 가동되는 '재발명 화장실'(RT) 개발에 성공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아온 빌 게이츠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장의 요청을 받아 개발에 착수한 지 3년여 만이다. 사법족쇄를 벗은 이 부회장이 두터운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방면에 걸쳐 기술·사업 협력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은 25일 삼성종합기술원에서 빌 앤 멜린다게이츠재단과 협력한 'RT(Reinvent the Toilet) 프로젝트' 종료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게이츠 재단은 2011년부터 물과 하수 처리 시설이 부족한 저개발국에 보급할 신개념 위생 화장실 개발·상용화를 위한 RT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게이츠 재단의 재정 지원에도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 및 대학들은 기술적 난제, 원가 수준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으며 가정용 RT 개발에 사실상 실패했다. 이에 게이츠 이사장은 2018년 삼성에 RT 개발 참여를 요청했다.
RT 개발은 이 부회장과 게이츠 재단 이사장간 두터운 친분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기술을 활용해 인류 발전을 위한 전 지구적 난제 해결을 지원하자는 뜻에서 삼성종합기술원에 RT 과제 수행에 필요한 별도의 태스크포스(TF) 팀 구성을 지시했다. 또 수시로 빌 게이츠와 이메일, 전화, 화상회의 등을 통해 진행 경과를 챙겼다. 게이츠 재단은 삼성전자에 RT 개발에 필요한 자금 수천만 달러 지원을 제안했지만, 이 부회장의 뜻에 따라 삼성은 이를 거절했다.
삼성은 2019년부터 가정용 RT 구현을 위한 △기초 설계 △부품 및 모듈 기술 개발 △성능 구현 △양산화 위한 프로토타입 개발에 착수했다. 3년 간의 연구개발을 거쳐 구동 에너지 효율화 및 배출수 정화 능력 확보에 성공했다. 또 △배기가스 배출량 저감 △내구성 개선 △RT 소형화 등 게이츠 재단의 요청한 유출수 및 배기가스 조건을 만족하는 요소기술 개발에도 성공했다.
삼성은 열 처리 및 바이오 기술을 활용해 환경에 무해한 유출수를 배출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처리수 재활용률 100%를 달성했다. 가정용 RT는 실사용자 시험까지 마쳤다.
이 부회장은 지난 16일 한국을 방문한 게이츠 이사장과 만나 RT 프로젝트 개발 결과를 공유하고, 글로벌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게이츠 이사장은 게이츠 재단의 비전과 현재 추진 중인 사회공헌활동 현황을 설명했고, 이 부회장은 삼성의 기술로 인류 난제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동안 게이츠 이사장은 RT 연구개발 성과가 나올 때마다 화상회의와 이메일 등을 통해 이 부회장과 삼성 개발자들에게 감사를 표해왔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은 직접 개발한 RT 프로젝트 기술 특허를 저개발국 대상 상용화 과정에 무상으로 라이센싱할 계획"이라며 "RT 프로젝트 종료에도 게이츠 재단에 양산을 위한 컨설팅 지원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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