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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 탄 엔비디아… '성장주 여왕' 캐시 우드도 돌아섰다

반도체 업황 불투명해진 탓
아크 인베스트먼트 운영 ETF
5100만 달러 규모 주식 매도

내리막 탄 엔비디아… '성장주 여왕' 캐시 우드도 돌아섰다
글로벌 반도체 설계업체 엔비디아가 24일(현지시간) 2·4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한 가운데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가 실적 발표 전 엔비디아 주식을 대거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급락장에서 저가 매수에 나서는 등 엔비디아 보유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려왔던 캐시 우드마저 우울한 반도체 시장 전망에 돌아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상장지수펀드(ETF) '아크혁신ETF(ARKK)'와 '아크차세대ETF(ARKW)'는 지난 23일 각각 4000만달러와 1100만달러어치 엔비디아 주식을 매도했다. 엔비디아 실적이 공개되기 전날 대거 팔아치운 셈이다.

엔비디아는 24일 올해 2·4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 0.51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1.26달러)를 한참 밑도는 수치다. 매출액은 67억달러로 역시 시장 전망치(81억달러)를 하회했다.

이번 어닝 쇼크는 경기침체 우려와 코로나19 완화로 비대면 수요가 줄어들면서 게임사업 부문 매출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주력 상품은 게임기, 가상자산 채굴 등에 사용되는 그래픽카드(GPU)다. 특히 비디오 게임용 그래픽카드(GPU) 판매가 총매출의 33%를 차지한다. 올해 2·4분기 게임사업부문의 매출액은 1년 전보다 33% 급감한 20억4000만달러로 나타났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무려 44% 줄었다.

가상자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채굴 수요 감소도 실적에 타격을 줬다. 특히 이더리움의 머지 업그레이드를 앞두고 수요 심리가 위축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더리움재단은 9월 중 합의 알고리즘을 그래픽카드의 연산능력을 활용하는 '작업증명(PoW)' 방식에서 지분에 따라 배당하는 '지분증명(PoS)'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 경우 자연스럽게 그래픽카드 수요가 줄어들게 된다.

수요가 급감하자 재고가 급증했다. 엔비디아의 올해 2·4분기 재고액은 38억90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85% 급증했다. 재고 순매입액은 92억2000만달러로 전년동기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재고가 불어나자 비용이 늘자 마진율은 하락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7%대로 전년동기 대비 19.7%포인트 떨어졌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엔비디아가 이날 발표한 올해 3·4분기 매출액 전망치는 59억달러로 시장 예상치(69억달러)를 밑돌았다. 엔비디아는 게임 그래픽카드 재고 조정이 올해 3·4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상반기 양호했던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도 하반기에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머신러닝 연산 분야에서 경쟁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리스크다. 최근 연구개발(R&D) 시스템을 고려한 MLPerf 벤치마크에서 구글의 텐서프로세싱유닛(TPU)이 일부 성능에서 엔비디아 제품을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머신러닝 연산 프로세서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독점이 약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거시경제 환경 악화와 공급망 혼란이라는 도전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우울한 전망에 엔비디아에 대해 공격적인 매수를 이어왔던 캐시 우드마저 돌아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캐시 우드의 아크인베스트먼트는 이달 9일 엔비디아 주식을 6500만달러어치 사들이며 눈길을 끌었다. 전날 부진한 실적 전망치에 주가가 6% 급락한 틈을 타 공격적인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2주 만에 매수 물량 대부분을 팔아치웠다.

엔비디아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강도 긴축정책과 반도체 섹터의 공급망 차질 문제가 대두되면서 연초 대비 42.82% 하락한 상태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