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로 윤석열 정부의 새로운 부동산 정책이 발표됐다. 정부 출범 후 약 100일 간의 고민과 토론을 거쳐 나온 이번 대책에는 공공과 민간의 균형잡힌 주택공급역할이 담겨있어 시장에서도 긍정적 반응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대책의 골자를 살펴보면, ①수요가 있는 곳에 ②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가 조화된 품질 높은 주택을 ③신속하게 공급해 ④내집마련의 장벽을 낮추는 것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중 도심 내 공급 확대를 위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안전진단 규제개선, GTX 등 굵직한 이슈를 주로 이야기하지만, 필자가 관심을 갖는 것은 주거사다리의 복원가능성이다. 공공·민간 모두에서 내집마련을 위한 주거사다리를 회복하기 위한 모델을 도입한다는 부분이다. 단순히 공급자 입장에서 대책을 제시하기보다, 수요자 입장에서의 고민을 담고자 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무주택서민 입장에서 주택의 가격, 품질, 입지가 모두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가격의 부담가능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국민이 원하는 곳에, 좋은 품질의 집을 신속하게 공급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를 구입할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난 정부에서의 사상 유례없는 집값 급등은, 영끌족을 양산하는 것을 넘어서 많은 서민들에게 내집마련 자체가 불가능해진 수준이 됐다. 청년들은 연애-결혼-출산은 물론 내집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5포세대가 되어가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올라버린 집값으로 이미 자산격차가 벌어져버린 상황에서 무주택 서민들에게 유일한 희망은 분양가가 규제되는 신규분양주택뿐이다. 이런 점에서 서민 부담을 줄여 "부담가능한 수준의 내집마련"을 지원하겠다는 새 정부의 계획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봄직하다.
구체적으로 공공에서는 교통·정주여건이 우수한 역세권, 신도시에서 시세 70% 이하로 공급하여 생애최초 구매자 부담을 대폭 완화하는 청년원가·역세권 첫집 모델을 예고했다. 또한 금리 인상기 이자부담을 덜어주는 전용 모기지도 제공한다고 하는데, 공공의 역할이 필요한 곳에서 적절하게 주거상향을 지원할 수 있는 모델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민간 영역의 신규 모델로 제시된 '내집마련리츠'도 주목할 만하다. 목돈이 부족한 사회초년생 시기에 임대로 거주하다 6~10년 후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전환해 저렴하게 내집마련이 가능한 모델이다. 19년 분양전환 임대주택 공급이 중단 이후, 기존 해당 모델의 잔여세대 모집은 수백대일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주거사다리 연결 모델(생애주기에 따라 임대부터 내집마련으로 상향되는 하이브리드형 모델)에 대한 입주수요를 반영해 기존 모델을 효율적으로 개편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내집마련리츠는 경기하강압력이 작용하는 요즘과 같은 시기에 임대로 안정적으로 거주한 후, 경기여건과 상황에 따라 분양전환의 선택권을 부여함으로써 국민에게 부담 없이 내집마련 기회를 제공하는 좋은 모델로 생각된다. 한달 후 더욱 자세한 모델과 구체적인 입지가 공개될 것이라고 하는데, 새로운 모델을 통해 국민들의 내집마련의 희망을 회복해줄 수 있기를 기다려본다.
천현숙 고려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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