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발전公 등에 에너지 컨설팅
유럽 신재생에너지 정책 위험해 일부는 오히려 연료 더 들어 모순
전력 믹스로 공급 안정성 늘려야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에 예견됐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전력과 발전공기업 등에 에너지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는 최승신 C2S컨설팅 대표(사진)는 유럽의 에너지 위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최 대표는 29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화석연료 가격과 전력가격은 이미 전쟁 전인 지난해 9월과 12월 두 번에 걸쳐 큰 폭으로 올랐다"며 "폭염과 한파에 재생에너지가 기대했던 전력을 생산하지 못하는 '구조적 결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시적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산업정책 컨설팅업에 몸담으며 사회에 발을 내디뎠다. 그 후 우연한 계기로 전력산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에너지정책 컨설팅 전문가로 자리잡았다.
최 대표는 유럽의 신재생에너지 일변도 정책이 에너지대란을 낳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은 폭염과 한파에 재생에너지가 기대했던 전력을 생산하지 못하면서 이를 천연가스로 메꿔왔다"며 "그러다 지난해 여름 폭염으로 풍력발전이 멈췄고, 이를 다시 가스로 대체하려는 과정에서 재고가 부족함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때마침 수력발전도 가뭄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원전과 석탄발전 냉각수도 부족해져 위기가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신재생에너지가 친환경적이라는 주장에도 의문을 표했다. 일부 신재생에너지는 더 많은 화석연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2.5테라와트의 풍력을 생산하기 위해 4억5000만t의 강철이 필요한데 여기엔 6억t이 넘는 석탄과 9000만t의 원유가 소모된다"며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전환이 일종의 '모순'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대란은 유럽만의 일이 아니다. 100% 에너지 수입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에너지정책은 장래 국가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대사다. 우리나라도 올해 4·4분기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발표를 앞두고 있다.
최 대표는 에너지정책에서 '균형'이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 사태에서 볼 수 있듯 특정 에너지원의 비중을 높이는 행동은 위험한 결말로 치달을 수 있다"며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서는 전력믹스의 균형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탈원전·탈석탄 담론은 자칫 위험한 발상이라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원전과 석탄을 줄인 유럽은 현재 급하게 원전과 석탄을 찾고 있다"며 "원전과 석탄 밸류체인을 급하게 다시 찾아도 바로 복구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늘어난 에너지비용을 한국전력이 모두 떠안는 구조다. 최 대표는 "전기요금 현실화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재는 기존 시스템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에너지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경우 기업은 에너지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공장 가동을 줄이거나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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