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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증시 투자심리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이 8월말 기준 55조원대로 2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1년 전보다 14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투자자 예탁금 55조원 최저
8월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월 투자자 예탁금(장내파생상품 거래 예수금 제외) 평균은 55조743억원(29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1년 전(69조4157억원)과 비교하면 20.6%(14조3414억원)가 빠졌다. 2020년 10월 기록했던 53조8308억원 이후 약 2년 만에 최저치다.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맡겨 놓는 투자자 예탁금은 증시 대기자금의 성격이 강하다. 2020년 하반기부터 코로나19로 풍부해진 유동성이 국내 증시로 들어오면서 크게 늘어났다. 2020년 12월 이후 60조원대를 유지해오던 월 평균 예탁금 규모는 올해 5월 59조9958억원으로 60조원선이 무너졌다. 지금은 55조원선이 위협을 받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7월 초 2200선까지 추락했다가 반등에 성공했고 현재는 2400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그러나 증시 대기자금이 줄어들면서 업계에서는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머니 무브'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는 6월 말 이후 바닥을 다지는 모습이지만 거래대금 감소는 지속됐다"며 "고객 예탁금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도달하면서 거래대금 및 증시 주변자금 감소의 심각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금리가 인상되면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부분도 예탁금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장외 채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채권을 10조183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 1년간 개인의 순매수금액(4조5675억원)을 2배 웃도는 규모다. 개인투자자의 연간 채권 순매수 규모가 10조원을 넘은 것은 금투협이 외부에 투자자별 채권 거래 자료를 공개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정대호 KB증권 연구원은 “개인이 채권에 접근하게 만드는 힘은 결국 금리”라며 “정기예금 대비 1%포인트 이상의 금리 매력과 액면가 이하의 절세 투자매력이 단기 여유자금을 이동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예탁금 이자는 아직 0%대
예탁금이 줄고 있지만 증권사들의 예탁금 이용료율(이자율)은 여전히 0%대에 머물고 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예탁금 이용료율이 가장 높은 곳은 토스증권이다. 올해 5월 연 1% 수준으로 인상했다. 다른 증권사들은 대부분 0%대다. 일부 증권사는 2020년 이후 예탁금 이용료율을 올리지 않아 0.1%에 불과하다.
낮은 예탁금 이용료율과 대조적으로 증권사들은 신용융자거래 이자율을 속속 올리면서 '빚투(빚내서 투자)' 이자율은 10%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달 신용융자거래 이자율을 올린 곳은 유안타증권(최고 9.9%)과 DB금융투자(9.7%), 하이투자증권(9.6%)이다. 한양증권과 키움증권·SK증권·신한금융투자(9.5%)도 최고 금리가 9%대 중후반을 넘었다.
삼성증권·유진투자증권(9.3%)과 이베스트투자증권(9.2%), 한국투자증권·교보증권·KB증권·다올투자증권(9.0%) 등 증권사들도 높게는 9% 이상의 이자율을 매기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자 예탁금은 고객들이 언제든지 빼서 쓸 수 있는 요구불예금의 성격이라 운용수익이 크지 않다.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할 인센티브가 크지 않은 셈"이라며 "반대로 신용융자거래는 고객의 요청에 의해 이뤄지는 적극적인 자금 거래여서 예탁금보다 높은 금리가 부과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빠르게 인상되는데 예탁금 이용료율은 거의 반영이 안 되고 있다"라며 "산정방식도 모호해서 어느 정도 투명성 있는 규칙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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