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가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제2부속실 폐지는 아직도 논쟁 중이다. 당시 야당은 꼼수 공약이라고 비난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야당 의원조차도 "제2부속실을 설치하지 않겠다고 공약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제2부속실을 만들어 김 여사를 후원하는 게 맞다"고 말을 바꾸었다.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선거기간에 불거진 아내 리스크가 가장 큰 원인이었을 것이다. 여러 의혹이 불거지고 난 후 대국민 사과문에서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약속했다.
제2부속실 폐지 약속은 지켰지만,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처음부터 지키기 어려운 약속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내의 역할과 영부인의 역할은 구별 자체가 불명확하다. 상당 부분 중첩된다. 생각해 보시라. 칼로 두부를 자르듯이 나눌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내로서 남편을 잘 내조하기 위해서는 영부인으로서 활동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 실제 그런 일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대통령의 아내로서 참석해야 하는 행사들이다. 그러나 중요한 행사들마저 시스템으로 지원을 받지 못하다 보니 이런저런 일들이 생기고 구설에 오르게 되었다. 신원확인도 안 된 슬리퍼 신은 여성이 영부인을 수행하는 것은 의전의 기본을 어긴 것뿐만 아니라 국민의 자존심에도 상처를 입혔다. 아내 역할이든 영부인으로서의 활동이든, 외부로 드러나든 안 드러나든 모두 공식 활동이다. 활동에 대한 공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하고 역할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비서실에서 담당하든지, 제2부속실을 부활하든지 조직의 이름이 무엇이 되었든 시스템이 작동되어야 한다.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해 구설에 오르는 상황이 안타깝다. 지난 6월 여론조사기관에서 실시한 제2부속실 폐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대통령실에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수행할 제2부속실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의견은 45.8%로 부활 반대보다 높았다. 이런 조사 결과에는 건희사랑 같은 팬카페를 멀리하고 공적 조직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하라는 국민의 당부가 담겨 있다.
돌이켜보면 제2부속실로 인한 폐해도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제2부속실은 최순실 발호의 창구였다. 정책에 관여하는 영부인의 활동으로 인한 문제점들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조직이나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의 문제이다. 운영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조직조차 안 만든다고 하는 것은 현실을 회피하는 일이다. 국민의 관점에서도 영부인의 적당한 역할은 필요하다. 국민에게 상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실시한 영부인의 역할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은 모델은 '대통령이 미처 살피지 못하는 사회의 음지와 소외계층을 찾아 돌보는 국모형'(83.4%)이었다.
제2부속실을 폐지하기에 앞서 영부인의 활동범위에 대한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거기에 부합하는 공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 취임 100일이 넘은 지금, 대통령 부인의 위상이나 역할을 점검하고 공식화해야 할 시점이다.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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