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양(경남)=권준호 기자】 “우와, 정말 높다!”
지난 1일 방문한 경남 함양군 기동마을 내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 모듈은 콤바인 한 대가 충분히 지나다닐 만큼 높았다. 이태식 기동마을 사회적협동조합장은 “모듈 높이는 3~5m로 콤바인, 이앙기 등 농기계가 다니기 수월하다”면서 “농경 활동에 영향을 적게 받는다”고 말했다.
경남 함양군 기동마을 주민이 태양광 발전 모듈 아래서 콤바인을 타고 농작물을 수확하고 있다. 권준호 기자
실제로 이날 한 마을 주민은 콤바인을 타고 직접 농작물을 수확하고 있었다. 성인어른이 탄 콤바인은 상당히 높아 보였지만 태양광 모듈에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영농형 태양광 모듈이 농사를 방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느낄 수 없었다.
기동마을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는 지난 2019년 4월 한국남동발전이 출연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통해 지어졌다. 현재 연간 약 150여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고 있으며 농지는 기동마을 사회적협동조합이 농사를 짓기 어려운 노령층 농민으로부터 임대했다.
태양광 모듈을 제공하는 곳은 한화큐셀이다. 한화큐셀은 기동마을 외에도 함양군 농업기술센터, 울산광역시 울주군 실증단지, 남해군 관당마을 실증단지 등 국내 여러 실증단지에 영농형 태양광 모듈을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영농형 태양광 모듈과 관련, 업계 최초로 친환경 고내구성 추가 인증을 받기도 했다.
기동마을은 이곳에서 생산된 전력을 한국전력과 한국남동발전에 각각 전력도매가격(SMP),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방식으로 판매한다. 기동마을은 2020년 총 3051만원, 2021년 2942만원의 수익을 각각 올렸다.
이 조합장은 “최근 쌀 판매량 감소 등으로 수입이 줄었는데 전력 판매비 덕분에 수입이 조금 생겼다”며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마을회관 도색, 함양군 장학회, 마을이웃 돕기 등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경남 함양군 기동마을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 전경. 약 320여개 태양광 모듈 아래 농지가 조성돼 있다. 권준호 기자
연간 3000만원 안팎을 벌어들이는 발전소지만 설치 면적은 약 1652㎡(500평)으로 생각보다 작았다. 그 안에는 약 320여개의 태양광 모듈이 일정한 각도와 거리를 유지한 채 서 있었다. 마치 커다란 해바라기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모습이었다.
기동마을 주민 대부분은 태양광으로 마을에 수익이 생겨 기쁘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국내 농지법 등 관련 제도가 미비한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워 했다. 현행 농지법 시행령상 농지를 다른 용도로 일시 사용할 경우 허가 기간이 최대 8년이다.
따라서 이 기간이 지나게 되면 수명이 20~30년인 태양광 발전소를 철거해야 한다.
기동마을 주민 김모씨(69)는 “설치 후 8년 만에 철거하는 것은 너무 아깝다”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재학 영남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는 "현재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영농형 태양광과 관련된 지원을 하고 있다"며 "국내에도 영농형 태양광 확산을 위해 보조금 정책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