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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점거해도 손해 묻지 말라니"...野 '노란봉투법' 에 재계 격앙


노조, 파업 따른 손해배상 주요 사례
회사(파업연도) 노조활동 손해배상 청구액 비고
코레일(2006) 단체협약 총파업 노조 대상 150억원 약 70억원 확정
KEC(2010) 노조전임자 임금 미지급에 따른 파업 노조 및 개인 대상 약 301억원 조합원 임금 3년간 30억원 압류
한진중공업(2011) 정리해고에 따른 전면 파업 노조대상 약 158억원 약 59억원 확정
현대제철(2021) 직접고용 위한 점거 및 파업 *1차 : 노조.개인 대상 200억원 *2차 : 개인대상 약 46억원 1심 진행 중
대우조선해양(2022) 임금인상을 위한 점거 및 파업 미정(사측 8085억 추정) 미정
하이트진로(2022) 운송료 인상을 위한 점거 및 파업 개인 대상 약 28억원 최종 합의 및 소송 취하

[파이낸셜뉴스] 노동조합 쟁의행위로 기업이 손해를 입어도 금전적 배상을 제한하는 소위 '노란봉투법'의 9월 정기국회 처리 가능성에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관련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노조의 불법 공장 점거와 기물 파손에 대응할 수 있는 대응책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재계는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이 침해되는 등 글로벌 추세와도 동떨어진 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기업들 '노랑봉투법' 초긴장
12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의 9월 정기국회 통과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노사 쟁의로 타격을 입은 기업이 노조나 조합원 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노조원을 돕기 위한 성금이 노란 봉투에 담겨 전달된 게 노란봉투법의 시초다.

해당 법안은 19·20대 국회에서 폐기되며 7년째 계류됐지만, 최근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의 불법파업과 민주노총 화물연대 대전지역본부 하이트진로지회의 본사 불법점거 사태로 다시 등장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는 불법파업으로 회사에 8085억원의 피해를 입혔다. 이에 사측은 확정되지 않은 손실을 제외한 470억원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또 화물연대는 운송료 30% 인상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으로 하이트진로에 약 100억원의 손해를 입혔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관련자 25명에게 27억7000만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지만, 9일 최종 합의를 통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취하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1일 '정기국회 22대 민생입법과제' 중 6번째로 노란봉투법을 재등장 시키며 근로자편에 섰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반드시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도 정의당에 노란봉투법을 포함한 노동 관련 현안에 협조를 요청하며 9월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이 어떻게 통과될지 모르는 만큼 현재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 어렵고, 법이 통과돼도 소급 적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피해가 발생했는데 소송을 하지 못하면 주주 입장에서는 배임의소지가 있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재산권 과도한 침해" 반발
재계에서는 노동조합의 불법행위로 손해가 발생했음에도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하는 건 헌법상 기본권인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최근 대우조선해양과 같이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불법쟁의행위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건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며 "동시에 민법상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규정에 어긋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맞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로 불법쟁의행위에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입법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노조 활동에 관대한 프랑스도 1982년 노란봉투법과 비슷한 입법이 있었지만, 헌법위원회에서 위헌 결정을 내려 시행되지 못했다.
영국의 노동조합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상한액 규정 역시 올해 7월 상한액을 기존 25만파운드에서 100만파운드로 4배 인상했다. 조합원 개인에 대한 배상청구도 인정됐다. 재계 관계자는 "강성 노조가 있는 기업들 사이에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며 "강성 투쟁을 더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지 못하는 한, 이 법이 우리나라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김영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