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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한 언어와 가치 지닌 공공 조형물, 눈먼 일상을 깨운다 [K-스컬프처와 한국미술]

(9) 진화하는 공공성
공간 꾸미던 역할에서 나아가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형상화
우리 삶의 변화와 실천 제안

고유한 언어와 가치 지닌 공공 조형물, 눈먼 일상을 깨운다 [K-스컬프처와 한국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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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 역사에서 중요한 시기를 본다면 대공황 시절 뉴딜정책, 1960년 후반 도시 속 미술, 1990년대 후반 새로운 장르 공공미술로 요약할 수 있다. 1930년대 제작된 공공벽화들을 공공미술의 시초라고 본다고 해도 공공미술의 역사는 100년이 채 안 됐고 본격적으로 도시에서 공공 개념의 미술작품이 설치되고 논의된 시기부터로 본다면 50년 정도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올림픽 개최를 준비했던 시기부터 공공미술을 위한 법령과 미술작품이 도시에 제작됐고 2006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공공미술 프로젝트들이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초창기 작품들이 건축물미술작품과 벽화들이 주를 이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공공미술 하면 이들 작품들을 떠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할수록 공적 재원이 커지고 공공 영역에 대한 요구는 다양해진다. 최근 우리나라 공공미술은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예술이 사회 및 공동체와 관계 속에서 왜 무엇을 누구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질문하게 하고 장소적 특수성과 커뮤니티와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 그에 맞는 각각의 해법을 구하게 한다. 그러면서 시민들도 과거 수동적 자리에서 벗어나 공공미술의 주체로서 공공미술의 주요한 참여자가 됐고 이런 과정 속에서 다양한 방식의 관계 맺기와 다양한 실험들이 이뤄지면서 공공미술은 진화하고 있다. 또한 작가적 상상력은 공공성과 예술성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 고민하는데, 공공성을 지향하는 미술작품들은 조각적 실험을 통해 조각적 언어를 확장하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공공미술에서 '장소특정성'은 장소와 공동체의 관계성이 중요하고 각 지역적 특수성이 중요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진보는 인간 생활을 이전과는 다르게 변화시키면서 지역적 공동체 뿐 아니라 지역적 장소를 벗어난 공동체, 가상공간의 공동체 등이 출현하면서 공공미술에서 장소성과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적 해석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세계는 하나의 공동체로서 더욱 긴밀하게 연결됐다. 이제 지구가 당면한 문제는 국가와 종의 경계 없이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공공미술 경향은 지구 공동의 문제를 지금 여기의 문제로 환원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생태와 커뮤니티의 공공성은 주요한 주제다. 예술은 지구온난화, 해양오염 등이 다른 나라,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모두의 가장 시급한 문제임을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인간이 쓰고 버린 것들이 바다 한가운데 모여 커다란 쓰레기 섬을 이루고 스티로폼은 해안가 바위가 되고, 쓰레기 인공물들이 자연을 대체해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당장의 편리함 앞에 진실을 외면하고 눈감는다. 예술가들은 이런 문제들을 작품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각인시키며,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 묻고 우리 삶의 변화와 실천을 제안한다.

공공미술은 우리 동네 작은 공동체에서 지구 생명과 자연 모두를 아우르는 커다란 공동체까지 이웃이 되는 방법을 고민한다. 동네 도서관에서 주민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 속에서 예술을 체화하는 미술. 예술가 동료가 작품 보관할 곳이 없어서 소중한 작품을 폐기하지 않고 보관 전시할 수 있는 보이는 공공수장고를 공공미술 작품으로 만들어 주민들에게는 동네 미술관을 경험하게 하는 미술. 이렇듯 작가들은 공공미술을 작가 고유의 예술성과 공동체를 결합하는 시키는 무수한 실험들을 통해 공공미술을 더욱 새롭게 하고, 조각의 언어와 매체를 실험한다.

더 이상 예술이 손닿지 않는 곳에 있지 않다.
예술적 경험을 통해 눈먼 일상을 깨우고 우리에게 평범한 일상에 왜라는 질문을 하게 한다. 세상을 사유하는 방법과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묻는다. 이런 질문과 실천에서 공공성은 우리 일상을 바꾸고 동시대 예술을 진화해가게 할 것이다.

박수진 서울시립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