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장마에 농산물값 치솟아
자영업자들 비용줄이기 안간힘
밑반찬·쌈야채 등 최소한으로만
외식비 상승률 20년 만에 최고
"지출 늘었는데 양 줄어" 불만도
#.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샤브샤브집을 방문했다 '김치'가 기본 제공되지 않는 사실에 당황했다. 혹시 깜빡하고 제공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해서 옆 테이블을 둘러봤지만 배추김치가 있는 테이블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다 한 테이블에서 갓김치를 먹는 것을 보고 이를 요청하자 '추가비용'을 내고 주문해야 하는 메뉴라는 답을 받았다. 기본메뉴라고 생각한 밑반찬에 돈을 더 지불하기엔 아까운 느낌이 들어 울며겨자먹기로 ‘김치없는 샤브샤브'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무서운 속도로 물가가 상승하면서 외식업계 전반의 비용 줄이기가 한창이다. 특히 최근 폭염과 장마 등 기상 여건 악화로 농작물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이같은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기본으로 제공되던 밑반찬이나 쌈야채 등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대체 재료를 찾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는 중이다. 소비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외식 물가가 부담스러운데 양과 서비스까지 줄어들자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자영업자는 '비용줄이기' 안간힘
19일 통계청의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외식비 상승률이 8.8%로 1992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농산물을 비롯해 전방위적으로 식료품 가격이 오르자 가격 인상에 나선 곳들이 많아지면서다.
자영업자들은 직격탄을 맞으며 비용 줄이기에 안간힘이다. 서울시 강남구에서 쌀국수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당분간 '고수'를 주문하지 않기로 했다. 고수 가격이 들쑥날쑥할 뿐 아니라 너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가락시장의 거래가격은 200g에 최고 7800원가량까지 올랐는데, 이는 전년동기 대비 두 배 수준에 달한다. 김씨는 "이미 많은 쌀국수집에서는 고수를 기본 제공하지 않고, 추가비용을 받고 제공하고 있다"면서 "일부 손님은 이렇게 할 경우 불만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서 아예 당분간은 고수를 주문하지 않고 재료 소진이라고 말하는 쪽을 택했다"고 털어놨다.
많은 식당에서는 기존에 무한리필로 제공하던 반찬코너를 없애기 시작했다. 이도 아니면 리필 횟수를 명시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일부 식자재의 경우 일시적으로 급격하게 가격 인상이 될 경우 대체재료를 찾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지난주 양상추 수급이 힘들어지며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올랐는데, 이에 햄버거와 샐러드 가게 등에서는 양상추 대신 로메인을 쓰거나 양배추를 활용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줄어드는 양과 서비스에 소비자 불만 높아져
소비자 입장에서는 외식비 지출은 늘어나고 있지만 오히려 양은 줄어들고, 서비스 수준도 저하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수제비집을 갔다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수제비 두 그릇과 감자전 한 개를 먹었는데 총 지불한 비용은 3만3000원이었다. 그런데 김치를 추가할 때마다 소량만 채워줘 눈치가 보여 제대로 먹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예전에는 각 테이블마다 김치통이 올려져 있어 원하는 만큼 편하게 먹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김치통도 사라지고 점원에게 눈치보며 계속 김치를 달라고 해야 한다"면서 "적지 않은 돈을 내고도 이런 서비스를 받아야하는 것인지 황당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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