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삼성화재안내견학교
故 이건희 회장 뜻에 따라 설립
6~8개월 훈련 후 안내견으로 활약
해마다 12~15마리 무상 분양
인식개선 위한 사회적 노력도 병행
20일 경기 용인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첫번째)이 6~8년 간의 안내견 활동을 마친 은퇴견들을 축하하며 꽃 목걸이를 걸어주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생전에 반려견 사랑이 각별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이 회장이 반려견을 바라보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경기 용인 에버랜드로 가는 길. 정문에 도달하기 전 옆길로 빠지자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삼성화재안내견학교가 나왔다.
녹음에 둘러싸인 학교 내 놀이터에서는 아이들 대신 강아지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이 강아지들은 6~8개월 훈련을 받은 뒤 안내견으로 활약하게 된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고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신경영 선언 직후인 지난 1993년 9월 설립돼 29년간 운영되고 있다.
■고 이건희 회장 '신경영'의 유산
20일 시각장애인 안내견 양성기관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훈련을 마친 안내견을 시각장애인 파트너에게 전달하는 '2022년 안내견 분양식'을 열었다. 분양식에서는 안내견 8마리와 은퇴견 6마리가 각각 새로운 가족을 만났다. 특히 은퇴견 6마리 중 3마리는 6~8년 만에 강아지 시절을 함께한 가족들과 재회하며 감동을 더했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1994년 안내견 '바다'의 분양을 시작으로 매년 12~15마리를 무상 분양하고 있다. 올해까지 총 267마리가 분양됐고, 현재 70마리가 안내견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신경영을 역설하던 당시 프랑크푸르트 회의에서 "안내견 한 마리를 만들려면 10만달러가 든다. 셰퍼드나 래브라도 리트리버도 1만마리 중 한 마리만 안내견이 될 수 있다"며 "아무리 비싸더라도 외국에서 최고의 훈련사를 데려와 용인에서 몇 마리라도 만들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를 통한 사회공헌을 지속해 국민정서 순화와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고, 관련 사업 활성화를 통한 경제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분양 행사 전에는 시각장애인 입장이 돼 안내견과 함께 길을 걷는 체험도 진행됐다. 체험자들은 "눈이 안 보이니 생각보다 더 무서웠고 방향성에 대한 두려움이 컸는데, 안내견이 있으니 의지가 많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체험을 도운 유석종 삼성화재안내견학교 프로는 "안내견의 역할이 이렇듯 중요한데, 외출해 매장에 들어갈 때 개는 들어갈 수 없다고 제지당하면 너무 속상하다"며 "안내견은 단순히 개가 아니라 제 눈과 같은 존재"라고 강조했다.
■안내견 차별 없애는 노력 지속
이어 진행된 분양식에서는 눈물바다가 펼쳐졌다. 안내견 후보 강아지를 위탁받아 1년여를 돌보며 사회화 훈련을 담당한 첫 번째 가족인 '퍼피워커'들이 안내견들을 떠나보내는 아쉬움이 터져나온 것이다.
탱고를 떠나보내는 임남주씨는 "15개월의 시간이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데, 탱고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항상 우리와 함께한 또 하나의 가족이었다"며 "탱고와 함께할 파트너분의 앞날에도 밝음과 희망이 함께하시길 바란다"고 말하며 흐느꼈다.
안내견 분양을 하며 훈련사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사회에서 바라보는 잘못된 시각이었다. 특히 안내견들은 훈련 스트레스로 수명이 짧다는 오해를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유 프로는 "안내견은 매년 건강검진을 받고 있고, 적성에 맞는 안내견을 선별하다 보니 일반견보다 보통 1~2년 정도 더 오래 산다"며 "안내견 파트너들도 분양 한달 전부터 이곳에서 함께 안내견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역시 안내견 차별을 없애기 위한 사회적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2002년 월드컵에서는 미국·폴란드 경기에 시각장애인 10명과 안내견을 초청했고, 부산아시안게임 성화봉송에는 3명의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함께 참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에 이건희 회장은 세계안내견협회로부터 2002년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각장애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한 관계자들께 감사를 드린다"며 "법과 제도의 미비한 부분이 개선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도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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