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 반대 주주연합 발족 등
소액주주 힘합쳐 반대 목소리 키워
"풍산이 왜 꼼수로 공시를 했는지 의아하다.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사익추구를 위한 소위 오너라는 대주주의 악의적 탐욕으로 소액주주의 뒤통수를 친 것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풍산 소액주주 A씨)
최근 DB하이텍이 반도체 설계사업 분사를 검토한다는 소식에 이어 풍산이 방산사업 물적분할을 공시하면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다. 금융당국이 최근 물적분할에 따른 소액주주 피해를 막기 위한 규제방안을 내놨지만 기업들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오히려 규제를 피해 물적분할을 강행하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풍산의 주가는 물적분할을 발표한 이달 7일 이후 19일까지 13.0% 하락했다. DB하이텍은 이날 장중 4만150원을 터치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풍산은 경영의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방산사업 물적분할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존속법인은 신동부문에 집중키로 했다.
앞서 DB하이텍은 올해 7월 시스템 반도체 제조를 담당하는 파운드리사업부와 설계(팹리스)를 담당하는 사업부의 분사를 검토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공시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성장성이 높은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고, 자회사를 상장하면 지주회사인 모회사의 가치가 저평가되는 '지주사 디스카운트' 현상으로 기존 주주들의 가치가 희석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풍산의 경우 금융위원회가 지난 4일 물적분할에 대한 일반주주 권익 제고 방안을 발표하자 사흘 뒤 기습적으로 물적분할을 공시했다. 금융위는 상장기업의 주주가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경우 기업에 주식을 매수해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키로 했다. 회사가 기존 주주의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주주들은 풍산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이 발효 전에 꼼수를 부렸다고 지적한다. 풍산 소액주주연대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해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풍산의 한 소액주주는 네이버 종목 토론방에 "풍산은 신설법인의 비상장을 유지해 주주가치를 조금도 훼손하지 않을 것이고 경영의 효율성을 강화해 장기적으로 방산사업의 가치부각과 기업가치 증대를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면서 "하지만 이렇게 좋은 내용을 왜 꼼수로 공시를 했는지 의아하다. 추석 연휴 직전에 발표해 소액주주들은 손을 쓸 수 있는 겨를조차 없어 막대한 손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DB하이텍 역시 물적분할을 우려한 소액주주들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주주명부 열람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민사1부는 22일 이모씨 등 소액주주 10명이 DB하이텍과 최창식 DB하이텍 대표이사 등 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신청을 심문한다.
현재까지 소액주주 1500여명이 연대를 구성했으나 채권자 신분으로 가처분을 신청한 인원은 10명으로 추려졌다. 소액주주들은 현재 4.9%의 지분을 확보했다. 주주명부 열람을 통해 지분을 10% 이상으로 확대하고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하는 식으로 물적분할 반대에 목소리 낸다는 방침이다.
이미 물적분할을 완료한 한국조선해양의 주주들은 주주연합을 꾸리고 물적분할 반대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바이오기업 알테오젠의 주주들도 '자회사에 핵심 파이프라인을 넘겨 사실상 물적분할 피해를 봤다'며 지난달 30일 대전지방법원에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신청을 하기도 했다.
최근엔 DB하이텍·풍산·한국조선해양 소액주주연합이 물적분할 반대 주주연합을 발족시켰다. 주주연합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하고 위반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며 소액주주 보호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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