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발 사업장 대거 부실화 가능성
최저 수준 NPL은 착시 효과
서울 남산에서 본 서울 아파트.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금은 부실 초입국면이다. 부동산 NPL(부실채권) 투자도 조심스럽게 접근 하려고 한다.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원리금 상환유예는 1년 더 연장하고, 만기연장은 3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코로나19 금융지원 재연장 및 연착륙 방안'은 부실을 키우는 '재앙'이 될 것으로 본다."
한 투자사 대표의 시각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 잔액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우려다. 지난 22일 원·달러 환율(1409.7원)이 13년 6개월만에 1400원선을 뚫으면서 부실 우려는 더 커질 전망이다.
부동산 PF發 부실 본격화
증권사 부동산 PF 현황 /그래픽=정기현 기자
26일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증권사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4.7%로 2019년 말(1.3%) 대비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익스포져’(위험 노출액)는 올해 1·4분기 28조8436억원으로 2020년 말(24조5897억원) 대비 17.3% 증가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3월 말 국내 주요 증권사 24곳의 PF 대출과 브릿지론 비중은 전체 자기자본의 39%에 달한다. 소형사는 이 비중이 49%에 이른다. 영업자산 대비 PF 대출·브리지론 비중이 2016년 6.9%였던 캐피털사도 3월 말 14.7%까지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개발 시장에서는 '돈맥경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잠재 부실을 우려해 금융당국이 대출 규모 확대에 제동을 걸자 새마을금고와 농협까지 봉쇄에 동참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최근 주요 저축은행장을 소집, 전년 대비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규모를 20%를 초과해 늘리지 말 것을 지도했다.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고 있어 부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올해 상반기 이미 상당수 저축은행의 전년 대비 부동산 PF 대출 규모가 120%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이에 저축은행들이 대출을 제한하면서 부동산 PF 대출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부동산 PF 대출은 미래에 지어질 건물(담보물)과 그 건물을 분양 또는 임대해 발생하는 미래현금(상환능력)을 기반으로 실행하는 여신을 말한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는 부실 가능성이 높다.
순자본비율(NCR) 규제비율인 100%에 근접한 중소형 증권사의 직원들도 당국에 소환되기도 했다. 채무보증비율이 높으니 앞으로 PF대출을 자제하라는 것이 골자다.
새마을금고는 공동대출 관련 법인의 취급한도를 기존 1000억원에서 700억원으로 낮췄다. 동대출은 여러 개 상호금융조합이 함께 여신을 취급하는 것을 말한다. 또 미분양담보대출은 원칙적으로 취급을 제한하고 관리형토지신탁 사업비대출은 800억원 이하로 취급할 방침이다. 단 회사채 신용등급 A- 이상 시공사가 참여하면 1000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농협중앙회는 부동산 개발 관련 공동대출 신규 여신(대출) 취급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특히 미분양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대출금을 회수하는 특약을 맺도록 했다.
농협중앙회는 우선 토지매입자금 등 부동산개발관련 공동대출의 타행 대환대출 취급을 금지한다. 부동산 개발 관련 인허가 등이 완료되고 시공사(직전년도 시공능력평가순위 100위 이내)의 지급보증 또는 채무인수 등 신용보강이 이뤄진 경우로 제한했다.
NPL에 '버블'…부실의 착시효과
서울 종로구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연합뉴스
하지만 3·4분기 은행권 NPL 매각 입찰에서 채권원금인 미상환원금잔액(OPB)을 기준으로 신한은행(346억원), 하나은행(274억원), NH농협은행(371억원)의 NPL은 낙찰금이 100%를 넘는 일이 발생했다. 104.3%(하나F&I), 103.2%(대신F&I), 101.4%(하나F&I)다. 경쟁 심화로 NPL 투자사들이 적정 가격에 NPL을 매입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버블' 상황에서 지속돼 왔던 현상이지만 이번엔 주요 3개 은행 NPL에서 이 현상이 생겼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라 시장의 버블은 꺼져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금융지원이 여러 차례 연장되면서 금융권의 NPL이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
부실채권 물량이 부족하면서 오히려 가격이 오른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부실이라는 물을 가둬둔 '부실의 댐'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부실여신이 정상으로 포장, 착시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 유동성이 급격하게 줄고,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6개월 연속 적자가 확실시 되는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수치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무역수지는 41억 달러 적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0.41%로 지난 1분기 말(0.45%)보다 0.03%포인트(p) 하락했다. 지난해 동월 말과 대비해도 0.12%p 줄었다.
은행권은 대출채권의 부실 위험을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개로 나눠 관리한다.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 여신부터 부실채권으로 분류된다.
지난 6월 말 기준 부실채권은 10조3000억원으로 올해 1·4분기 말 대비 5000억원 감소했다. 기업 여신이 8조6000억원으로 전체 부실 채권의 83.8%를 차지했다. 가계 여신이 1조5000억원, 신용카드 채권이 1000억원 순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이달 말 종료를 앞두고 있는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만기 연장, 원리금 상환 유예조치를 대출 만기의 경우 3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장안이 확정될 경우 5번째 연장이 된다.
IB업계 관계자는 "명백하게 부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은행권 부실채권은 감소하는 것으로 집계되는 것은 '왜곡'"이라며 "다음달 본격 가동되는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이 시장 왜곡을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건에 맞는 금융권 NPL 대부분이 새출발기금 운영사인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로 넘어간다"면서 "NPL 시장에 나오는 금융사의 부실채권은 새출발기금 조건에 맞지 않는 채권에 한정돼 시장 공급물량이 크게 줄어들고 NPL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코로나19 유예조치로 기업의 디폴트(부도)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부채가 있는 기업들이 자구책으로 공장을 매각하는 것도 미루는 상황"이라며 "유예조치가 끝나는 순간 부실채권으로 돌변할 것이다. 규모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겨냥한 부실채권 펀드가 여럿 만들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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