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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펫로스 겪던 사람들…그림으로 다시 웃을 때 뿌듯해요"

김소울 플로리다마음연구소 대표
미술치료기관서 심리상담 도와
한국인 최초 美 미술치료학 박사
특수학교 봉사서 그림으로 소통
식사 때 감정 그려 섭식장애 치료
전문가 도움받아 삶 더 나아지길

[fn이사람] "펫로스 겪던 사람들…그림으로 다시 웃을 때 뿌듯해요"
김소울 플로리다마음연구소 대표
"그림을 어렵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길 가다 보이는 노을 사진을 찍는 것도 미술이 될 수 있어요. 많은 분들이 미술을 좀 더 편하게 생각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플로리다마음연구소 김소울 대표(40·사진)의 말이다. 김 대표는 미술치료 상담기관인 플로리다마음연구소를 운영하며 심리치료를 돕고 있다.

특히 섭식장애, 펫로스(pet loss) 등을 겪은 이들과 활발히 소통한 경험을 기반으로 '치유 미술관' 등 15권의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동시에 다양한 강연을 통해 시민과 만나는 등 'N잡러'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김 대표는 대학 시절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그가 미술치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자폐아동들이 다니는 특수학교에 자원봉사를 다니면서부터였다.

김 대표는 "장애아동들과의 대화가 어려워 함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며 "'보여주는' 용도인 줄만 알았던 미술이 언어의 매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봉사를 통해 미술치료사의 길을 걷기로 했다. 하지만 당시 국내에는 관련 공부를 깊게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한국인 최초 미국미술치료학 박사학위를 딴 뒤에야 본격적인 미술치료사의 길로 들어섰다.

플로리다마음연구소의 주된 상담 내용은 '섭식장애'와 '펫로스'다.

김 대표 자신도 겪었던 일이다. 7년간 섭식장애로 고생했다. 그는 "섭식장애 환자들은 자신의 가치가 남에게 보여지는 것으로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면서 "그럴 때마다 음식을 먹은 뒤 어떠한 감정이 들었는지 등을 그리게 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10년 넘게 키우던 강아지를 떠나보낸 것도 그가 '펫로스' 미술치료를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펫로스를 겪는 사람들을 모아 참여자들이 반려동물을 처음 만났을 때, 가장 행복했던 순간, 아쉬웠던 순간을 서로 공유하고 우리만의 장례식을 진행하며 아이를 떠나보내는 작업을 한다"면서 "치료가 끝난 뒤 내담자들이 '다시 웃을 수 있을 줄 몰랐다'고 말할 때 가장 뿌듯했다"고 회상했다.

미술치료를 하며 가장 뿌듯한 순간은 상담이 끝난 뒤 내담자들의 뜻밖의 연락을 받을 때다. 김 대표는 "어렸을 적 학대와 이별 트라우마로 연애나 결혼생활에 두려움을 갖고 계신 20대 여성 내담자가 연구소로 찾아온 적이 있었다"면서 "상담이 종료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청첩장을 보내왔을 때 내 일처럼 행복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미술치료에 갖는 심리적 문턱을 더 낮추려고 노력 중이다.

그는 "'미술치료'라는 말이 거창해 보이지만 일상에서 '나'를 표현하는 일을 미술이라고 생각하면 부담이 덜할 것"이라며 "혼자서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들을 마주할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님을 말씀드리고 싶다. 다양한 치료를 통해 삶이 조금 더 나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