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제6회 공정경쟁포럼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관련 논의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국정과제로 '대기업집단 제도개선'을 추진 중인 가운데, 동일인 지정제도의 불합리한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8일 제6회 공정경쟁포럼을 열고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현행 기업집단 지정제도는 동일인에게 친족 등 동일인관련자에 대한 자료제출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시 형사처벌을 하는 반면에 동일인 정의규정 부재, 이의제기 절차 미비 등 문제점이 많아 제도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포럼의 주제발표를 맡은 박세환 교수는 "최근 동일인, 동일인 관련자, 기업집단 지정과 이에 수반되는 기업집단 지정자료 제출요청에 있어서 내용·절차상 불합리한 점들이 많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특히 동일인 지정은 대기업집단 규제의 출발점이자 핵심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동일인 및 기업집단 지정이 불명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동일인 판단기준, 지정·이의제기·불복절차가 불명확 △동일인이 법인인지 자연인인지에 따른 규제 차이(형평성) △ 기업집단 지정자료 제출에 관해서 일어나는 지나친 형벌주의 등의 문제점을 개선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패널로 참석한 김·장 법률사무소 강지원 미국변호사는 "최근 공정위의 동일인 변경 사례에서도 법령상 명시된 기준 외에 다양한 고려요소들이 판단에 반영되는 등 동일인 지정의 예측가능성이 충분하지 못하다"면서 "외국인 지정, 세대간 경영권 이전, 경영권 분쟁 등 다양한 상황에 대한 공정위의 판단기준을 담은 고시나 심사지침의 제정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외에도 대규모 기업 집단의 규제대상이 지나치게 많아 그 숫자를 대폭 줄이는 방안과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되 사익편취 가능성이 큰 부문은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난 8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제도 합리화를 위해 발표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서도 열띤 논의가 이뤄졌다. 공정위는 친족범위를 혈족 6촌에서 4촌으로, 인척 4촌에서 3촌으로 각각 축소하면서 혈족 5~6촌과 인척 4촌이 동일인의 지배력을 보조하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친족 범위에 포함되도록 규정했다.
박 교수는 "친족범위를 축소하는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동일인의 지배력 보조에 관한 예외조항에 대해서는 기업들의 부담이 실질적으로는 줄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며 "현행 대비 기업부담을 줄이면서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율촌 이승재 변호사도 "예외조항을 남겨둠으로써 사업자 입장에서 친인척들을 대상으로 이를 파악하고 검증하는 부담이 오히려 더 커질 수 있어 당초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집단의 공시가 과다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기업집단 공시제도는 공시대상 정보가 방대해 업무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있음에도 공시대상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토론을 주재한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30~40년 전 일부 기업의 국내시장 독점이 우려되던 시기에 도입됐지만, 국내·외 기업 구분이 의미 없는 글로벌 경쟁 시대에 우리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막고 있지 않은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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