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기업들이 코로나 극복 기대감이 만연했던 지난해 3·4분기 이후 5분기 연속으로 경기 전망이 어둡다고 내다봤다. 원가 상승 및 원자재 수급 불안과 금리인상 기조 등으로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주요국들이 고물가를 잡기 위해 강도 높은 긴축을 지속하고 있어, 중소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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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I, 5분기 연속 '부정적'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8월 23일~9월 5일 전국 2172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기업들의 4·4분기 전망치는 81로 집계됐다고 28일 밝혔다. 올해 3·4분기(79)와는 대동소이하지만, 지난해 3·4분기 이후 5분기 연속으로 부정적 전망이 많은 것이다. BSI는 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 관계자는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긴축이 맞물려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며 기업들은 이익 극대화가 아닌 안전과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내수회복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소비마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업종별로는 조선·부품(103), 의료·정밀(102)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경기전망지수가 100을 넘지 못했다. 조선·부품은 지난 분기에 이은 수주 호황과 고선가가, 의료·정밀은 코로나19 특수가 지속되며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한 기업이 많았다.
반면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비금속광물(70)은 가장 부진했다. 공급망 차질에 고환율이 겹쳐 원가 부담이 심화된 탓으로 보인다.
특히 중견·중소기업 4·4분기 전망치가 82인데 비해 대기업은 69로 집계돼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 수출 주력업종인 반도체, IT·전자, 철강, 화학업종들의 경기전망이 모두 부진한 결과로 풀이된다.
반도체 부품을 제조하는 대기업의 영업담당 임원은 "수출 비중이 크다 보니 업황이 글로벌 경기와 연동되는 측면이 많다"며 "4·4분기에도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주요국 경기 위축으로 인한 수출 부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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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고금리'로 자금조달 차질
금년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리스크로는 '원가 상승 및 원자재 수급 불안'(82.1%)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환율 등 대외 경제지표 변동성 심화(47.2%) △금리 인상 기조(46.9%)도 높은 응답률을 보여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에 대한 기업의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영 리스크로 금리 인상 기조를 꼽은 비율은 중소기업 47.9%, 대기업이 37.2%로 나타났다. 고물가를 잡기 위한 주요국의 강도높은 긴축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이 한동안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3고 상황이 심화되며 기업들은 인건비, 재고비용까지 급등하는 이른바 '5고' 위기에 처해있다"며 "건실한 기업들이 일시적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부 지원책을 촘촘히 마련하고 금융·외환시장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응답기업 5곳 중 3곳(58.5%)은 올해 우리 경제의 2% 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6%, OECD 전망치는 2.8%이다. 응답기업 절반(49.8%)는 올해 실적 목표치 달성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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