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칠링’으로 1등 닭고기 생산
물에 담그는 타사의 방법과 달리
냉풍 부는 7㎞ 라인서 온도 낮춰
라면·즉석밥·HMR까지 영역 확대
하림은 차가운 바람으로 닭고기 온도를 낮추는 '에어칠링'(공기냉각) 과정 등을 거쳐 닭고기의 신선함을 유지한다. 하림 제공
【파이낸셜뉴스 익산(전북)=박지영기자】 "신선한 식재료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고, 최고의 맛이 아니면 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림이 닭고기를 넘어 라면·즉석밥·가정간편식(HMR) 시장까지 뛰어들며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자연·신선·최고의 맛'을 밥상에 올린다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하림은 생산과정에서부터 독자적인 기술을 엿볼 수 있었다.
29일 전북 익산에 위치한 하림의 '닭고기 종합처리센터'에 들어서자 예상과 달리 깔끔한 환경이 눈에 띄었다. 흔히 '닭공장'이라고 하면 냄새가 나고 칙칙할 것으로 생각한다. 오히려 최첨단 설비들과 쾌적함이 특징이었다.
이곳은 닭고기 시장 점유율 1위인 하림의 가장 중요한 전초기지다. 지난 2019년 2600억원을 들여 스마트팩토리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해 최고 수준의 최첨단 도계 및 가공 육가공 설비를 갖췄다. 핵심은 '신선함'이다. 도계부터 제조까지 24시간 안에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하림이 점유율 1위의 닭고기를 생산해낼 수 있는 것은 하림만의 차별화된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스트레스 없이 사육하는 '동물복지'를 통해 길러진 닭들이 이곳으로 오면 '가스스터닝' 과정을 거쳤다. 보통 도계장에서는 전기 충격으로 닭을 기절시키지만 이곳에선 이산화탄소를 사용해 잠들듯이 기절시킨다.
하림 관계자는 "전기충격으로 닭을 기절시키면 그 순간 충격으로 모세혈관이 파괴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방식은 모세혈관 안의 피까지 깔끔히 배출될 수 있어 닭고기의 신선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에어칠링(공기냉각) 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다른 점이었다. 타사에서는 도계한 닭을 차가운 물에 담그는 방식을 이용하지만 이 과정에서 교차오염 등의 발생 우려가 있다. 하림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냉풍이 부는 총 7㎞ 길이 라인을 200분간 지나도록 해 닭의 온도를 2도까지 떨어뜨린다.
하림 관계자는 "물에 담근 후 빼는 방식을 쓰면 수분을 머금어 닭이 잠시는 탱탱해 보일 수 있지만 이후 수분이 배출되면서 촉촉함이 사라진다"면서 "하림의 닭은 물에 담그지 않기 때문에 수분 손실이 적고 촉촉하다"고 설명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닭고기의 신선함을 지키기 위해 작업장 온도를 8도로 유지하는 것 역시 차별점이다. 이후 살얼음 코팅 개별급속냉동(IFF)을 위한 '냉각터널'을 통해 신선함을 유지시킬 수 있도록 했다.
닭고기 종합처리센터에서 9㎞ 떨어진 하림산업의 퍼스트키친에서도 하림만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퍼스트키친은 하림이 종합식품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4500억원을 들여 지난해 4월 완공한 곳이다.
하림 관계자는 "현재 가정의 주방은 조리보다는 식사를 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어 퍼스트키친은 조리를 담당하는 공간인 식품공장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호남평야에서 생산한 풍부하고 다양한 식재료로 밥, 국, 탕, 라면 등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내고 있다. 특히 K3 생산 라인에서는 더미식 즉석밥을 만드는데, 반도체 공장의 청정도와 비슷한 수준의 '클린룸'에서 제조되는 것이 차별점이다.
하림 관계자는 "생산과정이 더 오래 걸리고 설비가 비싸기 때문에 생산단가는 높아질 수 있지만 최고의 음식을 만든다는 철학을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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