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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드레스 입은 올림피아가 부르는 ‘인형의 아리아’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개막]

가을밤 적시는 19세기 낭만주의… 내달 2일까지 예술의전당서 fn·국립오페라단 공동주최
세 가지 연애담으로 관객 매료
남성 벗어난 주체적 여성상 그려
제바스티안 랑 레싱 선율 지휘
성악가 국윤종·이윤정 등 무대
은박 씌운듯 화려한 볼거리 장관

한복 드레스 입은 올림피아가 부르는 ‘인형의 아리아’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개막]
파이낸셜뉴스와 국립오페라단이 공동주최한 프랑스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가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오페라 2막에서 시인 호프만(테너 국윤종 분·왼쪽)이 미친 과학자가 만든 기계인형 올림피아(소프라노 이윤정 분)에게 푹 빠져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무대는 몽환적이고, 음악은 매혹적이었다. 파이낸셜뉴스와 국립오페라단이 공동주최한 프랑스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얘기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한 2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독일 지휘자 제바스티안 랑 레싱이 이끄는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선율과 국윤종·양준모·김정미 등 성악가들의 아름다운 아리아로 차고 넘쳤다. 특히 눈을 닫고 귀를 열수록 프랑스 오페라 특유의 낭만적 감성과 오펜바흐 음악의 서정성과 다채로움이 더 깊이 와닿았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한여름 밤의 꿈'처럼 19세기 낭만주의 오페라의 진수로 평가받는 '호프만의 이야기'도 하룻밤에 들려주는 몽환적 연애담으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이 작품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해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시인 호프만이 들려주는 세 가지 연애담(2~4막)으로 구성된다. 호프만의 수호천사인 뮤즈와 사사건건 호프만의 사랑을 방해하는 악마 그리고 그 사이에서 속고, 잃고, 배신당하는 호프만의 실연은 시련을 자양분 삼아 자라고 성장하는 예술 혹은 인간의 삶과 겹쳐진다. 동시에 19세기 남성의 사랑에 종속되지 않는 주체적 여성상을 제시한다.

2019년 초연과 달리 이번에는 세 여인의 역할을 세 명의 소프라노가 각각 맡아 노래한다. 과학기술의 산물인 인형 올림피아(이윤정·강혜정), 음악적 재능을 타고났으나 폐병에 걸려 죽을 위기인 안토니아(윤상아·김순영), 그리고 요부 줄리에타(오예은·김지은)가 그들이다. 2~4막은 마치 극 속의 극처럼 전개되며 서로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인형을 포장한 큰 상자를 통해 여성의 성상품화를 꼬집는 2막은 합창단과 무용수까지 무려 70여명이 등장해 스펙터클한 장면을 연출한다. 3막은 안토니아를 자극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미라클과 안토니아의 아리아 대결이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재능을 포기하고 이름 없는 가정주부로 살아가겠느냐"는 대사가 직설적이다. '호프만의 뱃노래'로 유명한 4막은 무대 전체에 은박으로 씌운 듯 번쩍이며 화려함을 뽐낸다. 검붉은 드레스의 줄리에타가 마치 가련한 여인인 양 호프만을 속이려 노래하면 그녀의 정체를 아는 관객조차 그 유혹에 넘어가고 만다.

무대 전면에 드리운 메탈 소재 투명막과 조명 그리고 영상을 활용한 무대는 미니멀하면서도 세련됐다.
원·사각 등의 도형을 활용한 무대 디자인과 바이올린·피아노 등 상징적인 오브제 그리고 적절한 영상 투사로 기괴하면서도 환상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복에서 모티브를 딴 드레스 디자인도 눈여겨볼 만하다. 9월 29일~10월 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0월 1일 오후 3시 공연은 크노마이오페라라이브와 네이버TV에서 중계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