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린이 탈출기 #9] 일반주주의 적, 물적분할 후 상장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와 한화 소액주주모임 관계자들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에서 한화의 물적분할 반대 피켓팅을 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최근 한화솔루션의 주가가 분할 소식에 크게 하락했던 일 기억하시나요? 지난 9월 23일 한화솔루션은 갤러리아 부문을 ‘인적분할’하고 첨단소재 부문의 일부 사업을 ‘물적분할’한다고 발표했죠. 발표 이후 첫 거래일에 한화솔루션 주가는 6% 이상 떨어졌습니다. 한화솔루션 이전에도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이 물적분할을 했죠. 이 기업들 역시 분할 발표 후에 주가가 크게 빠졌어요. 대체 분할이 뭐길래 주가에 큰 영향을 끼치는 걸까요?
물적분할 VS 인적분할
분할은 뜻 그대로 기업 내 여러 사업을 떼어내 새로운 회사로 만드는 것을 의미해요. LG에너지솔루션이 분할로 탄생한 회사랍니다. 원래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의 여러 사업부 중 하나였는데요. 이를 떼어내 하나의 독립된 회사로 만드는 것이 바로 분할이에요.
분할은 물적분할과 인적분할 2가지 종류가 있어요.
물적분할은 새로 생긴 기업의 지분을 모회사가 100% 보유하는 방식으로 기업을 쪼개는 것을 뜻해요. 인적분할은 떼어낸 회사의 소유권을 기존 모회사 주주들이 동일하게 갖는 방식이죠. 예를 들어 A 기업의 주식을 200주 갖고 있었다고 했을 때, A 기업이 A와 B로 50대 50대 인적분할을 한다면, A 기업 주주들은 A 주식 100주, B 주식 100주를 갖게 되는 거에요.
반대로 물적분할은 기존 회사가 새로 생긴 회사 주식을 100% 소유하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이 분할된 회사의 주식을 가질 수 없어요.
물적분할과 인적분할. 자본시장연구원 제공
"상장을 시킨다고? 안돼!"
이렇게만 보면 분할은 크게 문제될 게 없어 보이죠? 하지만, 분할 후 새로 생긴 회사를 상장시키면 문제가 생겨요. 기존 회사의 기업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에요.
대표적인 사례가 LG화학-LG에너지솔루션이죠.
지난 2020년 9월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떼어내 LG에너지솔루션이란 회사를 새로 만들었어요. 미래 핵심사업으로 꼽히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분리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의도였죠.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LG화학의 알짜 사업이었기 때문에 분할 계획만 발표했을 땐 주가는 상승세를 탔어요.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한다는 소식에 주가는 급하락했죠.
기존 회사의 핵심 사업을 떼어내 새로 회사를 만들었지만, 기존 주주들은 새로 생긴 ‘핵심’ 회사의 주식을 1도 갖지 못하게 되니 악재로 작용한 거에요. 또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없어진 LG화학의 가치는 전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주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죠.
계속되는 물적분할 리스크...정부 대책 마련
기업을 분할하고 상장한 후에 주가가 하락하는 일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주주들이 강하게 반대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어요. 반도체 위탁 생산 전문 업체인 DB하이텍은 최근 반도체 설계 사업부를 분할한다고 했다가 주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죠. 결국 분할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렇게 주식 시장에서 기업 분할 이슈가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정부도 대책을 마련했어요. 지난 9월 금융위원회는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을 발표했어요. 주요 내용은 △주식매수청구권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기업의 공시 의무 강화 △물적분할 이후 자회사 상장 심사 강화에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 주주 권익 제고 방안'을 지난달 4일 발표했다.
이것만으로 될까?
주식매수청구권은 쉽게 말해 분할에 반대한다면 기업에 ‘내 주식을 사가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에요. 핵심 사업이 없어져 기존 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을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행사하게 되는 거죠.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기업의 공시 의무가 강화되면서 이젠 회사가 물적분할을 하는 구체적인 목적, 이에 따른 기대효과, 주주보호방안 등에 대해 알 수 있어요. 주목할 부분은 떼어낸 회사를 상장 시킬 계획이 있다면 예상 일정도 공시해야 하기 때문에 대비를 할 수 있겠죠.
주주보호방안이 부족하면 상장도 제한될 수 있어요. 한국거래소가 물적분할 후 상장하는 자회사를 심사할 때 일반주주보호방안을 새롭게 보게 됐기 때문에 이 방안이 철저하지 않으면 상장할 수 없어요.
이런 대책들이 발표됐지만, 소액주주 입장에선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어요.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설명해보면, 물적분할을 앞두고 기업이 고의적으로 장기간 주가를 낮게 만들면 기업은 싼 가격에 주식을 사게 되면서 오히려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대책이 발표된 것 자체가 일반 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마련된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겠죠. 정부와 기업이 내 주식의 가치를 보호하는 데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봐요!
'주린이 탈출기'는... 주식에 관심 없던 수습기자가 증권부로 발령받게 됐다. 설렘을 갖고 부서에 왔지만, 기사에는 온통 ‘주식시장이 휘청인다’고 난리다. 처음으로 월급을 받아 기쁘기만 한 주린이의 재테크 초보 벗어나기 프로젝트! 저랑 주린이 탈출하실래요?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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