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 4일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선 삼성전자와 반도체 설계기업 ARM의 전략적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수 또는 지분 투자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은 전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회동했다. 이 자리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 노태문 MX부문장(사장) 등 삼성 측 최고경영진과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 등이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만남에 앞서 업계에선 손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최대주주인 글로벌 반도체 설계기업 ARM과 삼성간의 인수 논의가 오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더욱이 이 부회장이 지난달 21일 중남미·유럽 출장 귀국길에서 "손정의 회장이 다음달 서울에 올 것"이라며 "아마 그때 (ARM 인수 관련) 제안을 하실 것 같다"고 밝히며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손 회장도 방한 전 "이번 (서울) 방문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삼성과 ARM의 전략적 협력을 논의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손 회장은 이번 회동에서 삼성과 ARM의 중장기적이고 포괄적인 협력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각에서 예상했던 ARM 지분 매각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오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은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IT 기기의 '두뇌'로 불리는 반도체 설계 핵심기술을 보유했다. 소프트뱅크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각각 지분 75%, 25%를 보유하고 있다.
당초 삼성이 단독으로 ARM을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가능성이 낮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앞서 엔비디아도 독과점을 우려하는 각국 규제당국의 인수합병 반대로 인수가 무산된 바 있고, 반도체 업계 경쟁사들의 견제도 심하다. 더욱이 몸값이 최대 80조~100조원으로 추산되는 점도 부담이다.
대신 삼성전자가 ARM 상장시 프리 IPO 과정에서 일부 지분을 인수해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거나, 다른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미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3월 "컨소시엄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전자전시회 'KES 2022'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수합병(M&A)이 활성화돼야 서로 성장하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전날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이 ARM 인수설에 대해 열린 입장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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