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 매일 저녁 수십명 좀비 퍼포먼스… 지하철·감옥 탈출 어트랙션도 오싹
에버랜드, 오징어게임 미술감독과 협업해 연출… ‘호러 메이즈’엔 포기자 속출
'부산행' '킹덤'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은 서양의 좀비를 업그레이드해 스크린에 매운맛 'K좀비'를 등장시켰다. 매년 10월 할로윈이 다가오면 출몰하는 'K좀비' 명소는 이태원이었지만 올해는 좀 다르다. 롯데월드, 에버랜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올가을 한층 더 무섭고, 재밌는 좀비 콘텐츠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꿈과 희망'의 나라 테마파크에 추가된 '좀비 공포'를 동시에 맛보면 무서움과 즐거움도 각각 2배가 된다.
롯데월드 어드벤처에서 매일 오후 8시15분에 펼쳐지는 통제구역A 퍼포먼스. 수십명의 좀비떼가 마치 '워킹데드'를 연상시킨다.
롯데월드 어드벤처 체험형 어트랙션 좀비 서브웨이
■ 롯데월드 '워킹데드' 뺨치는 좀비 퍼레이드
오후 8시15분, 해가 지고 하늘이 붉으스름해지자 사람들이 롯데월드의 시그니처 어트랙션인 일명 바이킹(스페인 해적선)인근으로 몰려 들었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안내선 바깥에 자리를 잡자 희뿌연 연기와 함께 음산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이후 수 십명의 좀비들이 서서히 거리를 채우며 진격을 시작한다. 좀비들을 퇴격하기 위해 무장한 군인들이 출동했지만 얼마 버티지 못하고 좀비들의 한끼 식사가 된다. 이후 좀비들의 숫자는 점점 더 불어나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세자리 숫자까지 늘어나는 듯 했다. 이후 유명 DJ가 선곡한 듯한 일렉트릭 음악이 흘러 나왔고 좀비들은 파워풀한 댄스를 선보이며 할로윈 밤, 이태원 클럽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무대가 이어졌다.
롯데월드는 지난달부터 매일 오후 '좀비어택'과 '통제구역A' 퍼포먼스 행사를 진행 중이다. 매일 오후 7시30분에는 가든스테이지 위에서 '좀비어택'을 진행한다. 가족 단위 관객을 위해 연출과 스토리는 전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단계다. 이후 8시15분에는 스패인해적선 주변에서 '통제구역A'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좀비 시리즈의 대명사 '워킹데드'를 연상시킬 만큼 압도적인 규모와 스케일을 자랑한다.
좀비 퍼포먼스와 함께 롯데월드 전체가 할로윈을 테마로 거대한 사진 명소로 탈바꿈한다. 매직캐슬을 비롯해 다양한 어트랙션은 미디어 맵핑, 핏빛 조명 등을 활용해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테마파크 곳곳에 초대형 좀비와 강철부대 연기자들이 출연해 사람들과 포토타임을 갖는다. 포토 타임 시간은 매일 오후 6시30분, 7시15분, 8시15분 총 3회 진행된다. 커플이라면 롯데월드 인근에서 교복을 빌려 입고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추억을 소환하는 것도 재미다. 롯데월드 곳곳에서 좀비분장을 할 수 있다.
롯데월드가 올해 심혈을 기울인 할로윈 어트랙션 두가지는 '좀비 서브웨이'와 '좀비 프리즌'이다. '좀비 서브웨이'는 좀비아일랜드를 벗어나기 위해 마지막 탈출 수단인 지하철에 탑승해 공포체험을 하는 몰입형 콘텐츠다. 지하철 좌석에 앉아 있으면 영상과 함께 좀비들과 시간을 보내야 한다. 방탈출 형태의 '좀비 프리즌'은 '좀비 서브웨이'보다 '간 큰' 사람을 위한 어트랙션이다. 좀비들이 점령한 감옥에서 탈출하는 방식으로 4~6명의 사람들이 줄을 잡고 감옥을 헤쳐 나가는 콘텐츠다. 스릴을 즐기는 사람들이 바이킹의 맨 끝에 타는 것처럼 맨 앞과 맨 뒤가 가장 무섭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테마파크의 경우 전통적인 성수기는 여름과 겨울이었지만 할로윈과 함께 진행하는 좀비 이벤트를 통해 가을이 새로운 성수기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에버랜드 블러디 시티 전경
애버랜드 좀비 분장 체험
■ 에버랜드 커피 2잔 값에 즐기는 극강 공포체험
롯데월드에 '좀비 프리즌(감옥)'이 있다면 에버랜드에는 '호러 메이즈(미로)'가 있다. 무서움의 정도를 라면에 비유하자면 '좀비 프리즌'이 '신라면', '호러 메이즈'는 '핵불닭볶음면'이다.
'호러 메이즈'는 좀비들이 사는 어두운 미로 공간을 3~6명이 줄을 잡고 손전등에 의지한 채로 탈출하는 공포체험이다. '좀비 프리즌'과 비교해 훨씬 더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나가는 동안 좀비들이 인체실험을 하는 시험장을 통과하고, 얼굴을 스치는 시체의 머리카락과 축축한 바닥을 통과하다 보면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일부 이용자의 경우 중간에 직원에게 포기 의사를 밝히고 빠져나가기도 한다. '호러 메이즈'는 자유이용권과 별개로 추가 1만원의 이용료가 든다. '좀비 프리즌' 이용료의 2배지만 공포 역시 2배다.
에버랜드 류수정 팀장은 "'호러 메이즈'의 경우 유료 시설임에도 중도 포기율이 5.5%에 달할 만큼 극강의 공포를 제공한다"며 "올해 블러디시티의 큰 스토리는 악인인 다크X가 중앙역을 점령하고 화이트X라 불리는 생존자들이 199기차를 타고 탈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월드의 장점이 서울 근교, 실내 어트랙션에 있다면 에버랜드는 압도적인 스케일이 장점이다. 특히 올해는 '오징어게임'의 미술감독과 협업을 통해 에버랜드의 전체적인 좀비 월드를 완성시켰다.
채경선 미술감독은 에버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오싹하고 음산한 분위기의 기차역 풍경을 탈선한 기차, 철로, 터널, 네온사인 등 공포영화 세트장을 방불케 하는 스케일로 구현했다. 채 감독은 '오징어게임'을 통해 제26회 미국 미술감독조합상, 제74회 에미상 시상식 프로덕션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채 감독은 "영화 작업이 아닌 테마파크 미술 작업은 처음이었다"며 "에버랜드가 그동안 쌓아온 블러드 시티, 다크X의 스토리와 함께 공포는 물론 미래적인 느낌 등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에버랜드는 올해 실제 기차 2량을 특별 공수해 좀비들에게 파괴된 열차로 연출하고, 좀비 분장을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에버랜드는 오는 11월 20일까지 '블러드시티6'를 진행한다. 올해 블러드시티6의 콘셉트는 '익스프레스 199'다. 좀비들이 창궐한 도시를 탈출하기 위해 199번 급행열차를 타고 탈출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199'라는 숫자는 에버랜드의 주소인 '용인시 에버랜드로 199'에서 따왔다. 블러드시티 특설무대에서는 좀비와 인간들의 쫓고 쫓기는 사투를 다룬 '크레이지 좀비헌트' 공연이 매일 밤 펼쳐진다. 롯데월드가 테마파크 전체를 좀비의 습격 장소로 꾸몄다면 에버랜드는 공연을 통해 스토리 전달에 초점을 맞췄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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