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 상륙한 '서울국제공연예술제' 30일까지
국내 최대규모 공연축제
23개 작품 무대에 연극·무용 중심 벗어나
음악의 실험·확장까지 품어
관객 선택따라 결론 달라지는 참여형 씨어터게임도 눈길
컴퍼니XY의 '뫼비우스'
올해 22회를 맞이한 '2022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6~30일 아르코예술극장 등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 서울문화재단이 공동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이 후원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연 축제로 올해는 '전환'을 주제로 연극·무용·다원예술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 23편을 올린다. 최석규 예술감독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술·환경·정치·사회구조의 변화와 팬데믹의 영향이 우리에게 던지는 동시대 질문을 예술가들과 함께 주목했다"며 "환경·나이듦·세대·젠더 등 동시대 화두와 예술과 과학의 기술 융합, 팬데믹 이후 공연 예술의 미래 등에 대한 고민이 올해 축제의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존의 연극·무용 중심에서 벗어나 음악의 실험과 확장(뉴뮤직) 등을 다루며, 관객 참여형에 과정 공유형 공연도 선보인다. 장애 관객들을 위한 배리어프리 공연도 7편 준비했다
R.A.M.a컴퍼니의 '제너레이션: 자화상의 결투'
■세대부터 젠더까지 '동시대 쟁점' 주목
프랑스 안무가 파브리세 라말린곰은 78세와 23세 두 무용수를 통해 세대 간 관계의 문제를 다룬다. R.A.M.a컴퍼니의 '제너레이션:자화상의 결투'는 2022 아비뇽 오프 프로그램 참가작으로, 모든 것이 대비되는 두 몸의 만남, 두 세대 간의 대화를 몸짓으로 표현한다. 코끼리들이 웃는다의 '잠자리 연대기'는 어르신들의 사랑과 섹스에 대한 이야기다. 1922년 어르신의 출생을 시작으로 2022년 현재까지 100년의 시간에 담긴 6명 어르신들의 인생이 무대에 펼쳐진다. 트라이아웃 공연으로 선보이는 극단 돌파구의 '지상의 여자들'은 지방의 작은 도시 구주에서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남자들이 갑자기 사라지며 시작한다. 사라진 할아버지, 아버지, 남편…구주에 남겨진 여자들을 주목한다. 무제의 길의 '움직이는 숲 씨어터게임 1.0'은 기후변화로 절멸위기에 놓인 숲을 살리기 위한 관객 참여형 씨어터게임 공연이다. 무대에서 색다른 보드게임이 펼쳐진다. 공연은 관객의 선택에 따라 매회 다른 결론을 맞이하며 색다른 재미와 생각거리를 던진다.
■장르의 경계를 너머… 다양한 충돌의 조화
다원예술공연 '플레이/게임/언더 프래질리티'은 안무가 김형민과 독일·우크라이나·레바논 지역의 예술가들이 공동 연출한 작품이다. 명확한 규칙을 제시하는 게임과 자유로운 형태의 놀이는 어떻게 다르고 각각 기능할까?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한 공연은 한 게임의 규칙에서 출발해 그 규칙을 깨고 새로운 규칙을 찾는 것으로 시작된다. 더불어 규칙의 부재로 모호해지는 관계와 감각만이 소통의 방법이 되는 상황을 실험한다.
5엣지스의 김형민 안무가는 "팬데믹 기간 독일을 오가며 나라마다 다른 방역 규칙에 주목했다"며 "각기 다른 규칙을 우리는 어떻게 지키면서 원하는 것을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녹여냈다"고 말했다. 러닝타임이 무려 4시간에 달하는데, "반드시 답을 찾아야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오로지 사유만으로 시간을 점령해보자는 의지가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최석규 예술감독은 이에 "불확실성에서 새로운 창의성이 나온다"며 "질문이 예술가의 몫이라면 그것을 풀어내는 것은 관객의 몫이 아닌가"라고 부연했다. 모든컴퍼니의 '피스트:여덟 개의 순간'은 무용수의 움직임과 아트 콘텐츠를 결합한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 프로젝트다. 김모든 안무가는 "경쟁사회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펜싱에 빗대어 춤으로 표현한 작품"이라며 "공간과 연출된 움직임에 반응하는 영상기술은 '실시간'으로 작동한다. 칼끝의 센서가 몸에 닿는 순간 등을 미디어 아트적으로 어떻게 직관적으로 표현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조은희의 '포스트 음악극 시'
■포스트팬데믹 시대의 공연예술
크리에이티브 바키(VaQi)의 '섬 이야기'는 제주 4·3 사건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연극이다. 이경성 연출가는 "2007년부터 400여구의 유해가 발굴된 제주공항이라는 장소성에 주목했다"며 "1940년대에 사라진 몸과 유해 발굴의 키워드를 통해 과거의 사건을 들여다보고, 70여년 전 특정 지역에서 일어난 학살이 지금도 전 세계에서 자행된다는 지역성과 초지역성으로 사건을 바라봤다"고 말했다.
'뉴뮤직'으로 명명한 음악의 실험과 확장도 주목된다. 조은희 작곡가 겸 연주자의 '포스트 음악극 시'는 음악 그 자체가 서사가 되어 극을 만든다. 클래식을 전공하고 전자 음악 작업을 하는 조 작곡가는 이번 공연에서 두 영역을 오가며 3명의 전통음악 연주자와 협연한다. 팬데믹 기간에 솔로 작업에 전념했다는 그는 "2019년에 초연한 이 작품을 오랜만에 관객 앞에서 연주하게 돼 설렌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예술과 기술의 융합은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 됐고, 팬데믹을 통과하며 공연예술의 새로운 성장을 가져왔다. 움직임이 만들어 내는 디지털 분자들로 가득한 무대를 탄생시킨 히로아키 우메다는 일본의 안무가이자 비주얼 아티스트다. '더블빌'은 우메다의 작품을 두 편 모아 소개한다. 2015 초연작 '인텐셔널 파티클'은 무용수의 몸에 근육 센서 등을 부착하며 그들의 움직임을 시각화한다.
'인디바이저블 서브스탠스'는 무용 공연을 관극하는 세 가지 형식에 주목한다. 전통적 관극과 라이브스트리밍 그리고 VR을 통한 관람이다. 우메다는 "사회변화에 나를 적응함과 동시에 팬데믹 기간에 내 작업을 공유하고 싶다는 의지의 발로였다"며 "앞으로 무용 공연이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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