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발사에 성공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그룹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를 2027년까지 반복 발사하며 관련 기술을 이전받을 기업으로 선정되면서 ‘한국판 스페이스X’로 거듭날 전망이다. 그동안 국가 주도로 이뤄지던 ‘올드 스페이스’에서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로 전환되면서 한화가 국내 ‘뉴 스페이스’의 선두 주자가 되는 셈이다.
■ 한화, 누리호 전 주기 기술 이전 받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7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입찰 공고한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 발사체 총괄 주관 제작' 사업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고 7일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핵심인 75t급 엔진을 개발·납품했다. 누리호 산화제·연료펌프, 페어링, 추력기 시스템 등 발사체 주요 부품부터 시험설비까지 제작 능력을 보유한 점도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우주연구원으로부터 설계, 제작, 시험, 발사 운영 등 한국형발사체 개발 전 주기에 해당하는 기술을 이전받는다. 이어 발사체 각 단과 전기체(ILV·Integrated Launch Vehicle) 제작을 주관하고 구성품 제작 참여기업을 총괄 관리하게 된다.
2027년까지 발사체를 4회 반복 발사하면서 4차 발사부터 체계종합기업 공장에서 조립·제작한다. 이를 위해 체계종합기업은 나로우주센터 조립동과 유사한 가스공급 설비와 점검 장비, 시험평가 장비 등을 주관기업 공장에 구축하게 된다. 이번 사업으로 체계종합역량까지 확보하면 향후 우주 발사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민간 우주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 한화, 한국 '뉴 스페이스' 시대 속도 낸다
세계적으로 우주개발은 민간 기업 중심으로 이뤄지는 추세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를 비롯해 ‘블루 오리진’, ‘버진 갤럭틱’ 등이 대표적이다. 스페이스X는 ‘재활용 로켓 상업화’와 저궤도 위성 광대역 서비스인 스타링크 등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다. 또 스페이스X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 등과 함께 우주 관광 사업도 주도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누리호 기술 이전을 계기로 우주 개발 역량을 키우며 뉴 스페이스 시대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우주 산업을 총괄하는 협의체 '스페이스 허브'를 지난해 3월 출범시키고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스페이스 허브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가 리더를 맡아 이끌고 있으며,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 그리고 한화가 인수한 인공위성기업 쎄트렉아이가 참여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영국의 위성통신 안테나 전문 기업인 '페이저 솔루션'의 사업을 인수해 한화페이저를 설립했고, 미국 '카이메타'에 약 330억원을 투자해 카이메타의 위성 안테나 제품 한국 시장 독점 판권을 확보했다. 특히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8월 글로벌 우주 인터넷 선두 기업 '원웹'(OneWeb)에 약 3500억원을 투자하고 이사회에 합류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누리호 고도화 사업을 위해 전담 조직과 인원을 대규모 투입해 1년여간 치밀히 준비해 왔다”며 “20년 넘게 독자 발사체 개발에 참여해 온 실적과 국내 1위 방산 그룹으로서 확보한 체계 종합 역량, 우주산업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 우주사업 비전 및 투자 전략을 명확히 제안한 것이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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