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 팀 떠나지 않게 해달라"
은퇴사 통해 '과감한 지원' 요청
지난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영원한 4번 타자 이대호 'RE:DAEHO' 은퇴식에서 이대호가 신동빈 구단주(오른쪽)에게 글러브를 선물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대호 은퇴식을 위해 지난 8일 부산 사직구장을 찾았다. 이대호가 1회말에 마지막 안타로 남게 될 2루타와 8회초 투수로 등판해 1호 홀드까지 챙기는 장면을 직접 현장에서 지켜본 신 회장이 경기 직후 가진 은퇴식에서 직접 그라운드로 내려가 '커플 10번 반지'를 선물로 전달했다.
선수 은퇴식을 구단주가 직접 챙겼다는 것 만으로 이대호가 롯데에서 차지한 무게를 가늠할 수 있다. 이날 롯데를 떠나는 이대호는 신 회장 앞에서 구단의 미래를 위한 직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대호는 은퇴사에서 "저희 선수를 지원하고 믿어주시는 롯데 구단에 감사하다. 앞으로 더 과감하게 지원해주시고, 특히 성장하는 후배 선수가 팀을 떠나지 않고 잘 성장하게 보살펴달라"고 말했다.
롯데 구단뿐 아니라 롯데 그룹을 상대로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줄 것을 요청한 셈이다. 이날 경기에 앞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도 이대호는 이와 비슷한 말을 언급했다.
이대호가 후계자로 점찍었던 강민호(삼성 라이온즈)와 손아섭(NC 다이노스)이 자유계약선수(FA)로 팀을 떠났던 것을 다시금 되새기며 "강민호는 삼성에 있으면 안 되는 선수다. 강민호와 손아섭은 롯데에 뼈를 묻어야 하는 선수인데 너무 마음이 아프다. 앞으로는 잘하는 롯데 선수가 다른 팀으로 안 가기만을 바란다"고 토로했다.
결국 우승을 못했다는 이유로 본인 스스로 "(나는) 50점짜리 선수"라고 평가한 이대호는 한국시리즈 경험을 하지 못한 채 선수 생활을 접었다.
롯데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것은 지난 1999년이었다. 우승 기록은 1992년까지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10시즌 동안 포스트시즌에 나가본 경우는 2017년 밖에 없다. 좀처럼 롯데가 '암흑기'를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원인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있지만 그라운드를 떠나는 이대호는 구단의 소극적인 투자를 주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한 것이다.
지난 2019년 개막전 당시 101억8300여만원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최고액을 기록했던 롯데의 총연봉은 올해 54억원까지 감소했다.
8억원의 연봉을 받던 이대호가 은퇴하면서 여유가 더 생겼다.
이대호의 은퇴식을 맞아 롯데 구단은 유례가 없다고 할 정도로 대규모 은퇴 행사를 마련했다. 다양한 행사 뿐 아니라 이대호가 등장하면서 나오는 대표곡인 '오리 날다'를 부른 가수 체리 필터를 사직구장으로 직접 초청해 미니 콘서트까지 열었다. 정규시즌 144경기라는 대장정을 모두 마친 롯데가 올겨울 이대호의 성대한 은퇴식처럼 화려하고 알차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전력을 보강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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