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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공매도 논란…미지근한 금융당국, 분노하는 개미들

다시 불붙은 공매도 논란…미지근한 금융당국, 분노하는 개미들
김주현 금융위원장 /뉴스1
[파이낸셜뉴스]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대통령 관저로 찾아가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는 등 공매도에 대한 불만이 또 다시 커지고 있다. 긴축기조와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국내증시의 하락세가 지속되자 금융당국에서도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재가동 등을 준비 중이지만 정작 공매도는 검토하겠다는 말 뿐 실질적인 도입에는 미온적이다. 사실상 업계에서는 시장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공매도 전면금지를 도입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큰 만큼 실행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 '공매도 금지 카드' 미온적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공매도 금지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우리 기초체력에 비해 일반 지표가 크게 이탈하는 등 상식을 벗어난 상황에 공감대가 있다면 어떤 조치들도 다 쓸 수 있다는 대전제가 있다”고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같은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시적으로 공매도 금지를 논의하는 것이 어떠냐'는 질의에 "구체적인 언급은 하기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처럼 금융당국 두 수장이 공매도와 관련해서는 원칙적인 답변만 할 뿐 실질적으로 전면 금지를 할 것이라는 대답은 회피하고 있다.

국감 당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지금이라도 투자자 보호와 증시 안정을 위해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언제, 어떤 식으로 표현해도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구체적 언급이 힘들다”고 했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공매도 전면 금지에 대해 도입을 꺼려하는 것은 이번 정부가 지난 정부와는 달리 ‘글로벌 스탠다드’를 내세워 공매도 전면금지에 대해 난색을 표해왔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윤석열 정부의 적극적인 메시지 없이 먼저 움직이기에는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금융 전문가들은 공매도는 자본주의 체재에서 역기능 보다는 순기능이 많다고 보고 있다. 공매도의 순기능으로는 시장 유동성 공급, 가격발견 기능 강화, 투자자의 위험관리 편의성 제고 등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최근의 코로나19 사태 기간 중 공매도 금지 효과를 분석하면, 공매도 금지로 오히려 주가변동성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송민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공매도 논쟁과 향후 정책 방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공매도를 폐지하기 보다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감안해 공매도 제도를 유지하되 역기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전체 거래 대금 중 공매도 거래대금의 비중이 40%대로 높은 편이지만 주가 하락에도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는다. 공매도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부정적인 정보 등을 반영해 적정 가격을 찾아가는 기능이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윤 정부 역시 불공정거래와 관련된 공매도 모니터링 강화와 처벌 수준 상향 조정, 제도 개선 등을 통해 공매도의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으로 나갈 뿐 전면 금지는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시 불붙은 공매도 논란…미지근한 금융당국, 분노하는 개미들
지난 8일 저녁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며 촛불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개미 "제도 개선 안되니 전면 금지해달라"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는 것은 공매도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 공매도로 인해 시장이 투명하지 않게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바른 제도개선을 통해 공매도가 정확하게 이뤄진다면 개인투자자들 역시 불만이 크지 않겠지만 기관과 외국인들이 공매도 제도를 악용해 개인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에 아예 공매도 제도 자체를 금지해달라는 것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국민(개인투자자)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공매도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증권시장 안정 대책 시행에 앞서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메시지도 내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도 공매도 제도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불법공매도(무차입공매도)를 할 경우 금융당국의 행정판결만으로도 최대 10년간 주식거래가 제한되도록 했다. 또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불법 공매도 적발을 위해 불공정거래 기획조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 국감에서 김 위원장은 공매도 실명제 도입을 검토키로 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아무리 규제를 강화하거나 제도를 개선한다고 하더라도 외국인이나 기관은 이러한 규제를 피해 우회적으로 불법 공매도를 할 방법은 많다며 공매도 자체를 금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보력이나 여론전이 뛰어난 기관이나 외국인들을 개인이 이기기란 쉽지 않고 국내 실정상 순기능 보다는 역기능이 더 많다는 지적이다.

한 개인 투자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서 공매도를 사용할 때 주로 국내 증권사들의 총수익스와프(TRS)나 차액결제거래(CFD) 계약을 통해 주식을 대여해 주는 형태로 진행한다”면서 “정보력이 앞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 공매도 기법들로 손실을 겪을 일이 많지 않고 국내 증권사 역시 덩달아 수익을 누리면서 개인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외국인의 불법 공매도에 따른 피해가 심각하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까지 총 127건의 불법 공매도가 적발돼 당국 조치를 받았다.
이 중 국내 증권사 위반 건수는 8건, 나머지 94%인 119건은 외국인이 일으킨 불법 공매도다. 외국인의 공매도 규모는 올 상반기 공매도 거래 대금은 58조4637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외국인이 42조1484억원으로 전체의 72.1%를 차지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