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對中수출 금지에 맞불
中관영지 "희토류 수출 통제해야"
산업계 "공급망 리스크 예의주시"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 강화 조치에 맞서 중국 내에서 희토류의 미국 수출을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내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희토류는 세륨, 란탄, 디스프로슘 등 17종 원소를 총칭하는 광물자원으로 반도체는 물론 전기차 모터, 스마트폰, 전투기, 미사일 레이더, 원자력잠수함, 태양광셀 등 첨단장비 제조에 사용돼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린다. 중국은 세계 매장량의 37%, 세계 공급량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수출 통제에 나설 경우 한국과 미국 등 관련 국가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美中 경쟁격화 시 쓸 수 있는 카드"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미 국방부가 중국산 희토류가 사용됐다는 이유로 록히드마틴의 F-35 전투기 인수를 보류했다가 재개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중국은 국가안보를 위해 희토류를 포함한 전략적 물자 수출 제한을 선택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의 군사전문가 웨이둥쉬는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선진 무기·장비의 연구개발과 생산은 희토류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미국이 중국의 주권과 영토 완전성, 발전 이익을 해칠 수 있는 군사 목적에 중국산 희토류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희토류 제품의 수출에 더 엄격한 통제를 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로 그간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당장 수출 제한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향후 미중 간 패권경쟁이 격화되면 중국으로선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카드"라고 평가했다.
희토류는 중국 정부가 타국과 분쟁이 생겼을 때 단골로 들고 나오는 보복 카드였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 분쟁이 생겼을 때 희토류 대일본 수출을 통제해 일본을 굴복시켰다. 미중 무역전선에 긴장감이 돌던 지난해 말에는 희토류 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 전면금지 조치를 내렸다.
■안정적 공급망 관리방안 필요
산업계는 제2의 요소수 대란이 벌어질까 바짝 긴장하고 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발언이 아니라 공식적인 대응은 없지만 공급망 이슈와 관련해 파급력이 큰 사안이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희토류의 주요 응용분야 중 하나인 네오디뮴 영구자석(NdFeB)이 필수적인 전장(자동차 전기·전자장비) 및 부품 업계 관계자는 "현재 비축분이 충분하며 사태의 장기화를 대비해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네오디뮴 영구자석은 전기차 모터, 풍력발전 터빈 등의 핵심 소재로 대중 수입 비중이 88.0%에 달할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김동환 국제전략자원연구원장은 "배터리에 쓰이는 리튬과 코발트는 중국 외 선택지라도 있지만 첨단장비 등에 쓰이는 중(重)희토류는 중국 외 대안이 없다"면서 "미국의 탈중국화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 속에 중국이 통관절차의 복잡화나 수출쿼터 축소 등 보복에 나선다면 국내 업계는 속수무책"이라고 경고했다.
김경훈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위원은 "희토류를 정제해서 제품으로 만드는 전 공정을 할 수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중국이 유일하다"면서 "단기적으로는 비축을 늘리고, 중장기적으로는 국가 간 협력을 통해 공급선을 안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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