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경기 백남준아트센터, 내년 3월까지 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전 진행

[파이낸셜뉴스]
경기 백남준아트센터, 내년 3월까지 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전 진행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는 이달 13일부터 2023년 3월 26일까지 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전 '백남준의 보고서 1968-1979'를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특별전은 제목 그대로 백남준이 작성한 보고서에서 출발한다. 1968년에서 1979년 사이에 작성된 보고서 '종이 없는 사회를 위한 확장된 교육'(1968), '후기 산업사회를 위한 미디어 계획'(1974), 'PBS 공영 방송이 실험 비디오를 지속하는 방법'(1979) 과 같은 글과 작품을 함께 보면서 백남준을 새롭게 ‘발견’하기를 권한다. 또 정부의 제도적 지원은 물론, 민간 재단, 메세나 기금, 학교, 연구소, 미술관, 방송국의 지원과 협업이 그의 사회적 역할 실천에 도움이 되었음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백남준이 작성한 보고서에서 포착한 작가의 구상을 바탕으로, 정책가 백남준을 조명한다. 백남준은 편지, 악보, 에세이, 기획안, 보고서 등 다양한 형식의 글을 여러 언어로 남겼다. 그 중 1974년 작성한 '후기 산업사회를 위한 미디어 계획: 21세기까지는 고작 26년 밖에 남지 않았다'라는 비장한 제목의 보고서는 아티스트의 것이라기 보다는 정책 연구서에 가깝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당찬 포부에 그치지 않고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낱낱이 담고 있다. 1930년대 미국이 고속도로 건설로 물자 이동과 경제 부흥을 이루었듯, 이제는 '전자초고속도로' 구축으로 아이디어를 실시간 전송해야 한다는 시급성을 강조하며 오늘날 실현된 인터넷의 비전을 제시한다. 또 “정신 오염은 대기 오염만큼이나 심각하다”는 우려와 함께,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에 기술 전문가, 권력 복합체가 독점하지 못하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한다.

백남준은 실제로 컨설턴트라는 직함을 가졌다. 그는 뉴욕 활동 시기에 미국 록펠러재단 '텔레비전·비디오·필름' 부문 지원금으로 작업을 진척시키는 한편, 공식·비공식 자문역으로서 1960년대 중반부터 약 20년에 걸쳐 비디오 아트에 대한 지원 당위성과 발전 방향성을 주도적으로 제안했다.


이 시기에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와 그 네트워크는 방송국 텔레비전 채널에서 송출되거나, 학술적으로 논의되고, 미술관에서 전시, 소장되며 확산되기에 이른다. 백남준의 제안은 예술을 매개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대담한 포부이자, 매우 구체적인 당장의 실행 방안이었다는 설명이다.

주요 전시작으로는 통신매체의 변화사를 함축한 백남준아트센터 소장품 '코끼리 수레'(2001)를 비롯해,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롯데칠성, 그리고 개인소장가로부터 대여한 작품을 선보인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