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FI 22개월만에 2000선 붕괴
인플레·금리 인상에 수요 줄어
"운임하락 지속…연내 반등 어려워"
'R(경기침체)의 공포' 현실화로 하락세를 이어가던 해상운임이 22개월만에 2000선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으로 화주들이 주문량을 줄이면서 운송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해운업계가 피크아웃을 넘어 '다운 사이클'(침체기)로 가고 있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운임지수 22개월만에 2000선 아래로
1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9월 30일 기준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 대비 149.09p 내린 1922.95로 나타났다. SCFI가 20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20년 11월 이후 1년 10개월만이다. 올해 1월 초 5109.6를 찍었던 최고점과 비교하면 9개월만에 62.4%나 감소했다.
해운업계에서 통상적으로 하반기는 블랙프라이데이, 핼러윈, 크리스마스 등 연간 일정으로 물동량이 증가하는 성수기로 꼽힌다. 그럼에도 해상운임이 감소하면서 업계의 성장세 둔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HMM은 올해 3·4분기 영업이익은 2조55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락한 운임이 실제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시차와 1년 단위 장기운임 재계약 효과로 3·4분기는 양호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4·4분기부터 실적 악화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에프엔가이드는 올해 4·4분기 HMM의 영업이익을 1조9694억원로 추정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27.02% 하락한 수치다.
운임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가장 큰 원인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정책으로 인한 소비 둔화다. 여기에 코로나로 불거졌던 항만 적체 현상이 완화되고, 글로벌 해운업체도 선박 투입량을 늘리며 해상운임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운송 공급과잉에 대한 국내 해운업계의 근심도 깊어졌다. 신조선 계약 물량이 상당해 앞으로 운송 공급이 늘어나면서 해상운임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상화냐, 침체기 진입이냐
다만 이같은 해상운임 하락세를 정상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연초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코로나 이전에 비해 2~3배 수준의 운임"이라며 "하락세가 계속된다고 해도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내려가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해운업계의 다운사이클 진입을 우려하고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운업 상황이 피크아웃을 넘어 다운사이클로 가는 상황으로 본다"며 "코로나 이후 국내 조선사들도 컨테이너선 수주를 많이 받아 공급이 늘어나는 것은 이미 예견된 상황인데, 물동량은 그만큼 늘지 않기에 연내 SFCI 반등은 어렵다"고 예상했다.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교수도 "앞으로 해운업계에 불리한 요소만 남아있기에 장기적으로 침체기로 갈 것"이라며 "러-우 전쟁과 미-중 갈등으로 전세계 교역량이 막히는 담쌓기가 강화되고 화물 운송은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스테그플레이션 등 글로벌 경기와 해운 시황이 맞물려 가는 만큼 상황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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