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최저임금·임대료 상승
알바 250만원 벌때 점주 200만원
건보료는 직원 최고 소득만큼 납부
자영업자 5년간 3600억 추가징수
신고기준보다 수십배 더 내기도
쌓이는 중고 주방기구.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삼중고로 경제난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13일 오후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에 중고 주방기구들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알바생보다 돈을 벌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1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저임금 인상과 임대료 상승 등으로 비용을 제외하면 정작 손에 들어오는 금액은 적어서다. 이 때문에 일부 자영업자들은 대리운전 등의 투잡을 하면서 수익을 메우는 실정이다.
13일 보건복지부와 국세청,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건보료 간주 납입 현황'에 따르면 2017~2021년 '사용자 보수월액 간주규정'에 따라 건보료를 납입한 자영업자는 100만4583명에 달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상 직원을 고용한 자영업자는 사업장에서 최고임금을 받는 종업원보다 소득이 적을 경우 직원의 임금, 즉 최고급여액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내야 한다. 즉 '알바'보다 못 벌어도 사장의 건보료는 직원의 최고소득만큼 내야 하는 셈이다.
알바보다 돈을 못 버는 자영업자는 2017년 16만4000명에서 2020년 24만2000명으로 급증했다. 지난 5년간 매해 평균 20만명 늘어나면서 현재는 100만여명에 이르고 있다.
자영업자가 추가로 낸 건보료는 지난 5년간 3594억원에 달했다. 가령 2021년 신고소득 기준으로는 942억원의 건보료가 매겨져야 하지만 규정에 의해 758억원이 더 부과돼 총 1700여억원이 징수됐다. 자영업자 1명당 약 38만원의 보험료를 더 내는 셈이다. 직전 2020년에는 998억원, 2019년은 738억원의 건보료가 추가 징수됐다.
A씨의 경우 신고소득금액 기준으로는 1년 보험료를 206만원 납부하면 됐지만 사용자 보수월액 간주규정을 적용, 15배 많은 3609만원의 건보료를 납부했다. C씨 또한 신고소득 적용 시 건보료 10만원에 불과하나 징수된 건보료는 2933만원에 달했다.
이런 자영업자의 사업장 대다수는 영세사업장이었다. 2021년 18만4781곳의 간주규정 적용 사업장 중 5인 미만인 곳이 15만4577곳으로 83.7%를 차지했다. 사용자 또한 5인 미만 사업장에 속해 있는 비율이 81%에 달했다.
이는 가파르게 오른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이 높다는 것이 소상공인들의 의견이다.
올해 9160원인 최저임금은 2017년 6470원 대비 48.68% 오른 수준이다. 최저임금은 2018년 7530원(인상률 16.4%), 2019년 8350원(10.9%), 2020년 8590원(2.9%), 2021년 8720원(1.5%), 2022년 9160원(5.1%)으로 올랐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9620원으로 예고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잡을 뛰는 자영업자도 있다.
건대입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K대표는 "최저시급으로는 알바를 구할 수조차 없어 월급을 올려야만 구할 수 있다"며 "직원 한달 월급 300만원을 주고 가게 임대료와 원재료 값을 제하고 나면 내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최저임금보다도 못한 돈만 남는다"고 전했다.
K대표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야간에 대리운전으로 충당하고 있다.
일산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모 대표는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임금 250만원을 주고 나면 200만원 정도 월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누구를 위해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지 회의감도 들어 그만둘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상훈 의원은 "지난 정부 5년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19 충격, 배달 및 플랫폼 비용 부담으로 직원보다 못 버는 '사장님'이 많아졌다"며 "자영업자 소득파악률이 90%를 넘어선 만큼 현실에 맞춰 사용자 건보료 간주규정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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