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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 수사' 악재 겹친 스위스투자銀 CS, 위기설 잠재울까

무디스 "올 30억 달러 손실 예상"
파산 가능성에 리먼사태 재연 우려
일각선 "리스크 전이 가능성 낮아"
27일 3분기 실적 결과에 관심집중

'탈세 수사' 악재 겹친 스위스투자銀 CS, 위기설 잠재울까
연합뉴스
최근 위기설에 휩싸인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주가가 연일 하락세다. 재무 건전성 문제가 도마에 오른 상황에서 미국 당국의 탈세 혐의 수사라는 추가 악재까지 터지면서 12일(현지시간) 주가가 5% 가까이 빠졌다.

■CS 주가 5% 급락… 파장 커질까 촉각

전문가들은 "CS가 수익과 외형이 동시 감소하는 악순환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다른 은행주까지 여파가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CS의 파산 가능성을 언급하며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됐던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반대로 이번 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는 진단도 있다.

이날 스위스증권거래소에서 CS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32% 하락한 4.20스위스프랑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에는 5% 넘게 빠지기도 했다. 연초 대비로는 주가가 53.78% 하락하며 반토막이 난 상태다.

미국 법무부가 CS에 대해 고객들의 자산 은닉을 도왔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앞서 CS는 2014년 역외 비밀계좌를 통해 미국 고객들의 탈세를 도운 혐의를 인정하고 미국 당국에 약 26억달러(약 3조7000억원)의 벌금을 낸 바 있다.

미국 법무부는 내부고발을 바탕으로 CS가 혐의를 인정한 후에도 미국 계좌 소유자들의 자산을 미 국세청(IRS)으로부터 숨기도록 해 탈세를 도왔는지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상원 금융위원회도 이와 유사한 혐의로 CS를 조사하고 있으며 수주 안에 관련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다만 CS는 탈세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CS는 "2014년부터 세무당국으로부터 자산을 은닉하려는 사람들을 근절하기 위해 미신고 계좌가 확인되면 폐쇄해왔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파산한 영국 금융회사 그린실캐피털과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의 아케고스캐피털에 대한 투자로 막대한 손실을 봤던 CS는 이번 수사로 한층 강한 압박을 받게 됐다. 그린실캐피털 파산과 아케고스 투자로 입은 손실은 각각 17억달러, 55억달러에 이른다. 특히 아케고스 관련 손실액은 1856년 설립 이래 최대 규모다.

올해 상반기 18억7000억스위스프랑 적자를 기록한 CS는 3·4분기에도 3억9000만스위스프랑의 적자가 예상된다.

■무디스 "CS, 올해 30억불 손실 전망"

더 큰 문제는 기업의 수익과 외형이 감소하는 악순환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올해 2·4분기 말 보통주 자기자본비율은 13.5%로 양호하다.

반면 부실채권(NPL) 비율은 1.1%, 커버리지 비율(충당금/NPL)은 27%로 미국 은행들의 자산건전성과 비교해 나쁜 편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CS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3.5%로 국제 규제 최소값(8%)과 스위스 요구 수준(약 10%)을 크게 웃돌고 있다.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은 유럽 및 미국 은행들 가운데 가장 높다.

이처럼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CS의 주가는 연일 추락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CS가 올해 3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 역시 CS가 오는 2024년 최대 80억스위스프랑의 자본 부족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추정하며 목표주가를 5.8스위스프랑에서 4.7스위스프랑으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골드만의 애널리스트들은 "CS는 순환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 계속 직면하고 있다"며 투자의견을 '매도'로 유지했다.

CS는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해 오는 27일 3·4분기 실적과 기업 혁신전략이 담긴 전략 검토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여기에는 대규모의 IB사업 축소 계획도 담길 전망이다. '알짜' 자산으로 알려진 스위스 취리히 금융 중심부의 사보이호텔도 매각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건물 시세는 4억스위스프랑에 달한다.


이번 위기설이 과장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나민욱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일각에선 영업환경 악화와 기타 이슈로 인한 적자,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급등 등 현재의 CS는 과거 도이치방크 사태와 유사하다고 보지만 이는 틀렸다"고 지적했다.

나 연구원은 "도이치방크는 2015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는데 당시 문제가 됐던 점은 코코본드에 대한 이자 미지급 우려였다"며 "CS는 충분한 자본을 보유해 코코본드의 전환·상각과 이자 미지급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