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 C&C 판교 데이터센터를 방문해 화재 관련 상황을 점검하고 네이버, 카카오 등 서비스 장애의 신속한 복구를 독려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SK㈜ C&C의 경기도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메신저 카카오톡 등이 12시간 넘게 서비스 장애를 일으키면서 과거 불발된 '인터넷데이터센터 국가재난관리기본계획 포함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에 대한 재개정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6일 SK C&C 데이터센터 화재현장 점검 후 관계 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관련법 개정을 시사했다. 이종호 장관은 이 자리에서 "이러한 문제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중요한 부가통신서비스와 관련 시설에 대한 점검·관리 체계를 보완하는 등 필요한 제도적·기술적 방안들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오후 3시 30분경 SK C&C의 데이터센터 지하 3층 전기실에서 발생한 화재는 이날 오후 11시 46분쯤 완전히 진화됐다. SK C&C의 데이터센터에는 카카오, 네이버,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등이 입주해 있다.
이번 사건으로 2020년 법개정을 논의했던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과거 법개정을 반대했던 논리는 데이터센터를 사회기반시설로 봐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재산권 침해보다 국가적 안정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종호 장관은 이와관련해 "부가통신서비스의 안정성이 무너진다면 어제 우리가 경험했듯이 우리 국민들의 일상의 불편을 넘어 경제, 사회활동이 마비될 우려도 있는 만큼, 정부도 이번 상황을 매우 엄중히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데이터센터 안전사고가 있었다. 2014년에는 삼성SDS의 과천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삼성카드,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금융 서비스가 일체 중단돼 사용자들이 혼란을 겪었다. 2018년 2월에는 KT 강남 데이터센터 서버 관리용 냉각 장치에 쓸 전력 공급이 일시 중단돼 KT의 서버를 이용하는 모든 기업들의 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했다.
현행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에는 기간통신사업자와 지상파 방송사업자, 종편방송사업자로 한정돼 있다. 2020년 당시 법개정 논의때에는 여기에 데이터센터 사업자를 포함해야 하고 재난대비 항목에 주요 데이터의 보호를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당시 박선숙 의원이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의 방송통신재난 대비 대상에 '주요 데이터의 보호'를 포함시키는 개정안을 발의했었다.
2018년 11월 KT 아현 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 사건으로 통신망을 포함한 데이터를 다루는 시설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됐었다. 데이터 센터는 다양한 융합서비스의 기반시설이다. 이 시설이 재난으로 파괴되거나 훼손돼 데이터 서비스가 중단될 경우, 사회경제적 영향과 손실은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었다.
과기정통부도 데이터센터는 디지털 시대의 핵심 시설로 재난이나 장애가 생기면 국민 생활에 큰 피해를 줄 수 있기에 사후 방안에 대한 법안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주장했었다.
업계와 국회 법사위에서 제기했던 중복 사항은 시행령으로 조절하면 된다며 강하게 어필했다.
하지만 인터넷기업들은 한국인터넷기업협회를 앞세워 데이터센터를 법에서 정의하는 사회기반시설로 보기 어렵고, 재산권 침해 논란을 불러 올 수 있다고 반발했었다.
결국 법사위는 판단을 보류했고, 관련법 개정안은 20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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