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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금야금 불어난 그림자 금융 400조 육박… 시한폭탄 우려 [돈 줄 마른 채권시장]

금리인상·경기위축·부동산 침체
트리플 악재 덮쳐 단기자금 경색
유동화증권 금리는 2~3배 치솟아

국내외 고강도 통화긴축정책, 경기침체 우려, 강원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 등으로 400조원에 육박하는 그림자금융에 대한 불안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당장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에 대한 차환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지만 점차 전체 유동화증권 차환리스크로도 비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시장에 감돈다. 실제로 은행 정기예금으로 운용되는 특정금전신탁 수익권을 기초로 한 일부 유동화증권 유통금리는 20~30%를 오가고 있다. 다만 시장에선 정부가 내놓은 50조원 규모의 시장안정화 방안에 대해서는 단기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평가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와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0월 20일 기준 유동화증권 잔액은 388조4761억원이다. 주택저당증권(MBS) 143조원, 정기예금 기초로 한 유동화증권 98조원, PF 대출채권을 기초로 삼은 유동화증권 49조원, 대출채권 기초 유동화증권 33조원 순이다. 만기 20년 또는 30년 주택저당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MBS를 차치하고서라도 만기가 짧게 돌아오는 단기 유동화증권 규모는 200조원을 넘어간다.

단기 유동화증권 시장은 대표적인 그림자금융으로 꼽힌다. ABCP,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등은 발행조건에 따라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어 단기 유동화 시장이 규제를 피하려는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코스콤CHECK에 따르면 ABCP 잔액은 126조2046억원(20일 기준)으로, 이 가운데 99.8%가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한다. ABSTB 잔액은 49조6538억원으로, 모두 6개월 이내로 만기가 찾아온다.

ABCP의 경우 특정금전신탁에 편입되거나 투자자가 50인을 넘는 경우 1년 이상으로 발행될 때만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있다. 이에 ABCP의 경우 만기는 1년 이내 상품에 집중됐다. ABSTB 역시 3개월 미만으로 발행할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다. 이에 따라 ABSTB는 3개월 이내의 발행물에 몰린 상황이다.

자금경색으로 유동화증권 금리는 연초 대비 2~3배 이상 뛰어오르고 있다. 올해 연초만 해도 유동화증권의 유통금리는 0~3%대 안팎에서 결정됐다. 그러나 현재 유동화증권의 유통금리는 평균 7~8%를 오가고, 일부 유동화증권은 30%까지 치솟기도 했다. PF 유동화증권 금리뿐만 아니라 정기예금을 기초로 한 유동화증권 금리까지 무섭게 튀어오르고 있다.


문제는 유동화증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약 200조원대의 단기 유동화증권에 일반 CP(112조9274억원), 단기사채(80조5833억원), 양도성 예금증서(22조3500억원)를 더하면 단기물 시장은 400조원을 훌쩍 넘어간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0.50%p 기준금리 인상에 더해 레고랜드 이슈로 인해 ABCP 차환리스크가 높아졌다"면서 "특히 PF 익스포저가 큰 일부 금융기관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고 지적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