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미륵사지 서탑 사리장엄구 수습 장면 /사진=문화재청
[파이낸셜뉴스] 백제시대 공예품의 정수(精髓)라고 알려진 보물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가 가지정문화재(국보)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백제시대 공예품의 정수로 알려진 보물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를 국가지정문화재(국보)로 지정 예고하고, ‘대방광불화엄경소 권88’, ‘손소 적개공신교서’, ‘이봉창 의사 선서문’등 고려.조선 시대 전적, 근대 등록문화재 6건을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또 비지정문화재인 ‘봉화 청암정’, ‘영주 부석사 안양루’,‘영주 부석사 범종각’등 3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
이번에 보물에서 국보로 지정 예고되는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2018.6.27. 보물 지정)는 2009년 익산 미륵사지 서탑 심주석(心柱石, 탑 구조의 중심을 이루는 기둥)의 사리공(舍利孔, 불탑 안에 사리를 넣을 크기로 뚫은 구멍)에서 나온 유물로서, 639년(백제 무왕 40년) 절대연대를 기록한 금제 사리봉영기와 함께 금동사리외호(金銅舍利外壺) 및 금제 사리내호, 각종 구슬과 공양품을 담았던 청동합 6점을 포함해 총 9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리장엄구 중 금제사리봉영기는 얇은 금판으로 만들어 앞·뒷면에 각각 11줄 총 193자가 새겨져 있는데, 내용은 좌평(佐平) 사택적덕(沙宅積德)의 딸인 백제 왕후가 재물을 시주해 사찰을 창건하고 기해년(639)에 사리를 봉안해 왕실의 안녕을 기원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삼국유사를 통해 전해진 미륵사 창건설화에서 구체적으로 나아가 조성 연대와 주체에 대한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밝힌 계기가 되어 사리장엄구 중에서도 가장 주목되는 유물이다. 서체 역시 곡선미와 우아함이 살아있는 백제서예의 수준과 한국서예사 연구에 필요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 /사진=문화재청
사리장엄구 중 금동사리외호 및 금제 사리내호는 모두 몸체의 허리 부분을 돌려 여는 구조로, 동아시아 사리기 중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독창적인 구조이다. 전체적으로 선의 흐름이 유려하고 양감과 문양의 생동감이 뛰어나 기형(器形)의 안정성과 함께 세련된 멋이 한껏 드러나 있다.
사리장엄구 중 청동합은 구리와 주석 성분의 합금으로 크기가 각기 다른 6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 하나에는‘달솔(達率) 목근(目近)’이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는데 이를 통해 달솔이라는 벼슬(2품)을 한 목근이라는 인물이 시주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또 명문을 바탕으로 시주자의 신분이 백제 상류층이었다는 사실과 그가 시주한 공양품의 품목을 알 수 있어 사료적 가치와 함께 백제 최상품 그릇으로 확인되어 희귀성이 높다. 녹로(轆轤)로 성형한 동제 그릇으로서 그 일부는 우리나라 유기(鍮器) 제작 역사의 기원을 밝혀 줄 중요한 사례라는 점에서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매우 크다.
이처럼 보물‘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는 백제 왕실에서 발원하여 제작한 것으로 석탑 사리공에서 봉안 당시 모습 그대로 발굴되어 고대 동아시아 사리장엄 연구에 있어 절대적 기준이 된다. 제작 기술면에서도 최고급 금속재료와 백제 금속공예 기술의 역량을 응집해 탁월한 예술품으로 승화시켰으므로 한국공예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긴 유물로서 위상이 높다.
7세기 전반 백제 금속공예 기술사를 증명해주는 한편 동아시아 사리공예품의 대외교류를 밝혀주는 자료로서 역사.학술.예술적 가치가 매우 크므로 국보로 지정해 보존할 필요가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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