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수도 도하에 설치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상징 조형물. /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아랍권에서 최초로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이 오는 21일 개막해 12월 18일까지 열전을 벌인다.
통상 월드컵은 5~7월에 열린다. 하지만 6월 카타르의 낮 기온이 섭씨 40도가 넘기 때문에 개최 시기를 11월로 변경했다. 경기는 카타르 수도 도하를 비롯한 5개 도시의 8개 경기장에서 열린다. 2014년 브라질과 2018년 러시아 대회 당시에는 경기장이 여러 도시에 분산돼 비행기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카타르 자체가 우리나라 경상남도와 전라남도를 합친 면적이라 경기장 간 이동 거리가 짧다.
올해는 카타르 월드컵에는 총 32팀이 진출한다.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본선 조 편성을 살펴보면, △A조=카타르, 에콰도르, 세네갈, 네덜란드 △B조=잉글랜드, 이란, 미국, 웨일스 △C조=아르헨티나, 사우디 아라비아, 멕시코, 폴란드 △D조=프랑스, 호주, 덴마크, 튀니지 △E조=스페인, 코스타리카, 독일, 일본이 겨룬다.
이어 △F조=벨기에, 캐나다, 모로코, 크로아티아 △G조=브라질, 세르비아, 스위스, 카메룬 △H조=포르투칼, 가나, 우루과이, 대한민국이다. 4개팀이 단판 풀리그를 하는 조별리그를 거친 뒤 각각 상위 2팀이 16강에 진출한다. 이후 8강전, 4강전, 결승전으로 이어지며 우승팀을 가린다.
한국은 오는 24일 오후 10시(한국시간)에 우루과이, 28일 오후 10시에 가나, 12월 3일 오전 0시에 포르투갈과 차례로 예선전을 펼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 팀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황희찬(울버햄프턴), 김민재(나폴리), 황의조와 황인범(이상 올림피아코스), 이재성(마인츠) 등 유럽파가 그라운드를 누비는 게 확정적이었는데, 지난 2일 '에이스' 손흥민의 부상이 이번 월드컵의 주요 변수가 됐다.
1954년 첫 출전·1986년 첫 골·첫 승점
월드컵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하에 지난 1930년부터 4년에 한 번 개최됐다. 단일 종목 스포츠 행사 중에서는 최대 규모의 대회다.
우리나라가 처음 출전했던 1954년 스위스 대회를 포함하면 통산 11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한국전쟁 정전협정(1953년) 체결 이듬해인 1954년, 아시아 독립국가 중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이후 32년간의 공백 끝에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10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월드컵 역사상 10연속 진출은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스페인 등 5개국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월드컵 역사에서 한획을 그은 장면을 꼽는다면 언제일까.
2002년 6월 25일 오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준결승 한국-독일경기에서 한국 김태영과 독일 노이빌레가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먼저 첫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을 빼놓을 수 없다. 16개국이 진출한 스위스 월드컵에서 한국은 당시 세계 최강 서독(당해 우승), 헝가리(당해 준우승), 터키와 같은 조에 배정됐다. 죽음의 조에서 한국은 터키와 헝가리에 각각 0-7, 0-9로 패배했다. 지금과 조별 리그 방식이 달라 서독과는 경기를 치르지 않았다.
다음은 스위스 월드컵 이후 무려 32년 만에 본선에 진출한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이다. 멕시코 월드컵에서 태극전사들은 사상 첫 골과 첫 승점을 기록했다. 이때에도 이른바 ‘죽음의 조’에 편성됐는데, 디에고 마라도나가 이끄는 아르헨티나, 1982년 우승국 이탈리아 그리고 불가리아와 함께 A조에 편성됐다.
당시 대표팀 주장이었던 박창선 전 경희대 축구부 감독이 최강팀 아르헨티나와의 1차전에서 멋진 중거리슛으로 득점하며 대한민국 월드컵 본선 첫 골의 역사를 썼다. 비록 3대1로 패배했지만 ‘한국 월드컵 사상 첫 골’을 넣은 영상은 지금도 짜릿함을 안겨준다.
이어 불가리아를 상대로 한 2차전에서 현재 중국 허베이 FC 축구감독인 김종부가 첫 승점 1점을 기록하는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당시 경기는 1대1 무승부에 그쳤다. 이탈리와와의 3차전에서는 최전방 공격수 최순호가 호쾌한 골로 1대1 동점을 만들었다. 최순호는 경기 후반 허정무가 추가 골을 넣는데도 기여했다. 비록 이탈리아에 패해 3대2로 16강 진출이 좌절됐으나, 차범근, 최순호, 허정무, 김주성 등 정상급 멤버들이 출전했다.
붉은악마 응원이 만든 '2022년 4강 신화'
마지막은 ‘붉은 악마’와 함께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2002년 한일 월드컵이다. 폴란드와의 첫 경기에서 터진 황선홍의 첫 골과 유상철의 쐐기골에 힘입어 월드컵 본선 첫 승을 아뤘다. 이어 미국전 후반 안정환의 극적인 헤딩으로 1-1 무승부에 이어 포르투갈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터진 박지성의 멋진 슈팅으로 16강에 진출하는 새역사를 썼다.
나아가 이탈리아와의 16강에서 후반 설기현의 동점골과 안정환의 연장 골든골로 8강에 올랐다. 스페인과의 8강에서는 0-0 무승부 혈투 후 피말리던 승부차기(5-3)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당해 대한민국은 월드컵 본선 첫 승리, 조별리그 1위, 16강, 8강,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며, 전국을 “대∼한민국, 짝짝짝짝짝"이라는 응원과 함성으로 물들였고, 전세계에 '붉은 악마'의 위용을 알렸다.
지난 9월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대 카메룬 축구 대표팀의 평가전에서 손흥민이 프리킥을 차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배출한 한국 축구스타들은 이를 발판으로 해외 유명 축구리그로 진출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던 박지성을 비롯해 안정환(이탈리아 세리에, 프랑스 리그앙), 이천수(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설기현(EPL), 이영표(EPL, 분데스리가), 차두리(분데스리가) 등이 유럽 주요 리그로 진출했다.
이후 이청용, 기성용, 지동원, 박주영, 구자철, 류승우, 박주호, 홍정호, 김진수 등이 유럽 진출에 성공했고 최근에는 황의조, 황희찬, 정우영 등이 활약 중이다. 특히 손흥민은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에서 득점왕을 기록했다.
한편 스위스와 멕시코 월드컵 사이 32년의 공백기 중에는 양지축구단이 창설되기도 했다. 지난 1966년 북한이 잉글랜드 월드컵 8강에 진출하자, 당시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1967년 1월 만든 축구단이다.
양지팀은 당시 '축구로 북한을 꺾는다'는 목표 아래 육해공 3군 팀 소속의 대표급 선수들을 모두 차출했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 출전을 대비해 1969년 무려 105일에 달하는 유럽 전지훈련도 실시했다.
하지만 유럽 4개국에서 펼쳐진 전지훈련은 고생길의 연속이었고, 선수들은 녹초가 되기 일쑤라 당시 서독과 오스트리아, 프랑스, 스위스의 아마추어·군(軍)·프로팀과 가진 10여 차례 평가전에서 패하기 일쑤였다. 급기야 1970년 3월 창단을 주도했던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이 경질되면서 양지축구단은 홀연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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