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저성장 시대, MZ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은 "어차피 이번 생은 한번 뿐"을 부르짖는 '욜로(YOLO)'였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며 넘치던 현금이 줄어들고 MZ세대 내에서 '무지출 챌린지'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한 그릇에 8만3000원짜리 망고빙수를 먹고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던 분위기에서 '일주일 0원 쓰기' 챌리지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달의 가볼만한 국내 여행지의 테마로 '달콤한 짠내투어'를 선정했다.
풍광도 스릴도 만점인 강원도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 한국관광공사 제공
■ 유네스코도 인증한 '화산의 작품'... 트레킹명소 떠오른 한탄강 주상절리길
대자연의 신비를 체험하기 위해 굳이 큰 돈을 들여 중국 장자제 잔도(높은 절벽에 낸 길)나 스위스 피르스트 클리프 워크까지 갈 필요는 없다. 지난해 개장해 트레킹 명소로 사랑받는 강원도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해외 명소 부럽지 않은 비경을 자랑한다.
한탄강은 화산 폭발로 형성된 화산 강이다. 이 일대는 원래 기반암이 화강암인데 화산이 폭발하면서 현무암질 용암이 뒤덮였다. 또 한탄강의 침식 작용으로 'U 자형' 협곡이 형성됐다. 수직 절벽과 주상절리의 비경이 펼쳐지는 협곡에 한탄강 주상절리길이 문을 열면서 이 아름다운 풍광을 누구나 눈에 담을 수 있게 됐다.
유네스코가 인증한 한탄강지질공원 순담-드르니 구간에 조성된 길로, 총 길이 3.6㎞에 이른다. 잔도를 거닐며 화산 활동이 만든 한탄강 일대의 독특한 지형을 감상하는 것은 제주도의 그것과는 또다른 매력이 느껴진다. 교량 13개, 스카이전망대 3곳, 전망쉼터 10곳이 있어 여행자의 취향과 체력에 따라 아찔한 전망을 보고, 적절히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잔도 길은 출입구가 2곳이라 출발지로 돌아가려면 차를 이용하거나 걸어야 한다. 차를 이용할 경우 양쪽 매표소를 왕복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타거나 평일에는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입장료는 성인 1만원, 청소년 4000원이지만 절반을 철원사랑상품권으로 돌려주기 때문에 사실상 반값이다.
제천 가스트로 코스에 있는 덩실분식의 찹쌀떡.
B코스 마지막 방문지인 솔티펍의 맥주도 인기를 끌고 있다.
■1만9900원의 맛있는 행복…제천 '가스트로 투어'
충북 제천에 가면 '2만원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 1만9900원에 제천의 5가지 맛을 즐기는 '가스트로 투어'가 있기 때문이다. 가스트로 투어는 다양한 음식을 맛보며 제천의 이야기를 듣는 2시간짜리 미식 프로그램이다. 명물 빨간오뎅과 '덩실분식' 찹쌀떡부터 약초를 넣은 약선 음식까지 제천의 식문화를 골고루 만날 수 있다. A코스는 찹쌀떡을 시작으로 하얀민들레비빔밥, 막국수, 샌드위치, 빨간오뎅 순서로 맛본다. B코스는 황기소불고기를 먹은 뒤 막국수, 승검초단자와 한방차, 빨간오뎅, 수제 맥주를 차례로 즐긴다. 선호하는 음식에 따라 코스를 선택할 수 있는데, 수제 맥주가 포함된 B코스는 젊은층이 많이 찾는다.
배를 채웠으면 제천의 대표 관광지 의림지와 명승인 제림으로 향한다. 노송이 울창한 의림지를 산책하다보면 마음이 잔잔해진다. 용추폭포 유리전망대의 아찔한 스릴, 청풍문화재단지, 청풍대교와 청풍호도 감상할 수 있다. 4인이 여행할 경우, 토박이 기사가 안내하는 관광택시를 이용하면 효율적이다.
우포늪의 늦가을 풍경
■ 국내 최대 내륙습지 창녕 '우포늪'... 생태관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무료
세상에 공짜는 없다지만, 정보와 발품을 팔면 아주 저렴한 여행은 가능하다. 경남 창녕 우포늪도 '짠내 투어' 대표 관광지로 안성맞춤이다. '람사르 협약에 등재된 국내 최대 규모의 내륙 습지'라는 타이틀로도 우포늪은 한번 가볼만한 장소다.
지난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관광의 별'에도 이름을 올렸고, 입장료와 주차료가 없다는 점도 매력이다. 지난해 11월부터 관람료를 받지 않는 우포늪생태관에서 진행하는 에코누리 프로그램도 참여해 실속을 챙길 수 있다. 우포잠자리나라는 우포늪에 서식하는 잠자리를 포함해 다양한 곤충에 대해 배우는 체험 학습관이다. 입장료 50%를 창녕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줘 알뜰하게 즐길 수 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우포늪생태체험장과 창녕박물관도 그냥 지나치기엔 섭섭하다. 토끼먹이체험장, 산토끼동요관, 레일썰매장 등 다양한 체험 시설을 갖춘 산토끼노래동산의 경우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의 저렴한 입장료로 하루종일 둘러볼 수 있다.
섬 전체가 보랏빛으로 물든 전남 신안 '퍼플섬' 한국관광공사 제공
■ 마을지붕부터 식당그릇까지 보랏빛 물결… 신안 '퍼플섬'
'일보 삼도'(한번 길을 나서 3개의 섬을 둘러본다)가 가능한 이색 명소도 있다. 마을 지붕부터 도로, 휴지통, 식당 그릇까지 보랏빛 일색인 전남 신안군 '퍼플섬'이 얘기다. 퍼플섬은 안좌도 부속 섬인 반월도와 박지도를 통틀어 부르는 명칭이다. 보라색 해상보행교가 안좌도와 반월도, 박지도를 잇는다. 안좌-반월 간 문브릿지 380m, 반월-박지 간 퍼플교 915m, 박지-안좌 간 퍼플교 547m다. 섬 관광을 생략하고 보행교만 따라 걸어도 족히 30분은 걸린다. 푸른 하늘과 바다를 충분히 즐기려면 만조에 맞춰 가는 것이 좋다. 간조에는 보행교 아래로 찰랑이는 물살 대신 너른 갯벌이 펼쳐진다. 보라색 옷이나 신발, 모자 등을 착용하면 입장료가 무료다. 보라색을 잊었다면 어른 5000원, 어린이 1000원의 입장료가 있다.
반월·박지도에 가려면 압해도와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를 지난다.
전부 다리로 연결된다. 바다 위 교량 길이만 7.2㎞에 달하는 천사대교, 천사섬분재공원, 암태도 기동삼거리 벽화, 한국 추상미술 1세대 김환기 화백 고택도 동선에서 만날 수 있다. 백길해변, 둔계해변 등이 아름다운 자은도도 함께 여행하기 적당하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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