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금리에 꽁꽁 언 M&A시장
대형사모펀드들도 신중 모드
최근 경기침체에 국내 인수합병(M&A)시장에서도 대형 빅딜이 줄줄 무산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는 모습이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몸값 3조원에 이르는 구강 스캐너업체 메디트의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메디트의 매각 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최근 칼라일·GS 컨소시엄에 부여된 메디트 인수 우선협상권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1일 GS는 공시에서 "메디트의 지분 취득과 관련해 당사를 포함한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현재 우선협상 기간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관사 측은 공식적으로 다른 후보자들에게 기회를 주고 연말까지 딜을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메디트의 새로운 인수후보로는 글로벌 최대 사모펀드(PEF)인 블랙스톤과 KKR 등이 거론된다.
앞서 올 상반기를 달궜던 F&B 빅딜인 햄버거 브랜드들의 M&A 역시 딜 일정을 연기하거나 주간사를 교체하는 등 상황이 녹록지 않다.
지난 10일 글로벌 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1년간 새 주인 찾기 작업을 벌여 온 버거킹 매각을 철회했다. 금리 상승에 대주단을 현실적으로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버거킹의 매각 주간사인 골드만삭스는 시장 상황을 보며 내년 하반기께 다시 매각에 나설 계획이다. 매도자 측은 한국과 일본 버거킹 지분 100%를 매물로 내놓고 희망매각가로 한국법인만 1조원 이상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결국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 딜 일정 자체를 연기한 것이다. 맘스터치도 기존 매각 주간사인 BOA메릴린치에서 지난 10월 도이치증권으로 매각 주관사를 교체하고 예비입찰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희망매각가가 1조원에 달해 새 주인 찾기 작업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 의견이 높다.
국내 대형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의 경우 카카오모빌리티에 이어 메가스터디교육 인수도 무산되는 등 대형 사모펀드들의 딜 진행 상황 역시 순조롭지 않은 형편이다.
지난달 말 국내 상업용 오피스 거래 사상 최대 규모로 주목받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IFC 인수도 결국 무산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매도 측인 캐나다 브룩필드자산운용과 IFC 매입을 위한 협상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2000억원의 이행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에 국제분쟁 중재를 신청했다.
또 지난 9일 KB증권과 이지스자산운용도 글로벌 초대형 IB인 크레디트스위스의 취리히 본사 건물 인수거래가 불발됐다. 인수가격은 약 1조8600억원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시중금리 급등으로 인수금융 대출금리가 10% 가까이 치솟고 대형 기관들도 보수적 관점에서 투자 자체를 신중하게 나서는 분위기라 자금조달이 예년 대비 여의치 않다"며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Y한영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M&A 조달액은 188억달러(26조2000억원)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2015~2019년 기간 평균에 비해선 37% 급감한 규모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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