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자본잠식은 아니지만 관리종목 탈피 위한 '고육지책'
[파이낸셜뉴스] 에이프로젠이 기명식 보통주 3주를 동일한 액면주식 1주로 무상병합하는 3:1 감자를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내년 3월에 발표될 2022년 연결재무제표가 회계적으로는 자본잠식이 아니지만 거래소 상장규정 상으로는 50% 이상 자본잠식으로 판정돼 관리종목에 지정될 가능성이 있어서 이를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에이프로젠이 전일 감사인의 검토를 거쳐서 발표한 2022년 3분기말 기준 자본금은 3805억원, 연결기준 자본총계는 4904억원이다. 회계적으로만 보면 자본이 자본금보다 46% 많으니 자본잠식이 아니다.
그러나 거래소 상장규정에 의하면 연결 대상이 있는 지배기업의 관리종목 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자본잠식 비율 계산에는 자본총계에서 비지배지분에 귀속되는 자본은 제외하고 지배기업의 소유주에게 귀속되는 자본만을 가지고 자본잠식 여부를 따지게 된다. 2022년 3분기말 기준 에이프로젠의 자본총계는 4904억원이지만 이중에서 지배기업의 소유주에게 귀속되는 자본은 1168억원이고 나머지 3736억원은 비지배지분에 귀속되는 자본이다.
따라서 거래소 상장규정 대로 계산하면 에이프로젠의 자기자본 비율은 30.7%가 돼 50%이상 자기자본 잠식에 해당되고 회사가 올해 연말까지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2022년 온기 감사보고서가 나오는 내년 3월에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에이프로젠 관계자는 “거래소 상장규정 상으로 자본잠식으로 판정될 수 있는 이번 재무제표를 초래한 여러 원인 중 법적으로는 비상장 에이프로젠이 옛 에이프로젠메디신에 흡수합병된 것이지만 K-IFRS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상으로는 옛 에이프로젠메디신이 에이프로젠에 흡수합병된 것으로 간주되는 역합병으로 회계처리가 됨으로써 지배기업의 소유주에게 귀속되는 자본의 규모가 크게 감소하게 된 것이 원인이었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번 감자결정은 오는 29일로 연기된 주주총회에서 추가 안건으로 처리될 예정이며 이럴 경우에 채권자 보호기간 1개월을 감안하면 2022년 12월 30일에 감자가 완료돼 12월 31일부터 감자의 법적 효력이 발생된다. 이에 따라 에이프로젠은 2023년 3월에 발생할 수 있었던 관리종목 지정 위험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번 3:1 감자결정은 회사가 하루만 늦게 대처했어도 불행한 상황에 처할 수 있었던 급박한 결정이었던 셈이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