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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하락·거래 잠김 ‘복합위기’… LTV 추가완화 등 절실"

건설산업연구원·주택협회 세미나
전문가들 "주택시장 경착륙 가능성
일부 대출 규제완화론 대응 어려워"

"집값 하락·거래 잠김 ‘복합위기’… LTV 추가완화 등 절실"
국내 주택시장 경착륙을 경고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파른 금리인상 등으로 거래가 얼어붙고, 집값하락 속도는 빨라지고 있는 반면 정부의 대응책 마련과 규제완화 속도는 더뎌 경제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커질 수 있어서다. 이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10곳 중 1곳 이상은 공사에 차질을 빚는 등 건설현장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한국주택협회가 15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진행한 '위기의 주택시장:진단과 대응'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의 제언이 이어졌다.

이날 허윤경 건살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격 하락, 거래 감소, 판매 저조, 금융 리스크 확대 등 현 상황을 종합해볼 때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실제 건산연이 주택협회 회원 건설사·주택사업 경력자 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주택사업 경력자의 65.7%가 주택시장이 경착륙할 가능성이 크다고 응답했다. 특히 주택사업 경력이 10년 이상인 사업자(69.2%)들은 주택시장의 경착륙 가능성을 높게 봤다.

허 연구위원은 "현재 주택시장은 거래량이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 등 극도로 침체해 있다. 금리 상승 속도를 고려하면 일부 대출 규제 등을 풀어주는 조치만으로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주택시장이 복합 위기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의 지속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복합위기는 가파른 금리인상 속도로 인해 리스크를 대비할 여유 없이 실물경제 전반이 타격받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급한 규제완화 대책으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금융 규제 완화, 조정대상지역 해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정비사업 관련 규제 완화 순으로 꼽혔다.

허 연구위원은 최근 레고랜드발 PF부실 사태에 대해서도 정부의 지속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허 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이 건전성을 강화하면서 부동산 금융은 오히려 위험도가 큰 비은행권의 비중이 높아졌다"며 "금융부실은 시차를 두고 현실화하는 만큼 지속적인 대응에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앞서 건산연이 실시한 자체 설문조사에서 최근 PF 부실 위기로 40개 건설업체의 사업장 233곳 가운데 31곳(13.3%)의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시장에 양질의 주택 공급을 이어가기 위해 정비사업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건산연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상당수 정비사업 현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과도하고 경직된 규제만 풀어도 신속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며 "안전진단,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실제 부동산 시장의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집값은 가파른 속도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올해 10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9월)대비 1.2% 떨어졌다. 지난 2003년 11월 통계를 시작한 이후 19년 만에 처음 겪는 최대 낙폭이다.
지난 9월 -0.78%에서 한달새 낙폭이 0.42%p 더 커졌다. 기존 최대 하락률은 글로벌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 -0.92%다. 집값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지만, 추가 금리 인상 예고 등으로 향후 낙폭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pja@fnnews.com 박지애 김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