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인 산업의 규제와 불법적인 다단계에 대한 규제를 나누자."
이병준 한국소비자법학회 회장(한국외대 교수·사진)은 지난 9일 열린 '방문판매법 개정 심포지엄' 폐회사에서 "불법적인 다단계 판매 사업은 강하게 규제하는 식으로 법을 만들고 공제조합 산업은 외국의 수준으로 법을 바꿨으면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열린 행사는 현 실정과 맞지 않는 방문판매법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 회장은 최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 회장은 "현재는 방문판매법 안에 다단계판매 내지 후원방문판매 명칭 아래 함께 규제를 받고 있다"며 "형사처벌 규정도 완전히 불법 피라미드 판매에 해당하는 것도 방문판매법이 적용되고, 합법적인 사업을 하는 경우에도 방문판매법이 적용돼 언론은 물론 소비자 모두 혼선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외 입법례에서는 불법 피라미드의 경우, 불법적인 판매방식으로 규율하고 형사처벌하는 규정을 별도의 입법을 통해 두고 있다. 직접판매 산업은 별도의 규제 없이 '사업장 외 거래'라는 비점포판매로 인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철회권과 정보제공 의무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을 뿐"이라며 "불법 피라미드 판매와 사업장 외 거래라는 형태로 별도의 명칭을 통해 분명히 구분할 수 있도록 입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또 다단계 업계도 하나의 채널이 아닌, 멀티 채널로 갈 필요성이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현행법상 다단계판매의 경우, 직접판매는 물론 전자상거래 방식의 판매도 가능하다. 후원방문판매의 경우는 방문의 방법만 허용되고 있지만, 전자상거래 방식으로도 가능하도록 법 개정이 국회에 상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멀티 채널이 대세가 돼가고 있는 이상 하나의 업종만을 선택해 사업을 하는 것은 점차 불가능한 사업환경"이라며 "따라서 업종의 제한으로 접근하지 말고, 실제로 사업자와 소비자가 어떠한 방식으로 거래를 하는지를 중심으로 규정을 만들면 된다. 즉, 통합된 사업자 신고를 바탕으로 전자상거래, 방문판매, 다단계판매 등의 판매방식을 결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직판업계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문제를 지적하는 사항은 △후원수당 지급률 35% △판매원 청약철회 3개월 기간 △후원수당(보상플랜) 지급기준 변경시 3개월 전 통지 의무 △160만원 개별재화 가격제한 등이 있다.
그는 "이 사항은 우리나라의 특수한 역사적 상황을 바탕으로 탄생한 규정들이고, 당시에는 실효성과 역사적 의미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보면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며 산업을 지나치게 억누르면서 소비자 보호 효과는 크게 없는 규제"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다른 선진 입법의 경우 이러한 제한들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입법의 기본적인 시각을 바꾸게 되면 더 이상 이런 세부적인 규제는 필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금이 직접판매산업에 대한 규제를 손 볼 수 있는 적기라는 판단이다. 그는 "현 정부는 규제완화 및 자율규제를 실현할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법 집행기능과 법 정책기능을 분리하기로 했다"며 "이같은 변화로 보면 방문판매법에 기한 직접판매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규제의 틀을 다시 논의할 단계가 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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