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 2200만원대 폭락
프로셰어스 티커BITO 손실률 23%
거래소·대출업체 블록파이도 휘청
가상자산판 리먼사태 번질지 촉각
세계 3위 가상자산거래소 FTX 파산 충격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까지 흔들고 있다.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이 추락하면서 관련 ETF 수익률도 급락했다. 금융시장 전체로 번지고 있는 FTX 파산 충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현지시간) 기준 프로셰어스 비트코인 스트래티지(티커 BITO)는 최근 1주일 사이 23.66% 손실률을 기록했다. 이 상품은 지난해 10월 상장한 미국 최초 비트코인 기반 ETF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 가격을 추종한다.
역시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하는 반에크 비트코인 스트래티지(XBTF)와 발키리 비트코인 스트래티지(BTF) 가격도 같은 기간 각각 23.27%, 23.32% 떨어졌다.
블록체인 산업·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엑스 블록체인(BKCH)은 8.56%, 전 세계 가상자산기업지수를 따르는 비트와이즈 크립토 인더스트리 이노베이터(BITQ)는 14.03% 하락했다.
테라·루나 사태가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FTX 파산이라는 악재가 겹치며 가상자산 시장이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는 결과다. FTX는 고객예치금 등 13조원 가량을 위험 투자 전문 계열사 알라메다 리서치 등에 지원하다 유동성 위기를 맞은 것으로 파악됐다.
FTX발 파장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을 분위기다. 거래량 기준 전 세계 15위 거래소 크립토닷컴마저 위태롭다. 지난달 크립토닷컴이 보유하고 있던 이더리움 약 32만개가 유사 규모 거래소인 게이트아이오로 송금된 사실이 전해지면서다.
크리스 마잘렉 최고경영자(CEO)는 '착오 송금'이라고 해명했지만 거래소가 서로 부족 자금을 빌려주는 '돌려 막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면서 투자자들은 자금 인출에 나서는 상황이다. 자체 발행한 크로노스 값도 나날이 폭락하고 있다. 여기에 가상자산 대출업체 블록파이는 파산보호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또 다른 대출업체 솔트도 고객 입출금 서비스 일시 중단 사태를 빚었다.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도 유탄을 맞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9일만 해도 2800만원에 근접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현재 2200만원대까지 곤두박질쳤다.
FTX 사태가 가상자산의 제도권 합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다. 지난해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하는 BITO 상장으로 가상자산 투자가 제도권 테두리에 들어오는 등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FTX라는 대형 시장 주도자가 사라지며 남은 트레이딩 기업들도 자금이 묶여 유동성 경색이 심화하고 있다"며 "가상자산 헤지펀드 최대 40%가 피해에 노출됐고 크립토의 리먼 사태로 불릴 정도로 여파가 큰 만큼 시장에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라·루나 사태에 이어 FTX 파산까지 겹치며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선 가상자산을 투자 및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배제하는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검이 FTX 사태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하원은 관련 청문회를 내달 개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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