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힐링여행, 제천
도심 걸으며 5가지 메뉴 맛보는 프로그램 인기
황기소불고기·빨간오뎅 등 배 든든히 채우고…
‘짜릿짜릿’ 출렁다리 건너 옥순봉 기암괴봉 속으로
케이블카 타고 비봉산 정상 오르면 청풍호 한눈에
‘굽이굽이’ 박달재·‘最古 저수지’ 의림지도 가볼만
'제천 10경' 중 제8경에 해당하는 옥순봉(玉筍峰)은 희고 푸른 여러 개의 봉우리가 마치 대나무 싹과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청풍호반 유람선이 옥순봉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제천(충북)=이환주 기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우리 속담처럼 중국에는 '주향불파항자심'이란 말이 있다. '술 맛(향)이 좋으면 골목이 아무리 깊어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좋은 경치를 구경하는 것도 배가 불러야 더 잘 느낄 수 있고, 술이 맛있으면 어둡고 볼품없는 골목도 좋아지게 마련이다. 충북 북동쪽에 있는 제천은 '먹고, 구경하고, 힐링'까지 할 수 있는 삼박자가 잘 맞는 곳이다.
가스트로투어 빨간오뎅
■2만원에 5메뉴, '가스트로 투어'
제천에는 단돈 2만원만 내면 거스름돈 100원을 돌려 받고 5가지 메뉴를 즐길 수 있는 '가스트로 투어'가 가능하다. 가스트로(gastro)는 '위장'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로, 가스트로 투어는 약 2시간 동안 걸으며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도심형 미식 여행 프로그램이다. 동행하는 문화관광해설사가 생생한 제천 이야기를 들려줘 배도 채우고, 식후경을 위한 준비로도 제격이다.
총 2가지 코스가 있는데 A코스는 찹쌀떡을 시작으로 하얀민들레비빔밥, 막국수, 샌드위치, 빨간오뎅 순서로 맛본다. B코스는 황기소불고기를 먹은 뒤 막국수, 승검초단자와 한방차, 빨간오뎅, 수제 맥주를 차례로 즐긴다. 참가자가 선호하는 음식에 따라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특히 수제 맥주가 포함된 B코스는 젊은층이 많이 찾는다. 참가 인원은 4~20명이고, 반드시 사전 예약해야 한다.
투어는 제천버스터미널 부근에서 출발한다. 제천은 조선시대 3대 약령시 가운데 하나로 약선 음식, 즉 약초를 넣은 음식이 많고 한방시장 역시 유명하다.
술을 포함한 B코스 첫번째 음식은 '대장금식당'의 황기소불고기다. 황기와 계피, 무, 파, 양파를 넣어 국물까지 다 먹게 된다. 다음은 상동막국수에 들렀다가, 대한민국식품명인 52호 이연순 명인의 제천 한방떡을 맛보러 갈 차례다. 찹쌀가루에 생당귀 잎을 찧어 넣고 반죽한 승검초단자는 잣가루 고물을 묻혀 고소하고 팥소는 침이 고일 만큼 달달하다. 곁들이는 한방차에는 과식하는 가스트로 투어 참가자들의 소화를 돕기 위해 백출(삽주 뿌리를 말린 약재)을 넣었다. 곧바로 내토전통시장의 빨간오뎅을 맛보고, 마지막은 제천중앙시장에 자리한 '솔티펍'에서 한잔 한다. 솔티마을 수제 맥주 중 대표 메뉴는 '솔티8'로 알코올 도수가 8%다.
옥순봉 출렁다리
청풍호반 케이블카
■식후경은 옥순봉과 청풍호반 케이블카로
식후경은 옥순봉에 오르거나 청풍호반 케이블카를 타고 제천의 아름다운 풍광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것이다.
청풍호반 케이블카는 청풍면 물태리에서 비봉산 정상까지 2.3㎞ 구간을 운행한다. 케이블카 정상의 비봉산은 봉황새가 알을 품고 있다가 먹이를 구하려고 비상하는 모습과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비봉산은 청풍호 중앙에 위치하며 해발 531m에 달한다. 비봉산 정상에 서면 사방이 짙푸른 청풍호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넓은 바다 한가운데 섬에 오른 기분이다.
안락한 케이블카 대신 월악산국립공원에 있는 옥순봉에 올라 출렁다리에서 짜릿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옥순봉은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봉우리의 경관이 뛰어나 소금강이라고도 한다. 희고 푸른 여러 개의 봉우리가 마치 대나무 싹과 같다고 하여 옥순봉이라고 부르며 제천10경 중 제8경에 속한다. 기암괴봉이 거대한 병풍처럼 펼쳐지면서 청풍호와 어우러져 뛰어난 경관을 연출한다. 옥순봉 휴게소에서 전망대까지 5분 정도 올라가면 그 수려한 산세와 힘찬 봉우리들을 감상할 수 있다. 옥순봉의 산세는 해발 283m로 월악산국립공원에 속해 있어 정비가 잘 되어있고, 산행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천천히 걸어 1~2시간이면 충분하다.
옥순봉 출렁다리는 청풍호반 수면 위에서 제천10경 중 하나인 옥순봉을 가장 가까이서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포인트다. 길이 222m, 너비 1.5m의 연결다리 및 408m 길이의 생태탐방 데크로드와 야자매트로 이뤄진 트래킹 길까지 더해 청풍호반과 옥순봉을 온몸으로 느끼며 둘러볼 수 있다.
박달재
■울고넘는 박달재와 의림지
둘째날에는 박달재와 의림지도 놓칠 수 없다. '울고 넘는 박달재'라는 대중가요로 전국에 널리 알려진 박달재는 조선 중기 박달과 금봉의 슬픈 사랑 이야기로도 널리 알려진 곳이다. 지금은 자동차로 10여분만에 고개를 넘을 수 있지만, 옛날에는 박달재와 다릿재를 넘으려면 걸어서 며칠이 걸렸다고 한다. 새색시가 박달재를 한번 넘어서 시집을 가면 두 번 다시 친정에 가기 어려웠다고 해서 '울고 넘는 박달재'라고 불린다는 설도 있다.
굽이굽이 굽어있는 박달재는 돌아가는 묘미가 있어 최근에는 새로운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박달재는 천등산뿐만 아니라 인근에 인등산과 지등산도 함께 있어 천(天), 지(地), 인(人)이 모두 갖추어진 유일한 곳으로, 하늘에 천제를 올리던 성스러운 곳으로 알려졌다.
제천10경 중 제1경인 의림지는 삼한시대에 축조된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와 함께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저수지다.
본래 '임지'라 불렸으나 고려 성종 때 제천을 '의원현' 또는 '의천'이라 했는데, 그 후에 제천의 옛 이름인 '의'를 붙여 의림지라 부른다. 수백 년을 자란 소나무와 수양버들, 30m의 자연폭포 '용추폭포' 등이 어우러져 운치를 더해준다. 호수 주변에 목책길과 분수, 인공폭포를 설치해 의림지를 관망하며 산책하기에 좋다.
hwle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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