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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명콤비의 클래식 변주… “베토벤, 록스타로 재해석했죠” [Weekend 문화]

신작 ‘베토벤’ 들고 한국 온 미하엘 쿤체·실베스터 르베이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작
내년 1월 12일 세계 최초로 국내 공연
모든 뮤지컬 넘버 베토벤 원곡에 기반
5번 ‘운명교향곡’ 7번 ‘교향곡' 활용
두 명의 기타연주자 무대 양옆 배치
클래식 장르 넘어 현대적으로 접근
연인으로 추정되는 수 많은 후보중
유부녀 ‘안토니 브렌타노’ 등장인물로
“윤리적 잣대 넘어선 사랑 이야기 흥미”

뮤지컬 명콤비의 클래식 변주… “베토벤, 록스타로 재해석했죠” [Weekend 문화]
신작 뮤지컬 '베토벤'의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왼쪽)와 극작가 겸 작사가 미하엘 쿤체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명콤비의 클래식 변주… “베토벤, 록스타로 재해석했죠” [Weekend 문화]
신작 뮤지컬 ‘베토벤’ 티저 영상 이미지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베토벤은 늘 흥미로운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번 작업을 통해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게 됐고, 음악의 본질과 핵심에 더 다가간 느낌을 받게 됐다. 이젠 그의 음악을 들으면 외로운 한 사람의 절규가 들린다."

록스타처럼 붉은 가죽재킷을 걸친 극작가 미하엘 쿤체(79)는 이렇게 말했다. '엘리자벳' '모차르트!' '레베카' 등 유럽 뮤지컬의 명콤비,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77)가 신작 '베토벤'을 내놓는다.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작인 이 작품은 2023년 1월 12일 세계 최초로 국내 초연된다. 한국의 오랜 파트너, EMK뮤지컬컴퍼니와 협업한 이들은 제작사와 타이틀롤 박효신·박은태·카이·옥주현 등 출연진 및 한국 관객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표했고, '베토벤'의 1차 티켓 흥행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쿤체는 "오늘날의 관점으로 보면 성공적인 록스타와 같았던 중년시절 베토벤의 사랑에 주목한다"며 "영혼의 상처가 많았던 그의 인간적 면모와 한 여인과의 사랑을 통해 더욱 성장하는 예술세계를 그의 음악을 통해 표현한다"고 말했다. 르베이는 "뮤지컬의 모든 넘버는 베토벤의 음악에 기반한다"며 "단순히 차용하는 게 아니라 원곡을 동시대와 연결짓고자 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두 사람과의 일문일답.

―베토벤의 이야기를 클래식 본고장 유럽이 아니라 한국에서 초연하게 된 이유는.

▲쿤체=베토벤 사후 발견된 세 통의 편지를 통해 그가 진정한 사랑을 했다는 것이 알려졌다. 우리는 베토벤의 불멸의 사랑 이야기는 반드시 그의 음악을 통해서 표현해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유럽에서 베토벤은 신화와 같은 존재여서 뮤지컬로 소환하는 게 약간의 금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베토벤에 대해 선입견이 없는 나라에서 우리의 새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싶었다. 지난 10년간 우리의 작품을 특별히 공연해준 제작사 EMK에 대한 신뢰도 컸다. 한국 배우들은 세계적 기량을 갖췄고, 한국 관객들은 늘 열린 마음을 갖고 있어 베토벤을 어떤 식으로 구현했을지 따지기보다 작품 그 자체로 받아줄 것이라고 믿었다. 수많은 현대 뮤지컬 안에서 베토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게 새로운 일이라고 확신한다.

―뮤지컬 넘버 '사랑은 잔인해'에서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 2악장 멜로디가 사용됐는데, 원곡이 얼마나 차용되나.

▲르베이='사랑은 잔인해'를 비롯해 모든 뮤지컬 넘버가 기본적으로 베토벤의 원곡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번 음악을 만들 때 늘 중시한 것은 원곡의 음악적인 선율들, 멜로디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그 멜로디들이 뭔가 뮤지컬 형식에서는 매끄럽지 않다 싶을 때 제가 추가적으로 멜로디를 작곡해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또 관객들이 베토벤의 음악을 단순히 클래식하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으로 느끼면서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데 공들였다. 원곡을 최대한 살린 이유는 그 음악 안에 베토벤의 영혼, 감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베토벤의 어떤 곡들이 사용됐나.

▲르베이='월광'이나 '비창' 소나타는 무조건 쓸 생각이었다. 너무나도 유명한 5번 '운명 교향곡'의 멜로디도 활용했고 이 작품의 첫 번째 음악이 시작되는 부분에서는 7번 교향곡의 멜로디들이 활용됐다. 음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중시한 것은 음악적인 구현이 가능한지 여부였다. 또 베토벤의 음악이 유치해진다거나 키치적으로 되지 않게끔 굉장히 심혈을 기울였다. 사실 오늘날 베토벤의 음악이 원곡의 형태로 연주된다 할지라도 남용되는 경우들이 많다. 예를 들어 실베스터 스탤론이 나왔던 어떤 액션 영화에서 5번 교향곡이 사용됐는데 그 상황과 너무나도 맞지 않아 음악에 대한 존중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적인 진정성이 전해질 수 있도록 굉장히 주의를 기울였다. 하늘에 계시는 베토벤님께서도 미소를 지으면서 이 뮤지컬을 관람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불멸의 연인 후보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중 안토니 브렌타노를 선택한 이유는.

▲쿤체=베토벤의 연가곡에서 힌트를 얻고자 했던 음악학자와 달리 역사학자들은 시대적 배경에 근거해 베토벤이 프라하에 갔던 시기에 만난 여인들 중에 후보를 추정했는데, 사실 브렌타노란 명확한 증거는 없다. 극작가 입장에선 브렌타노가 네 명의 아이를 둔 유부녀라는 점이 특히 흥미로웠다. 좀 더 극적인 상황과 갈등을 만드는데 용이했다. 또 베토벤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윤리적인 잣대가 높은 사람이었다. 베토벤은 남동생의 배우자가 윤리적으로 평판이 좋지 않다며 그 여성과의 결혼을 굉장히 반대했는데, 그런 베토벤이 이러한 사랑 관계에 얽힌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인생 시기별로 베토벤의 음악이 달리 느껴지나.

▲르베이=돌이켜보면 베토벤의 음악은 늘 제 영혼에 존재했던 것 같다. 변화라면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다. 이번 뮤지컬을 준비하면서 음악에 더 깊게 연결된 느낌이 든다. 뮤지컬 넘버를 작곡하기 위해 음 하나하나에서 베토벤이 어떤 영혼의 메시지를 담아냈는지를 제가 찾아려고 했고 그것을 끌어내고자 했기 때문이다. 음악 자체는 그대로 있었지만 그 음악에 대한 저의 관계가 조금 더 깊어진 게 아닌가 싶다.


―팔순을 앞둔 현재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창작의 원동력은.

▲쿤체=여전히 '뭔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우리의 이야기가 잘 성취됐을 때 그게 너무나도 큰 기쁨으로 다가온다. 행복한 모습으로 극장에 계시는 관객들의 모습 또한 창작의 계속되는 에너지로 작용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