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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한국 브랜드 맥주 파는 한인청년 "코로나때 12시간씩 운전해 집앞 배달" [실리콘밸리 사람들]

도깨비어 이영원 대표 2019년 집 차고에서 동문과 창업 직접 배송하며 팬데믹 위기 극복 김치유산균맛 등 이색제품 인기 내년부터 생산량 5만캔으로 늘어 "이곳은 실패해도 다시 설수 있어"

美서 한국 브랜드 맥주 파는 한인청년 "코로나때 12시간씩 운전해 집앞 배달" [실리콘밸리 사람들]
이영원 도깨비어 대표가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자신의 집 차고에 마련한 본사 사무실에서 도깨비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홍창기 특파원
【파이낸셜뉴스 오클랜드(미국)=홍창기 특파원】 "우리 맥주가 더 많이 팔릴수록 한국 고유의 맛과 한국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것이다. 한국 고유의 맛과 컨셉이 실리콘밸리와 캘리포니아에서 주류가 될 수 있게 도전해 보겠다."

빅테크 기업과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모여있는 실리콘밸리에서 '도깨비어'라는 브랜드의 맥주를 파는 한인 청년 사업가의 당찬 포부다. 그 주인공은 모두가 선망하는 미국 명문 대학 버클리를 중퇴하고 맥주회사 도깨비어를 이끌고 있는 30대 초반의 이영원 대표다.

웨스트 오클랜드에 위치한 이 대표의 집 차고가 도깨비어 본사다. 실리콘밸리의 많은 스타트업들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차고에 마련한 본사에는 이 대표를 포함해 모두 4명이 상주하며 일하는데 공교롭게 모두 캘리포니아주립대(버클리) 졸업생이다. 이 대표는 "미국에서 한국적인 콘셉트와 맛의 맥주가 성공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깨비를 모티브로 자신의 맥주를 브랜딩한 것에 대해 한국적인 것을 미국에 알리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도깨비가 술 마시는 것 좋아하고 좋은 사람은 도와주고 나쁜 사람을 벌하는 신출귀몰하고 변화무쌍한 캐릭터가 아닌가. 도깨비어라는 회사가 끊임없이 맛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맛을 개발해야만 성공한다고 생각했는데 변화무쌍한 도깨비가 우리 회사의 브랜드와 딱 맞았다"고 회상했다.

2019년 여름 도깨비어를 창업한 이 대표는 창업 직후 위기를 맞았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이었다. 그는 "도깨비어를 파는 팝업 스토어를 샌프란시스코에 론칭했고, 많은 이곳 사람들이 줄까지 서며 관심을 가졌는데 '코로나 때문에 망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젊은 창업가는 좌절하지 않고 집집마다 맥주를 배달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승용차가 도요타자동차의 '프리우스'인데 뒷좌석을 접은 다음 500mL 맥주캔 50박스(1200캔)를 싣고 12시간씩 운전하면서 샌프란시스코부터 LA까지 배달했다"고 했다. 그는 하루에 500마일(804㎞)을 운전하면서 코로나 팬데믹을 견뎌냈다.

그는 "각 지역의 슈퍼마켓을 뚫기가 어려웠고 그래서 배달을 선택했다"면서 "도깨비어만의 독특한 맛과 캘리포니아 한인 분들의 지지가 더해지면서 도깨비어의 맛이 서서히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고 했다.

도깨비어의 맥주 가운데 가장 인기있는 맥주는 김치유산균(사우어)맛 맥주다. 김치유산균 맛 맥주는 도깨비어가 17번째로 제작한 테스트용이었다. 테스트용이 이제는 도깨비어를 대표하는 맥주맛이 됐다.

도깨비어의 맛이 알려지고 꾸준하게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지금은 물류회사를 통해 도깨비어 맥주가 캘리포니아 소매점 350곳에 정기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아마존이 운영하는 수퍼마켓체인 '홀푸드' 캘리포니아 전점에 입점할 만큼 안정적이다.

자체 공장이 없는 도깨비어는 위탁 생산으로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그는 "미국 소비자들은 기업이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것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우리는 캘리포니아 지역내의 공장에서 맥주 생산을 하기 때문에 이런 점들도 캘리포니아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고 있다"고 소개했다.

도깨비어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위탁생산 물량도 늘어났다. 500mL 기준으로 4000캔을 생산했는데 내년 초에는 5만캔으로 늘어난다는 이 대표의 설명이다.

도깨비어가 캘리포니아 곳곳에 알려지면서 그는 도깨비어 브랜드에 대한 특허를 신청했다. 도깨비어의 브랜드를 베끼는 곳들이 생겨나면서다. 한국의 대기업도 도깨비어의 인기 상품과 유사한 콘셉트로 최근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그렇지만 이 대표는 쿨했다. 그는 "도깨비어를 즐기는 소비자들은 뭐가 진짜 인지 알아봐 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도깨비어 디자인을 통째로 완전히 베낀 미국 중부의 한 기업에는 경고장을 보낼 예정이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혁신 DNA 실리콘밸리 특유의 오픈마인드라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는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이라며 창업한다고 비관적인 반응부터 내놓지 않느냐"면서 "실리콘밸리에서는 도전을 응원하지 부정적인 반응부터 내놓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실패하더라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복돋아준다"면서 "학교 다닐 때부터 미지의 영역에 가는 것을 상상도 못 하게 하는 한국과 다른 점"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 많은 한국 스타트업들이 활동하고 있다"면서도 "식음료 분야의 스타트업은 드물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제가 성공하는 시나리오를 보여줘서 많은 한국 사람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식음료 스타트업을 창업하는데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