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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튀르키예도 언론사 탄압 있었다"

언론인·코미디언 알파고 시나씨
재한 튀르키예 기자로 亞 누벼
언론 탄압으로 고향·직장 잃어
귀화하며 한국 위한 역할 고민
중동 잇는 '대한중동인' 될 것

"내 고향 튀르키예도 언론사 탄압 있었다"
알파고 시나씨

[파이낸셜뉴스] "라마단 기간에 왜 단식을 해야 하냐고 엄마한테 물어봤어요. 엄마는 '가난한 사람들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살고 있는지 직접 경험해 보는 거야'라고 대답했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를 많이 하면 되지 않아요'라고 논리적인 지적을 하면 엄마는 화를 냈어요."
언론인 겸 스탠드업 코미디언 알파고 시나씨( 사진)가 한국에서 매주 진행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쇼에서 던진 농담이다.

지난 2004년 유학 차 한국에 온 알파고는 2018년 한국으로 귀화했다. 튀르키예 출신인 그의 별명은 '대한중동놈'이다.

알파고는 우연한 기회로 한국에 오게 됐다. 알파고는 "튀르키예 동부 출신이지만 고등학교를 서부에서 나왔다. 고향과 먼 지역에서 학교를 나오면서 대학교는 아예 다른 나라로 가고 싶었다"라며 "그런데 2001년에 9·11테러가 일어나면서 유럽권으로 갈 수 없게 됐고, 이전부터 관심이 있던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고 전했다.

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한 알파고는 이스탄불기술대학교에 진학했고, 한국에서는 교환학생으로 카이스트에 왔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서 어학당부터 갔지만 이때부터 그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알파고는 "부모님의 희망 때문에 이과에 진학했지만 한국에 와 공부하면서 문과적 성향을 발견했다"라고 말했다. 결국 그는 충남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과 중어중문학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외교학을 공부했다.

이후 알파고는 재한 튀르키예 기자가 됐다. 한국에 온 튀르키예 기자들의 통역을 맡다가, 튀르키예의 특파원으로 한국과 아시아의 소식을 전달하게 됐다. 그는 웃으면서 "나는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의 선물을 다 받아 본 언론인"이라며 자랑했다.

한국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시아 각지의 분쟁 지역을 찾아 보도했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의 국경 지대로 가서 로힝야족 분쟁을, 필리핀 남부 섬에 가서 무슬림 반군을 취재했다.

알파고는 "필리핀에 갔을 때 반군과 정부가 협상 중이었는데 협상을 반대하는 반군 일부가 반발하면서 내가 묵던 숙소 근처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하며 "무지성한 인간 집단이 얼마나 위험해지는 지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다"라고 고백했다.

무지성한 사건은 그의 조국에서도 벌어졌다. 2013년 그가 소속됐던 언론사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비리 의혹을 크게 보도했을 때 에르도안 정부는 편집국장을 체포하고 언론사를 해체했다.

이후 수많은 동료 언론인들이 감옥에 들어갔고, 알파고는 더 이상 고향인 튀르키예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직장과 고향을 둘 다 잃게 된 것이다.

그는 "내가 사는 대한민국과 나의 고향인 튀르키예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었는데, 튀르키예의 정국이 나빠지면서 그 꿈을 포기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알파고는 한국인들에게 중동의 소식을 전하고, 중동의 오해를 풀어주는 '대한중동인'으로 활동한다.

알파고는 "한국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한국 사람으로서, 한국 사람을 위해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라며 "한국 사람들은 머나먼 중동에 대해 잘 모르고 오해도 많다. 그 오해와 무지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면서 살아갈 것"이라고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