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에는 '요기요'...저녁은 '배달의 민족'
배달·장보기·숙박 등 혜택 주는 앱 선택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요 유통기업들은 할인 쿠폰과 멤버십, 1+1 혜택 등을 제시하며 알뜰한 소비를 하는 '체리피커(cherry picker)' 사로잡기에 나섰다. 주요 비용을 고려할 때 2만원 구매시 1만원 할인은 역마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컬리 할인쿠폰 문자메시지 화면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 "사고 싶은게 있어도 할인쿠폰이 올때까지 앱을 안열어보는게 꿀팁이에요. 접속을 안하면 할인액이 높은 쿠폰을 보내줘요. 못들어가서 정말 필요한 식료품만 싸게 살 수 있어서 이득이죠."
서울 강남구에 사는 직장인 A씨는 마켓컬리에서 온 2만원 구매시 1만원 할인쿠폰을 보여주면서 이 같이 말했다. A씨는 오픈마켓, 배달 플랫폼, 숙박, 대형마트, 편의점 등 관련 앱을 깔아두고 '광고 수신'에 동의했다.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요 유통기업들은 할인 쿠폰과 멤버십, 1+1 혜택 등을 제시하며 알뜰한 소비를 하는 '체리피커(cherry picker)' 사로잡기에 나섰다.
외면하던 체리피커, '체리슈머'로 재정의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통기업들이 마케팅 대상에서 제외했던 체리피커들을 '체리슈머'로 재정의하고 각종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체리피커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고, 관련 혜택만 챙겨 기업의 이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소비자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신용 카드 발급시 제공되는 각종 혜택만 누릴 뿐, 카드는 사용 않는 고객에서 유래됐다. 케이크 위에 올려진 체리만 쏙 빼내 먹는 행위를 비유한 용어다.
하지만 최근 의미가 확장되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체리슈머(cherry-sumer)'라는 신조어를 통해 체리피커를 재정의했다. 한정된 소득 상황에 맞춘 다양한 알뜰 소비 행태를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했다. A씨처럼 기업간의 마케팅 경쟁을 최대한 이용하는 소비자를 뜻한다.
마진없이 쿠폰 공격적 살포 '치열한 경쟁'
체리슈머가 애용하는 이커머스는 컬리, 11번가, 오아시스 마켓 등이다. 치열한 새벽배송 시장에서의 기업간 경쟁은 잦은 쿠폰 발행으로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컬리와 11번가는 마진을 남기지 않는 수준으로 쿠폰을 뿌리고 있다"면서 "유통업체 매출이 높은 4·4분기에 할인율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프라이데이, 11절 등 대형 행사를 맞아 고객 유입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컬리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영업손실로 이어졌다. 컬리는 2021년 광고선전비로 435억원을 썼다. 이는 전년보다 47% 늘어난 규모로, 같은기간 영업 손실액은 2177억원으로 전년대비 49.5% 증가했다. 이 기간에 오아시스마켓도 역시 광고비를 37.5% 늘렸다. 올해 더 잦은 프로모션을 진행한만큼 광고비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공개를 앞둔 컬리의 체리슈머 공략이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체리슈머의 또 다른 전략은 '조각내기'다. 대용량 구입을 통한 '쟁여두기' 방식을 소비보다 할인하는 품목만, 꼭 필요할 때 소량 구매하는 조각내기 전략은 당장 지출 감소로 이어진다.
이에 발맞춰 대형마트, 편의점 등 주요 유통채널들은 소포장, 소용량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CU는 소포장 채소상표 '싱싱생생'을 론칭했다. 마늘, 고추, 대파, 모둠쌈 채소 15종을 1~2끼 양으로 소분 판매한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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