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토교통부가 내년 공시가율(시세 대비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는 방안을 확정해 보유세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기존 계획 대비 공시가율 감소폭이 고가주택일수록 커 보유세 감소 역시 고가주택일수록 크게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부자감세 논란이 나오고 있다.
■아리팍, 보유세 440만원 줄어
23일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12㎡는 내년 보유세 예정금액이 이번 개편에 따라 2980만원에서 2540만원으로 14.8%(440만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래미안대치팰스 전용 114㎡는 내년 보유세가 1562만원에서 1325만원으로 15.2%(237만원) 감소할 예정이다. 이 두 단지는 모두 시세 15억원 이상 공동주택으로 내년도 공시가율이 75.3%로 기존 계획안(84.1%) 대비 8.8%p 하향조정된다.
반면, 시세가 저렴한 공동주택은 공시가율 조정폭이 더 낮다. 공동주택 기준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의 경우 시세 9억~15억원은 69.2%로 기존안(78.1%) 대비 8.9%p 하향해 15억원 이상과 유사하지만, 시세 9억원 미만은 68.1%로 기존안(70%) 대비 1.9%p 감소한다. 정부가 지난 2020년의 가격구간별 공시가율을 그대로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존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목표 현실화율(90%) 달성 기한을 가격구간별로 다르게 결정해, 그동안 고가주택일수록 공시가율이 인상폭이 가팔랐다.
이에 고가주택일수록 보유세 감소폭이 커질 예정이다. 실제 서울 동대문구 래미안 크래시티 전용 84㎡는 개편에 따른 내년 보유세 감소율이 5.5%(16만원)에 불과해 293만원에서 277만원으로 감소한다. 시세가 9억~15억원 사이로 15억원 이상 고가주택과 공사기율 감소폭은 유사하지만 보유세가 누진적 구조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가격대가 비슷한 서울 강동구 래미안 고덕힐스 전용 84㎡의 보유세 감소율은 더 높다. 내년 보유세가 357만원에서 310만원으로 13.2%(47만원) 낮아져 감소율로는 15억원 이상 고가주택과 유사하다. 이는 해당 단지·면적의 경우 공시가율 인하에 따라 종합부동산세 대상에서 면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종부세를 제외한 보유세 감소율은 여전히 고가주택에 비해 낮다. 종부세 과세대상은 공시가격 기준은 11억원(1주택자) 이상이다.
우병탁 팀장은 "보유세는 공시가격이 높을수록 세금을 더 내는 누진적 구조로 돼 있다"며 "공시가율 감소폭이 유사한 시세 9억원 이상 주택이더라도 고가일수록 보유세 감소율이 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고가주택 혜택 커...부자감세 논란
공시가율 하향조정이 고가주택에 더 큰 혜택으로 이어지면서 부자감세 논란을 낳고 있다.
서진형 공동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부동산 보유세는 수직적 형평성이 중요한데 부자일수록 더 큰 혜택을 받는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문제가 있다"며 "국민이 미래 세금 부담을 예측 가능하도록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의 장기 로드맵 수정도 최대한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년간 급격히 오른 것을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오른 만큼 내리는 것인데 고가주택에게 조금 더 혜택이 있다 해서 부자감세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시가율이 너무 빠르게 올라 국민의 체감상 문제가 된 부분이 있다"며 "이번 하향조치는 납세에 대한 국민 수용성 측면에서 부자감세 등 일부 비판이 있더라도 합리적인 조치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세계적인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 부동산 보유세는 낮은 편이어서 향후 점진적인 공시가율 인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heath@fnnews.com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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