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유니크 베뉴’로 새 도약
한국소리문화의전당·왕의지밀 ‘코리아 유니크 베뉴’ 지정… 마이스 도시 변신
문닫은 공장이 문화공간 탈바꿈 ‘팔복예술공장’·‘산속등대’ 시민 쉼터로 인기
고품격 한옥호텔 ‘왕의지밀’·완주 술테마박물관·오성한옥마을 등 볼거리 풍성
왕의 침소를 뜻하는 '왕의지밀(至密)'은 전주 한옥마을 인근에 위치한 고품격 한옥 호텔이다. 정문 출입구의 황금 장식에서부터 귀한 사람이 머무는 곳이라는 느낌을 준다. 전주시 제공
【파이낸셜뉴스 전주·완주(전북)=이환주 기자】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간 건 사과, 전주는 비빔밥? 전주 한옥 마을과 객리단길 먹거리, 전동 성당과 전주 비빔밥이 식상하다면 전주와 완주의 숨겨진 명소를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 이중 관광도시 전주는 최근 복합 전시 산업인 마이스(MICE) 중심 도시로 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 이름도 생소한 '유니크 베뉴' 사업이다. '베뉴'는 연회나 회의 등 각종 이벤트 행사들이 개최되는 장소다. '유니크'는 베뉴 중에서도 성, 고궁, 박물관, 호텔 등 그 지역만의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엄선한 곳이다.
전주 소리문화의전당 야외 공연장. 사진=이환주 기자
■서울, 일산, 부산찍고 이제는 전주다
국내 대표 마이스 중심지로는 서울 코엑스, 일산 킨텍스, 부산 벡스코, 제주 국제컨벤션센터 등이 있다. 전주의 마이스 유치 전략은 중·소형 단체 유치를 통한 틈새 시장 공략이다.
김현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관광본부장은 "마이스 관광은 코로나19 이후 회복이 가장 빠르고, 1인당 평균 소비액도 100만원가량 높다"며 "앞으로 마이스관광은 환대서비스 자체보다 '경험이 얼마나 좋았는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전주에는 국가 차원에서 지정된 '코리아 유니크 베뉴'인 한국소리문화의전당(종합문화공간)과 왕의지밀(호텔)이 있다. 또 지자체 차원의 '지역 유니크 베뉴'인 팔복예술공장, 술테마 박물관, 오성한옥마을·산속등대가 전주와 인근 완주에 위치한다.
전주 덕진구의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전북 예술과 문화를 대표하는 복합 문화예술공간이다. 2037석 규모의 모악당을 비롯해 666석 규모의 연지홀, 206석의 명인홀로 구성됐다. 또 유명 가수 등의 대형콘서트는 7000석 규모의 야외공연장에서 가능하다. 국제 회의 시에는 6개 국어 동시통역이 가능한 국제회의장과 중·소규모 회의장, 전시장 등의 시설을 갖췄다.
강현구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부장은 "호남 최대 복합문화예술 시설로 서울 예술의전당에 이어 두번째 규모이며 대공연장 규모는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을 이어 세번째로 크다"고 설명했다. 전북이 판소리로 유명하고 멋과 예를 아는 고장의 이미지를 살려 '소리'를 테마로 이름을 지었다.
문을 닫은 카세트 테이프 공장을 복합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팔복예술공장. 사진=이환주 기자
산속등대. 사진=이환주 기자
■폐공장에 새 생명‥팔복예술공장, 산속등대
전주 덕진구 팔복동에 있는 팔복예술공장은 1979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카세트 테이프를 생산하던 공장이었다. 워크맨, 길보드 차트 등이 유행하던 1990년대 이후 CD시장이 성장하며 공장은 문을 닫았다. 25년간 방치되던 옛 공장터는 예술가와 시민, 기업과 주민이 함께 새 숨을 불어 넣어 지금은 지역 예술가와 관광객, 주민들이 찾는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팔복예술공장 안에 있는 '써니 카페'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지역 주민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카페 한쪽 벽면에 자리 잡은 거대한 여공 인형은 당시 여공들이 있었던 나팔바지와 남방을 입고 있다.
김정임 문화관광해설사는 "여공 인형의 손이 매우 작은데 당시 여공들이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고 야간학교에 가기 위해 열심히 일하며 손이 닳아 작아진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팔복예술공장 A동은 현재 전시 공간으로 다양한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B동은 교육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전시 공간의 경우 현재 5기 작가들 7명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 4월 개관한 이팝나무 그림책 도서관에서는 올 연말까지 각종 그림책과 나무, 새를 주제로 한 작가들의 전시가 개최 중이다.
팔복예술공장에서 차로 30분 거리, 완주군 소양면에 있는 산속등대도 폐공장에 새 생명을 불어 넣은 공간이다. 문을 닫은 제지공장을 재활용해 관객이 참여하고 주인공이 되는 미술관, 아이들의 문화예술체험공간으로 재창조됐다. 창밖 경관을 즐기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슨슨카페, 대형 고래 조형물을 설치한 고래 놀이터, 야외 공연장과 축제를 위한 별빛 광장 등을 갖춘 가족 중심의 복합문화공간이다.
전북 완주에 있는 대한민국 술테마박물관. 사진=이환주 기자
전북 완주 아원고택 내부에 있는 카페 쉼터.사진=이환주 기자
■왕의 침소에서 하룻밤, 왕의지밀
왕의 침소를 뜻하는 '왕의지밀(至密)'은 전주 한옥마을 인근에 위치한 고품격 한옥호텔이다. 정문 출입구의 황금 장식에서부터 귀한 사람이 머무는 곳이라는 느낌을 준다. 전주는 조선시대 대표 왕가인 이씨 가문의 고향이자 왕의지밀 뒷편의 기림봉은 전주 이씨의 생활 터전이었다. 이성계 장군이 황산대첩에 승리하고 조선 건국의 포부를 밝힌 곳도 기림봉이다.
조선시대 대표 왕의 이름을 딴 한옥 객실은 일자형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데 용의 형상을 한옥의 처마를 이어서 표현했다.
왕의지밀에는 충무공홀, 훈민정음홀, 정음관홀, 사임당홀 등 총 4개의 세미나실을 운영 중이다. 실내와 실외 웨딩 연회와 소규모 파티 등이 가능하며 돌잔치, 팔순잔치 등에도 사용 가능하다. 객실은 정1품부터 5품까지 있으며 총 64실 중 VIP를 위한 정1품 객실은 12객실이 있다. 편백 나무를 사용해 만든 객실은 정갈한 향이 나며 아침 해와 함께 인근 산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객실 뒷편에 난 샛길로 들어서면 기림봉을 옆에 두고 조용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숨겨진 코스를 발견할 수 있다.
■완주, 술 테마박물관과 한옥카페도 볼거리
유니크 베뉴를 제대로 즐기려면 그 지역만의 관광 체험도 필수다. 완주군 구이면 술테마박물관은 전통주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우리 술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5만여점의 유물은 물론 전통주 제조법, 칵테일 만들기 체험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
완주 오성한옥마을과 아원고택도 빼놓을 수 없다.
아원고택은 경남 진주의 250년 된 한옥을 오성마을로 옮겨 이축(移築)한 것으로 기본 뼈대는 그대로 살리고, 서까래와 기와만 교체했다. 아원고택 인근에 있는 오스갤러리는 어디에 서서든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면 작품이 되는 인증샷 명소다. 아원고택은 그 멋을 먼저 알아본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2019년 영상과 화보를 찍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hwle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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