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 둔화로 연준 긴축 근거 사라지며 속도조절 기대감
11월 FOMC 의사록서 긴축 둔화 지지 의견 확인
[파이낸셜뉴스] 금리 속도조절 기대감이 한껏 부풀면서 중소형 성장주 주가 상승 조짐이 감지된다. 유동성 회수 국면에서 맥을 못췄으나 긴축 완화 전망에 매수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다만,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중소형주는 투자정보가 미흡한 만큼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업계의 시각이다.
■속도조절‘론’ 사실로 확인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개월(25일 기준) 동안 코스피시장의 소형주지수 상승률은 10.96%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중형주지수도 10.66% 올랐다. 코스피지수(9.07%)나 대형주지수 상승률(8.73%)을 웃도는 수치다.
성장주는 신사업 등을 통한 성장 가능성은 점쳐지나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한 종목을 뜻한다. 그동안 가파르게 오른 금리 탓에 유동성이 쪼그라들며 대개 몸집이 작은 중소형주들이 기를 펴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성장주들이 꿈틀댈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여기에 실적 악화 우려 등이 고개를 들면서 대형주 중심으로 흘러가던 증시 흐름이 개별 종목과 중소형주 위주로 바뀌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중소형주를 향한 투자 수요는 커질 전망이다.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금리인상 속도 조절을 지지하는 의견이 확인된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보폭을 줄였다.
국내 중소형주가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서 한 발 벗어나 있어 하방 압력이 제한적이고, 개인들이 코스닥시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최근 1개월간 외국인이 던진 주요 종목은 포스코홀딩스(-3781억원), 네이버(-2738억원), 기아(-2530억원), 카카오(-1399억원) 등 대형주가 대다수였다. 또 코스닥시장에서 주식을 잔뜩 팔아치운 기관과 달리, 외국인과 개인은 같은 기간 각각 2226억원, 5933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14~2015년 코스피시장의 횡보 기간에 다른 한 쪽은 상승 랠리를 이어갔다”며 “이달 중순 이후부터 코스피가 주춤해지면서 중소형주가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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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수익률도 ‘꿈틀’
’KODEX 200 중소형’ 상장지수펀드(ETF)의 최근 1개월(25일 기준) 수익률은 12.21%로 집계됐다. 'KOSEF Fn중소형'(11.80%), 'KBSTAR 중소형고배당'(11.03%), '마이다스 KoreaStock중소형액티브'(9.70%) 등도 양호한 성적을 냈다.
대표적 성장주 분야인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주식을 담은 'TIGER KRX BBIG K-뉴딜레버리지'는 이 기간 23%가 넘는 수익률을 나타냈다.
미국증시에 상장된 중소형주 ETF의 성과도 비슷했다. 'SPDR S&P 미드캡 400'(티커 MDY)의 가격(현지시간 23일 기준)은 한 달 사이 9.60%, '뱅가드 S&P 스몰캡 600 그로스'(VIOG)는 7.83% 각각 뛰었다.
정다운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자기자본이익률(ROE) 전망도 하향 추세를 이어가는 등 부진한 이익 전망을 고려하면 상승 추이가 조절될 가능성이 있다”며 “반등을 주도해온 대형주보다는 개별종목과 중소형주에 관심을 가질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도 “미국증시에서 성장주 희소성과 매력이 부각될 수 있는 환경”이라며 “팬데믹과 전쟁을 거치며 산업 구조 및 정책이 변경돼 성장주 구성이 대형 기술주에서 에너지, 내구소비재·의류, 자본재 등으로 바뀌고 있는 점도 특징”이라고 짚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다만, “금리 자체는 계속 오를 전망인 만큼 무분별한 매수에 나섰다간 자금이 예상보다 오래 묶일 수 있다”며 “개인 입장에선 중소형주를 낱낱이 분석하기 쉽지 않은 만큼 종목을 선별해 담은 펀드 상품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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